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 김열규 교수의 열정적 책 읽기
김열규 지음 / 비아북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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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소녀, 문학소년을 만나다 ...]

 

나의 유년 시절인 80-90년대만 해도 "문학소녀/문학소년"이라는 단어는 심심치 않게 자주 들을 수 있었으며, 실제 이 단어에 걸맞는 친구나 언니 오빠, 동생들을 주변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었던 시대였다고 생각 된다. 특히나 책 읽기를 좋아하고 책을 읽다 어느새 단꿈에 젖어 잠들길 좋아 했던 꼬마 시절의 나는 "문학소녀/문학소년"이라는 이 단어들에 대해 나만의 로망을 늘상 가슴 한 켠에, 마치 이루고 싶은 열망 처럼 품고 살았다. 하지만, 불과 20년 남짓 지나버린 지금, 이 아름답고 낭만적인 단어가 생경하기 그지 없다. "문학소녀/문학소년"이라는 단어가 지금에 와선 너무나 낯설고 너무나 어색하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이 옛스런 단어들을 여러 번 곱씹어 되풀이 하자 나도 모르게 시간을 거슬러 오른 듯 아날로그적 향취와 그윽함에 나도모르게 젖어든다.

 

이 책 [독서]는 내가 유년 시절 잠시나마 느꼈던 아날로그적인 향취와 그윽함이 묻어 나는 책이다. 유년시절 문학소녀의 꿈을 품고 자라난 내게 이 책은 단순히 독자 대 작가와의 만남을 뛰어 넘어, 문학을 사랑하던 한 소녀와 소년의 만남을 의미한다. 

 

이 책은 어린 시절의 아날로그적인 향수를 자극하며, 잊고 있던 책에 대한 진한 사랑과 고마움을 되새기게 한다. 데이터들의 복제, 삭제, 편집이 간편해 지고 그에 따라 무수한 정보들이 홍수 처럼 넘쳐 나는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요즘, 우리는 책이 전해 주는 감동과 귀중함을 잊고 산다. 특히 요즘 자라나는 아이들은 한 권의 책이 전해 주는 진한 감동과 여운을 가슴에 새기기 보다는, 닌텐도 게임 한 펙이 전해 주는 순간적이고 단순한 재미를 쫒으며 살기 쉽다. 더욱 놀라운 것은, 나 역시 이 아날로그적인 냄새를 폴폴 풍기는 한 권의 책 [독서]를 만나기 전에는, 미처 요즘 아이들이 처한 이와 같은 물질적 풍요의 현실에 대한 아쉬움이나 안타까움이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 책 [독서]를 읽고 나자 요즘의 아이들이 참으로 가엽게 느껴졌다. 이 한 권의 책을 통해 나는 요즘 아이들이 맞닥뜨린 "풍요 속의 빈곤"이 깨우쳐 졌고, "물질적 풍요 속에 정신적 빈곤"에 대해 절감하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김열규 교수님은 1932년 경남 고성의 시골마을에서 태어나 일제 시대와 한국 전쟁 속에 어린 시절을 보낸 분이다. 흔히들 문학 소녀/소년이라 하면 문학을 좋아하고 문학 작품의 창작에 뜻이 있거나, 문학적 분위기를 좋아하는 낭만적인 사람을 일컫는다.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저자 김열규 교수님의 어린 시절을 보면 그는 누가 뭐래도, 문학 소년이요, 최고의 책벌레에, 북키드 였다. 문학 소년의 공통된 특징 처럼, 그는 책을 통해 꿈을 키우고, 그 꿈을 다시 책을 통해 넓히고 성장시키며, 책을 통해 보다 더 넓은 세상과의 만남을 지속 시켜 왔다. 외할머니의 구수한 옛날 이야기 부터 어머니의 목소리로 듣는 언문제문, 그리고 해방과 더불어 일본인들이 버리고 간 책더미 속에 만난 앙드레 지드와 헤르만 헤세, 도스토예프스키는 어린 시절의 그를 정신적으로 성장 시키고 새로운 세상을 열어 주는 창구가 되었다. 책이 흔하지 않던 시절 어렵게 구하여 책을 읽었던 만큼 저자에게는 책의 한 부분 부분이 어느것 하나 버려진 것 없이 고스란히 피가 되고 살이 되어 오늘날의 그를 형성 시켰던 듯 하다. 한국 전쟁 때에는 미국 병사들이 버리고 간 책들 속에서 [세터데이 리뷰]와 같은 문예 잡지며, [신비평]과, [애틀랜틱]등의 책을 통해 영/미 문학의 원전을 접하게 되는데, 이를 통해 문학을 바라보고 느끼고 이해하는 그의 안목도 한결 드높아 졌으리라 생각된다. 이렇게 한 작품 한 작품 읽을 때 마다 저자 김열규 교수님은 그의 표현 대로, 하나씩 하나씩 자신의 세계를 늘려 나가는 경험을 하며, 일찌기 사람이 몸으로만 노는 것이 아니라, 머리로도 신명나게 또 진지하게 놀 수 있다는 것을 깨우친다. 

 

문학 작품의 창작이나 문학사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쯤 이 책을 읽어 봄직하다. "독서"라는 하나의 줄기가 엮어 만들어진 이 책은 "독서"가 주는 모든 것을 말해 주는 듯 하다. 혹여라도 문학의 깊이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그저 단순히 책이 있는 분위기나 공간만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라도 이 책은 분명히 많은 자극과 여운을 전해 줄 것이라 생각된다. 그 만큼 이 책은 매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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