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로드
랍 기포드 지음, 신금옥 옮김 / 에버리치홀딩스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모처럼 참 좋은 책을 만난 것 같아 책을 읽는 내내 즐거웠습니다. 아직 중국에 한 번도 가 보지 못했지만, 언젠가 저도 중국을 여행 한다면 이 책의 저자인 랍 기포드 처럼 "마더 로드 Mother Road"라 불리는 중국 어머니의 길인 312번 국도를 따라 장장 5천 킬로(정확히는 약 4,825킬로) 미터에 달하는 대 장정 길을 통해, 한반도 땅의 50배에 육박하는 광활한 영토의 중국을 "제대로" 만나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제 인생에서 꼭 걷고 싶은 또 하나의 멋진 길을 이 책을 통해 발견하였습니다. 지구 한 바퀴가 약 4만 킬로 미터라고 하니, 중국 312번 국도 여행을 마치면 지구의 약 1/10을 만나본 셈이라 생각하니, 더욱 흥분이 되고 어서 빨리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에 설레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1978년 스무살의 어린 나이로 어학 연수를 위해 처음으로 중국 베이징을 방문하게 됩니다. 그리고 20년에 달하는 기나긴 시간 동안 중국에서 공부도 하고 미국 국영 라디오 특파원으로 취재활동도 하고 또 거주도 하면서 현지 중국인 못지 않게 다양한 중국의 모습을 두루 섭렵한 듯 합니다. 그래서 인지 이 책에는 작가의 이와 같은 20여년에 걸쳐 다져진 강력한 내공의 힘이 곳곳에서 느껴지며 나도 모르게 감탄과 존경이 절로 우러납니다.

 

무엇 보다도 책의 첫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아래의 글은 시작 부터 멋진 책의 화두로 등장합니다. 이 책을 통해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멋진 글 입니다. 

 

희망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원래 땅 위에는 길이란게 게 없었다. 하지만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 루쉰 [고향] 중에서 - 

 

이 책을 읽다보면 중국은 앞으로도 한 동안은 많이 혼란 스러울 듯 합니다. 한 편 자유로워 보이지만, 또 한편 지나친 방종과 무질서가 난무하는 듯도 보여 걱정도 됩니다. 이 책을 만나기 전엔 중국이 정확히 어떤 길을 만들어 가고 있는지, 지금 정확히 어떤 상태에 놓여 있는지 도무지 감조차 잡을 수 없었습니다. 그것이 희망의 길인지, 절망의 길인지 짐작하기 어려웠습니다. 중국은 워낙 광활한 땅 덩어리에, 지방마다 다양한 풍속과 문화를 가지고 있어 한 눈에 전체적인 그림으로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중국에 대한 이해와 지식은 여기 저기서 긁어 모은 단편적이고, 체계 없이 잡스러운 것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이 책을 통해 이런 부분이 많이 채워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마치 길 잃어 방황하는 영혼과 같은 모습의 오늘날의 중국 ! 사람이 사람을 잡아 먹는 런츠런의 무질서의 세상 ..

솔직히 이 책 속의 중국의 모습은 너무나 적나라 하여 마치 쇼킹 아시아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느낌도 있었지만, 이 책을 통해 중국을 직시하고 또한 앞으로 중국이 새롭게 만들어 나갈 새로운 길들과 그 방향성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예감할 수 있게 되어 견뎌 내야할 충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에선 무엇보다 오늘날 다양한 중국인들의 속내를 만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사람 냄새가 폴폴 묻어나는 책 입니다. 중국인들의 고민과 중국관, 세계관을 만날 수 있어 좋았고, 그들이 작은 가슴을 통해 품어내고 소화해 내는 커다란 중국의 참 모습을 보게 되어,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중국이 다가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장구한 중국의 역사와 전통 그리고 변화의 양극단 및 그 중간에 어중간하게 걸쳐 방황하는 많은 사람들의 참 모습이 신선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무엇보다 저를 사로잡은 것은 이 책의 저자 랍 기포드의 영국인으로서 중국을 바라보는 시선이 따뜻하고 정감있다는 점 이었습니다. 그의 소소한 생각들과 삶의 철학들, 개인적인 경험담 등이 재밌게 어우러져 있어 지루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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