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테크 - 하루를 행복하게 사는 기술
최문열 지음 / 미디어락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하루테크라는 똑 부러지고 다소 기계적인 느낌의 제목과 달리, 이 책은 참으로 인간적이고 감성적인 동시에 따뜻하다.

 

끊임없는 자기개발을 부르 짖으며, 몸은 물론 마음까지도 바쁘게 채찍질 하며 몰아대는 여느 비즈니스 서적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한 마디로 놀랍다. 

 

알랭 드 보통의 [불안] 등을 비롯, 다양한 서적들의 정신분석학적인 문구들의 인용을 통해, 상처받고 너덜너덜해진 현대 직장인들의 마음을 포근하게 감싸고, 따뜻한 위로를 건네주는 것에서 부터 이야기를 시작 하고 있다. 그렇다고 저자의 필체가 애교스럽거나 다정다감한 것은 전혀 아니다. 오히려 처음에는 지나치게 냉정하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직장인 삶의 모순과 허구적인 실체를 여실히 까발리는 모습에서, 저자의 냉철함에 야속함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저자의 이와 같은 직장인의 삶에 대한 모든 비난과 냉소들은, 그 자체로 저자의 뼈져린 경험과 성찰을 의미 하며, 이것이야 말로 독자에 대한 저자의 뜨거운 진심이란 것을 눈치채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많은 위로를 받았다. 그리고 직장 생활에 대해 한결 편안해졌고, 내 자신의 삶에 대한 태도에 있어서도 좀 더 자신있게(?) 자기중심적인 태도를 취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이 책은 내가 미처 '어디 어디가 아프다'라고 말하기도 전에, 내 마음 속 아픈 상처들을 하나 하나 어루만져 주고 각각에 맞는 처방약을 내려주고 있는 듯 했다. 물론 앞서 언급했던 것 처럼, 최문열 이라는 이 책의 저자는 드러내 놓고 호의를 베푸는 스타일은 아니기 때문에, 책  곳곳에 담겨 있는 저자의 진심어린 위로와 충고 그리고, 백약처방을 눈치채는 것은 순전히 독자의 몫인 듯 하다.

 

예전에도 그랬겠지만, 요즘과 같은 글로벌 경제 위기 상황에서는 더더욱 직장인들이 느끼는 불안감이 크다. 이 불안감은 때로는 공포에 가깝다. 좌불안석 마음을 놓지 못하고, 퇴근 후 회사 문을 나서는 순간에도 고스란히 직장에서의 고민과 스트레스를 그대로 안고 집으로 향한다. 어떤 사람들은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될 것만 같은 불안감에 집으로 직행하지 못하고, 학원을 향하기도 한다. 샐러리맨과 스튜던트의 합성어인 샐리던트라는 신종 마케팅 대상 그룹이 탄생한 것도 무리가 아닌 상황이다. 

 

어찌보면 이놈의 세상은 도무지 변화하지 않고는 버틸 수 없어 보인다. 변화가 바로 현대인의 숙명이 되어 버린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한다. 가끔은 이 같은 변화의 가속도와 급물쌀에 떠밀려, 인간다움을 포기하고, 하나의 수단과 도구가 되어 버린 듯 자포자기하게 되기도 한다. 이쯤 되면 저자의 일침 처럼, 주객이 전도 되어 자아를 상실하고, 오로지 직장을 위해서, 아니면, 밥줄을 위한 삶에 충실한 생을 살게 된다. 그래서 직장에서는 성실하지만, 직장 밖에서는 불성실한 반쪽 짜리 성실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비일비재 한지도 모른다. 저자는 이같은 비인간적인 직장과 사회로 부터의 변화에의 강요에 문제를 제기 한다.    

 

특히 저자는 우리가 기존에 중요하게 여기고, 지금 까지도 의심 없이 추종하고 있는, "성실함", "원만함", "폭 넓은 인간관계", "혁신" 등의 절대가치들 속에 숨어 있는 인간 본성에 대한 억압과 이로 인한 스트레스와 고단함에 대해 비판함으로써, 인간 본연의 존엄함과 그 가치를 차근 차근 되새기는 것에서 부터, 인간의 가치있는 삶, 행복한 삶, 그리고 이를 위해 하루 하루를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논리있게 이야기 한다. 과연 무엇 때문에 숨이 턱에 차도록 끊임없이 자기개발을 해야 하는지, 또한 원만한 인간관계를 구축 해야만 하는 진정한 이유는 무엇인지 등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인간 다움을 무시한 채, 무턱대고 효율성과 효과성만 강조하던 기존의 자기개발 서적들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삶에서 관중의 환호나 야유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의 가슴에서 울려오는 자신만의 북소리의 울림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 줌으로써, 밀도 있는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주는 책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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