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일기 - 장밋빛 상하이에 숨겨진 소소한 일상들
황석원 글 사진 / 시공사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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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재밌고 신나게 책을 읽어 치웠다. 일단 한 번 손에 잡으니, 계획과 달리 끝까지 술술 절로 읽히는 책 이었다. 내 경우, 먹는 것 처럼, 읽는 것(=책) 역시 푸짐해 보이는 것이 좋다. 읽을 거리도 많은 동시에, 볼 것도 많은 책 말이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는 말 처럼, 요즘은 보기 좋은 책이 읽기에도 좋다. 그래서인지 야위어 보이고 앙상해 보이는 책 보다는, 살짝 통통하게 살이 오른 두께감이 느껴지는 책에 먼저 손이가고 마음도 따라 붙는다. 이런 마음 때문인지, 이 책은 마치 맛있는 음식을 '먹어 치우듯', 즐겁고 신나게 책을 '읽어 치웠다'는 표현이 잘 어울릴 듯 하다.   

 

만족스럽게 부풀어 있는 부피감이나 두께감과 달리 신기하게도 책의 무게감은 거의 느껴지지 않아 더욱 좋았다. 여기에 한 손에 잡히는 앙증맞은 사이즈 까지 ... 이 책은 미운 구석이 하나도 없이 모든 것이 만족스럽고, 예쁘기만 했다. 아기자기, 올망졸망, 재미나고 유익한 사진들이 제 자리를 잘 잡고 책 곳곳에 살포시 들어 앉은 모습들도 정감있다. 지나치게 판에 박힌 듯한 사진의 배열이 아니라, 다소 투박하고 불규칙적인 배열이지만, 오히려 더 자연스럽고 따뜻한 느낌이었다.

 

상하이라는 낯선 도시가 한결 가까워진 느낌이랄까?! 막연하게만 알고 있던, 화려한 겉모습의 도시 상하이가 가진 희노애락, 그리고 감춰둔 아픔과 처량함 까지 ... 이 한 권의 책은 뜻 밖에도 천차만별 다양한 모습의 상하이를 거침없이 솔직하게 보여주고 있다. 걸인이나 노동자 계층에서 부터, 화려한 최신식 직업의 사람들 까지, 소박한 길거리 음식에서 부터, 심지어는 현지인들 조차 잘 알지못하는 최고급 레스토랑에 대한 정보 까지 ! 저자의 개인적인 에피소드들이 맛깔스럽게 버무려져, 때로는 무용담을 듣는 듯, 또 때로는 경제신문의 기사를 읽는 듯, 또 어느 부분에서는 친구의 여행담을 듣는 듯 ... 다양한 재미에 시간 가는줄 모르고 읽게되는 책 이다. 실로 상하이는 천의 얼굴을 가진 도시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특히 이 책이 마음에 들었던 점은, 저자의 열린 마음, 열린 시야를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세계화 시대의 젊은이 답게, 이질적인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너그러운 모습이다. 또한 선별적으로, 화려하고 매력적인 도시의 장점들만을 취하여 편향적으로 경험하려 하지 않고, 도시의 단점들 까지 두루 경험하여 도시의 참된 모습에 깊숙히 침투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와 같은 저자의 참된 노력과 경험들이 때로는 유쾌하게, 또 때로는 진지하게 펼쳐진다. 한 권의 책을 지어내기에 다소 지나치게 어려 보이는 저자의 외모와 달리, 그 경험 만큼은 충분히 차고 넘칠 만큼 농익은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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