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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금융위기 - 글로벌 동시불황이 왔다
가네코 마사루.앤드류 드윗 지음, 이승녕 옮김 / 지상사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경제를 살리자!"라는 구호의 캠페인과 "IMF 경제 체제"라는 단어들이 서서히 잊혀져 갈 즈음, 어언 10년만에 또 다시 맞이하게 된 뜻 밖의 세계 금융위기는 많은 사람들을 막연한 불안으로 몰아가고 있다. 시스템적인 국제 통화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야기된 이같은 글로벌 경제 위기로 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혹자는 지금 세계 경제 위기는 이미 오래전 부터 예견된 일들의 현실화에 불과하다고 말 한다. 갑작스레 불어 닥친 경제 위기만도 어리둥절한 터에, 이미 오래전 예견된 일이었다는 말은 또 한 번 나를 당혹케 한다. 글로벌 경제 위기를 미리 알고 있었다고 한들 과연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 만한 지혜와 배짱을 지닌 사람이 얼마나 되었겠냐는 의문도 든다. 그럼에도 좀 더 일찍 이와 같은 경제 위기에 대한 예측을 미리 알 수 있었다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은 지울 수 없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말에 힘 입어,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세밀한 수학적 통계자료들을 바탕으로, "손실을 확정 지을 수 없는 그림자 금융 시스템"의 허구와 진실을 체계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도표와 차트 분석에 취약한 나로서는 처음에는 다소 생경한 책 이기도 했지만, 손에 딱 잡히는 아담한 사이즈와 적당한 분량 때문인지 조금만 집중하고 읽는 다면 충분히 정독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기도 한다.
반 부시이즘 입장을 고수해 온 저자는 조지 W 부시를 전쟁과 버블의 대통령으로 규명하며, 지금의 불황은 통상적인 경기 순환에 따른 불황이 아니라, 이라크 전쟁에 의한 군사적 재정적 파탄과 석유 가격의 급등과 버블 경제가 겹친 특수한 스테그 플레이션 상황이며, 증권화와 글로벌 화에 의해 전 세계가 말려든 동시불황의 위험성이 내포된 미국 헤게모니의 위기라 정의 한다. 자칫하면 19세기 말과 1930년 세계 공황에 필적하는 글로벌 경제 위기가 도래할 수 있다고 말 한다. 이 책을 통해 나는 예전에는 미처 생각해 보지 못했던, 금융 시스템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해 보게 되었다. 우리는 흔히 돈을 '발행한다', 혹은 채권을 '발행한다'는 말을 많이 쓰는데, 실상 이 책을 읽다 보면 돈이란 그저 허황된 거품에 불과하며, 그 실체를 가늠하기 힘든 뜬 구름 같은 것으로 재 해석 된다. 그래서 차라리 돈은 '찍어낸다'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리는게 요즘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의 경제 정책이 아닌가 싶다.
이제 새로운 공포, 미지의 리스크에 직면한 전 세계는 저자의 말 대로, 온 인류의 지혜를 모아야 하는 때 인 듯 하다. 나는 믿고 싶다. 분명 위기에는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는 또 다른 기회가 있고, 이를 통해 더 크게 도약할 수 있다고 말이다. 책 말미의 특별 기고문의 비유 처럼, '술자리에서 과음직전 누군가 술 병을 치웠어야 하는 상황'과 같이, 자연스럽게 이뤄졌어야 할 거시경제적 조정이 제 때 일어나지 못했던데 대해 이제라도 깊이 반성하고, 경제 시스템적 불완전성에 대해 새롭게 재정비에 나서야 할 것이다.
최근에는 에이브러햄 링컨의 암살 배후와 관련하여, 화폐 제도 및 경제 시스템의 취약성에 대한 그의 자각과 개혁 의지에 반대하는 세력들이 거론 되기도 한다. 지금의 세계 경제 상황을 보면, 이와 같은 배후설이 전혀 사실 무근의 억측같아 보이지만은 않는다. 돈 때문에 사람이 죽고 사는 현실이 된 것이 무엇보다 슬프다. 사람을 살게 하고, 사람답게하는 정직하고 건전한 경제 시스템이 절실함을 깨닫게 해 주는 책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