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세 끼가 내 몸을 망친다
이시하라 유미 지음, 황미숙 옮김 / 살림Life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하루 세 끼 꼬박 꼬박 챙겨 먹는 것이 세상 제일의 보약이요, 건강의 근원인줄로만 믿고 있던 나에게 이 책의 제목은 적잖은 충격을 주었다. 한 끼만 굶어도 당장에 큰일 나는 줄 아시는 우리 어머니가 보시면, 더욱 놀라실 만한 제목이 아닐 수 없다.

 

잘 먹는 것이 곧 잘 사는 비결이라고 의식적/무의적으로 맹신 했었다. 더욱이 식욕은 삶에 대한 건강함과 강한 의지 내지는 욕구를 판가름 하는 중요 지표일 수 있다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뜻 밖에 하루 세끼 꼬박 챙겨먹는 것이 오히려 내 몸을 망치는 길이라니 .. 전국의 맛집을 찾아 다니며, 이것 저것 먹는 것이 인생의 큰 낙인 식도락가인 나로서는 도저히 믿고 싶지 않은 제목 이었다.

 

짧은 개인사를 뒤돌아 보면 체중이 급격히 증가된 고등학교 시절 부터 오히려 잔병 치레가 많아 지고, 운동 능력도 많이 저하 되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오히려 정상 체중 보다 다소 마른 체격이었을 때 잔병도 없었고, 운동을 해도 숨이 덜 찼던 것도 사실이다. 하루 세 끼를 꼬박 꼬박 챙겨 먹는 즐거움을 영원히 만끽하면서도 동시에 건강하고 싶은 나로서는 책의 제목에 대해 막연하게나마 반박하고 저항 하고 싶었지만, 나의 작은 역사를 통해 비춰 보면 이 책의 내용은 무작정 무시해 버리거나,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듯 했다.

 

이 책의 저자 이시하라 유미는 아침은 먹지 않거나, 물과 매실 장아찌를 먹거나, 생강홍차/당근/사과 주스 한 두 잔을 먹는 것 중에 선택을 하고, 점심 역시 간단한 국수나, 우동, 파스타 등이나 도시락을 부족한 듯 먹으라 한다. 대신 저녁에는 술을 포함해 뭐든지 먹어도 좋다고 한다. 처음에는 이시하라의 이와 같은 파격적인 식단이 오히려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고 헤를 끼치지 않을까 하는 걱정과 우려가 많았는데, 책 속에서 제시되고 있는 여러 가지 사례와 과학적 근거들을 보면 다소 안심이 된다. 우리 어머니의 교육 및 일반적인 사회 과학/건강 상식 덕분에, 나 역시 이 책을 읽기 전에는 한 끼라도 굶으면 큰일 나는 줄 알고 있었다. 한 두 끼 굶게 되는 흔치 않은 상황에서 정작 육체적 고통은 그다지 크지 않음에도, 심리적으로 느끼는 결핍감과 불안감이 더 크게 작용 하는 것이 사실 인 듯 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 보니, 하루 한 두끼 굶거나 가볍게 먹는 것이 오히려 건강한 생활에 도움이 되고 노화의 속도도 늦춰 준다고 하니, 여러모로 안심이 되었다. 영양 과다로 인한 고영양 질병이 있는 사람들이 실천 하고 따르면 큰 도움이 될 듯 하다. 또한 다이어트를 결심한 사람 역시 이 책 속의 식단을 잘 활용한다면, 건강도 챙기고 아름다움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솔직히 갑작스레 이시하라의 식단을 따르기에는 아주 과감한 결단과 큰 용기가 필요할 듯 하다. 필요를 채우 듯 간소하게 끼니를 떼우기 보다는, 욕심과 식탐으로 차고도 넘쳐 나도록 끼니를 채우던 일상의 식습관이 하루 아침에 고쳐지기는 쉽지 않을 듯 하다. 하지만, 책 속에서 안내 하고 있는 "소식/초소식"은 언젠가는 꼼꼼히 계획을 잘 세워서, 꼭 한 번 실천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욕심을 채우기에 이 세상은 턱 없이 부족하지만, 필요를 채우기엔 풍요롭다는 마하트마 간디의 말씀 처럼, 음식 역시 욕심 부리지 않고 필요량 만큼 적당히 섭취 하고, 남는 만큼 나눈다면 이 세상이 더욱 풍요로워 질 수 있을 것 같아 여러 가지로 "소식/초소식"은 의미가 있는 듯 하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부터는 무언가를 먹을 때 마다, 아래의 문구가 떠오른다. 6천년전 이집트 비문에 적혀 있는 글귀로, 과식은 만병의 근원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하는데, 자꾸만 곱씹어 보게 되는 말이다.


"Man lives on 1/4 of what he eats. The other 3/4 lives on his doctor. (사람은 먹는 양의 4분의 1로 산다. 나머지 4분의 3은 의사를 배부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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