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욱의 과학 에세이 - 과학, 인간과 사회를 말하다
홍성욱 지음 / 동아시아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과학 에세이 예찬]

요즘들어 부쩍 과학 에세이라는 장르로 발간되는 신간들이 많이 눈에 띈다평소 기초 과학에 대한 흥미와 호기심이 많았던 나로서는 지금의 이런 현상이 매우 행복하게 느껴진다복잡하고 어려워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도저히 이해 불가한 과학 이야기가 아닌, 우리 실생활에 살아 움직이는 친숙하고 실용적인 과학을 재미있고 즐겁게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점차 늘고 있기 때문이다게다가 그동안 몇 권의 일본 번역서를 통해서만 과학 에세이라는 장르를 만나보았던 터라이렇게 우리나라 과학자가 쓴 과학 에세이를 읽게 되어 너무나도 반가웠다

[저자의 이름을 제목에 걸고 만들어낸 책]

이 책은 현 서울대 생명과학부 홍성욱 교수의 이름을 제목에 걸고 만들어졌다자신의 이름을 제목에 걸고 지은 책이니만큼 어느정도 독자의 기대에 부응하고 절대 독자를 실망시키는 일은 없으리란게 이 책에 대한 나의 선입관 이었다결론적으로 책 제목에 저자의 이름을 걸고 자신감있게 출판해 낼 만큼 이 책은 매우 충실하고 알차다.

[과학이 미래를 만든다]

흔히들 한 나라의 미래를 그 나라의 과학 기술력의 수준을 통해 판가름하고 예측한다. 그만큼 과학은 우리의 삶을 변화 시키고 새로운 미래를 이끌어나갈 수 있는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GUI와 랩톱을 발명하여 미국 컴퓨터 산업의 개척자이자 선구자로 알려진 엘런 케이가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발명하는 것”이라고 한 말에 크게 반론을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더욱 사람들은 과학을 통해 세상의 미래를 먼저 만나 보고 싶은 열망을 품고 있는 지도 모른다. 저자는 이와 같은 사람들의 미래에 대한 궁금증의 진짜 원인이 어쩌면 지적 호기심이 아닌 세속적 욕망 때문일 수 있다는 따끔한 지적도 잊지 않는다. 

[과학과의 즐거운 만남]  

이 한 권의 책을 통해 정말 즐겁고 의미있는 시간을 보낸듯 하여 뿌듯하였다. 이 책을 통해 영화 속에 비춰 지는 과학자의 부정적 이미지에 대한 생각도 해 볼 수 있었고, 대 문호 괴테가 색깔의 심리적 효과를 처음으로 주장했다는 사실과 함께 그가 삼원색을 주장한 사람이라는 새롭고도 놀라운 사실도 알게 되었다. 노벨이 다이너마이트를 만들어 거부가 되었다는 사실도, 철도 100년 역사를 되짚어 보면서 어색한 시선 때문에 승객들이 객실에서 독서를 하기 시작 했고 이로 인해 역 주변에 책방이 발달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단순히 책을 읽어 나가는 재미 이상으로 배우고 깨우치는 점이 많은 책이다.

과학을 통해 저자가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모습은 날카롭고도 따스하다. 사회 속에 녹아 있는 과학을 바라보고 분석해내는시각 역시 매우 인간적이고, 그 가치가 올바르다. 건축물의 정문과 뒷문이 우리 사회의 가장 흔한 차별이라는 분석이 무엇보다 신선했고, 과학 기술의 아카이브 내지는 국립 과학 기술사료관 프로젝트를 제안하는 애국어린 마음도, 광우병 파동을 통해 식생활을 되짚어 보려는 노력도 모두 작가의 과학적인 예리함과 인간적인 따스함이 조화롭게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저자는 특히 줄기세포 연구의 윤리 문제를 통해 우리가 간과하고 있던 도덕성의 문제를 일깨워 주었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이부분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목적이 숭고하다고 모든 수단이 정당화 되는 것은 아니며, 살인범을 잡기위해 불법 도청을 하거나 고문을 해서는 안되듯이, 아픈 사람 열 명을 살리기 위해 한 사람을 희생해서도 안되며 장기를 매매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 우리 사회의 합의"라는 저자의 올바른 가치관이, 저자의 이름을 제목에 걸고 만들어낸 이 책을 선택한 보람을 크게 느끼게 해 주는 부분이었다.   

[창의력=섞어 보는 능력]  

인류의 과학사를 통해 저자는 간학문 즉, 학문과 학문 사이에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기존 학문이 자신의 틀 속에 갇혀서 충분히 보지 못했던 연구 주제를 발굴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지식을 폭발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었던 점을 특히 주목한다. 창의적인 사람들은 전통주의자이자 동시에 혁명가가 되어야하며 이를 위해선 특히 "섞어 보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세상의 변화에 하루가 다르게 가속도 붙는 요즘 "섞어 보는 능력"은 누구에게나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대운하에 대한 저자의 시각 역시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거대 기술은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렇지만 구상 단계에 있는 기술도 그럴 수 있도, 심지어 아예 존재하지 않는 기술도 세상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권력은 국민이 잠시 맡긴 것이다. 국토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대규모 토목 공사를 벌이라고, 그것도 오래전에 사망 선고를받은 18세기 교통수단인운하를 건설하라고 국민이 권력을 맡긴것이 아니다. 인간이 대자연 앞에 겸손해야 하듯이, 권력자는 국민 앞에 겸손할 줄 알아야 한다." 는 따끔한 지적 역시 저자가 학생들을 가르치는 영향력 있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그 직분을 수행하기에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학생들을 지도 할 수 있는 우리 시대의 좋은 스승이라는 신뢰를 주는 대목이었다.

이 책은 돈과 시간을 투자해 볼 만한 가치가 충분한 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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