부자 아빠의 몰락
로버트 H. 프랭크 지음, 황해선 옮김 / 창비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전문번역가의 손을 거쳐서인지 번역 서적임에도 어색하거나 부자연 스럽지 않고 문장 하나 하나 매끄럽고 깔끔했다.

 

[부자 아빠의 몰락]이라는 제목은 로버트 기요사키의 베스트셀러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라는 책을 자연스럽게 연상시켜 준다. 2000년도 즈음 발간되어 무려 십년에 가까운 장기간 동안 베스트셀러로서 사랑을 받았던 책인데, 경제 호황기의 특수를 톡톡히 누렸던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러 가지 순기능적인 면도 있었지만, 역기능적인 측면도 많아 논란도 끊이지 않었던 책 이다. 돈에 대한 열망을 부추기고, 부자아빠와 가난한 아빠라는 아버지에 대한 전례 없고 극단적인 이분법에 돈 없는 아빠의 고민과 자책, 그리고 시름이 늘기도 했었다. 그래서 [부자 아빠의 몰락]이라는 제목은, 마치 화려했던 세계 경제의 전성기와 대비되어 극심한 침체와 불황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요즘 글로벌 경제 위기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듯 하여 울적한 기분이 들게 한다. 하지만, 책의 내용은 제목과 달리 좀 더 심도 있고, 오히려 희망적이기 까지 하다. 또한 저자의 날카롭고 예리한 통찰력과 비판력에 수시로 감탄하게 된다. 단순히 '탁상공론'의 해답 없는 무의미한 비판력이 아니라, '실사구시'의 구체적 해답을 제시 하고 있는 의미있는 내용 전개가 무엇 보다 마음에 들었다.  

 

이 책을 읽는 순간 퍼뜩 'INVY'라는 의류 브랜드 이름이 떠올랐다. 그리고 요즘 한 창 공중파 방송을 타고 방영 중인 광고 한 편의 카피도 떠올랐다. '당신도 자랑하는 엄마가 될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로 기억 되는데, 부러움과 질투 등의 소모적인 감정을 부추기며 구매를 자극한다. 책 속 어느 한 부분의 글 처럼 '우리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이 다른 사람이 가진 것에 달려 있다'는 생각이 우리 구매 행동을 지배하고 결정짓는 중요한 가치가 된 것이 어쩌면 이미 오래전 일인지도 모르겠다. 내 개인적인 소비를 비추어 보더라도,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구매하기 보다는, 단순히 '갖고 싶다'는 소망의 실현을 위한 구매가 많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었다.

 

저자는 한편 세상의 재화들을 빈덱스(Visibility Index)의 척도를 통해 사회적 지위를 드러내는 '지위적 재화'와 사회적 지위의 표출과 무관하거나 관련성이 적은 '비지위적 재화'로 구분한다. 이 두 가지 구분은 사람들로 하여금 소비와 행복의 상대적 '정황'을 조성하며, '대중의 비극'을 만들어 낸다. 저자는 오랜 연구를 통해 비지위적 재화의 소비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사회에서 주관적 행복이 커진다는 것을 밝혀냈다. 하지만, 요즘 소비지향적인 대부분의 사회들은 솔직히 이 처럼 비지위적 재화의 소비 보다는 지위적 재화의 소비가 주류를 이루어 많은 사람들을 상대적 빈곤과 박탈감으로 몰아 가는게 현실이다. 막상 종이 한 장 차이에 불과한 성과의 조그마한 차이가 보상에 이르러서는 매우 큰 차이로 이어지는 승자독식(Winner-take-all) 사회로의 급속한 변화는 많은 사람들을 불행한 쪽으로 더욱 몰아 간다. 

 

특히나 책 속에서 저자가 설명하고 있는 '지출 연쇄 반응'의 악순환이 인상적이었다. 저자의 제안 대로, 부유한 사람들이, 조금 더 의식있는 형태로 자신의 소비를 검소하게 변화 시키고, 부의 과시적인 소비를 반성하고, 지위적 재화의 소비를 줄이고, 조금 더 실용적으로 소비를 변화 시킨다면, 이 세상에는 더욱 더 행복한 사람들이 많아 질 것이라는데 나 역시 전적으로 동의 한다. 또한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부유층에 대한 감세 정책을 통해 부의 불평등에 대한 차별의식을 심화시켰던 것과 달리 새롭게 출범한 오바마 정권이 조금더 중산층의 입장에서, 세금 정책을 개혁하고 이끌어 간다면, 세상은 휠씬 희망적인 공생의 방향으로 진화할 수 있을 것 이라 기대 된다. 몰락하는 중산층 부자아빠를 구해내고, 가난한 아빠도 불필요한 사치품을 갖지 못한데서 오는 불행을 덜 느끼게 되고, 상류층 부자 아빠들도 가치있는 소비활동을 통해 진정한 만족을 느끼게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물론 세상은 공평하지 못하다. 태어날 때 부터 모든 사람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크고 작은 불평등에 맞서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게 숙명이다. 하지만, 물질적인 측면에서 오는 불평등의 구조를 조금만 개선 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좀 더 행복해 질 수 있다는 놀라운 사실에도 아무런 변화의 노력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조금 무책임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분명 지금 우리 사회 제도와 경제 제도에는 문제가 많다. 그래서 여기 저기 전 세계적으로 어디 하나 문제 없는 나라가 없다. 이 참에 좀 더 우리 사회 경제 제도를 많은 사람들의 행복에 촛점을 맞춰 변화 시켜 나아갈 수 있으면 하는 바램을 갖게 하는 책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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