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여성 No.1 신사임당
안영 지음 / 동이(위즈앤비즈)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신사임당 vs. Super Woman?> 
 
우리가 흔히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에"라는 의미로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이라는 재미 있는 표현을 쓰곤한다. 엄밀히 말해 우리나라에 담배가 처음 전래된 것이 1618년 광해군 때 일본군에 의해서 라고 하니,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은 지금으로 부터 약 400년 전 무렵을 깃점으로 의미를 가지게 되는 표현이다.  

신사임당([申師任堂, 1504 ~ 1551])은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과 비교한다면, 그 까마득한 태곳(古)적 시절 보다도 더 오래전인 지금으로 부터 약 500년 전에 태어나서, "현모양처"로서 그리고 한국의 "여류 서화가"로서 1인 2역을 완벽하게 소화해 내신 분이다. 

신사임당과 같이 "일도 살림도" 잘 하는 여성을 요즘은 Super Woman이라 칭한다. 솔직히 Super라는 단어는 자체가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초인적인" 어떤 것을 의미하므로, 오늘날 신사임당과 같은 여성을 의미하는 Super Woman 이라는 단어는 실상 초인적인 의지력 없이는 존재 자체가 어려워 보이는 "존재 가능성"이 매우 희박해 보인다는 뉘앙스를 내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인선이 신사임당이 되었던 비법은 ...>

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나도 어쩌면 신사임당과 같이 지혜와 기지를 발휘하여 삶을 살아간다면 현대판 신사임당"이 될 수도 있겠다는 자신감이 붙는다. 신사임당의 이름은 인선이라고 한다. 인선이 오늘날과 같은 "신사임당"으로서의 명예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은 어디까지나 "힘" 보단 "지혜"를 통해 삶을 살아가는 법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때에 따라 과감히 포기할건 포기하고, 열심을 다해야 할 일에는 온 열정을 다할 줄 아는 것이 그녀를 만든 최고의 비결이었다.

물론 신사임당의 재능을 이해하고 이를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끝 없이 배려해 주셨던 부모님의 사랑과 올바른 자녀 교육 또한 신사임당을 만드는 든든한 밑거름이 되었던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특히 사임당의 어머니 이씨의 시대를 앞선 아래의 가르침이 가슴에 남는다. 

"그리고 꼭 해 둘 말이 있다. 우리 집 노비들 말이다. 덕배네를 비롯 해서 집사 김씨며 경기도 땅에 논밭 붙이는 소작농들이며 산지기 들이며 수십 명 되는 노비 말이다. 나는 그 사람들이 붙이고 있는 농토의 반씩이라도 그들에게 나누어 주고 싶다. 나는 여자도 글을 배우게 될 날이 온다고 믿는 것처럼 노비들도 해방될 날이 있으리라고 믿는다. 나는 부모 잘 만나서 글도 깨치고 재산도 상속받았지만 사실상 내가 벌어서 모은 재산이 아니지 않느냐. 그들은 일 년 내 뼈 빠지게 일하고 아무리 모아도 논두럭 한 마지기를 사 들일 수 없으니 그런 불공평이 어디 있겠느냐. 그래서 나는 그들에게도 재산을 나누어 주고 싶다. 너희 다섯 딸들 몫이 줄어든다고 섭섭하게 생각하지 말아라. 넉넉한 사람은 나누고, 모자란 사람은 받아야지 이 세상 균형이 잡히지 않겠느냐."
 

<운치있고 멋스러운 책 .. >

내가 몇 백년 전 양반가의 사람으로 태어나 고생을 모르고 자라난 사람이라면 위와 같은 불공평함에 대해 과연 눈을 뜰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더욱 감탄 스러운 대목이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위와 같이 멋스러운 생각들, 아름다운 마음들, 생생한 그림들과 그에 얽힌 일화들, 운치있는 싯구들과의 만남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어떤 싯구들은 마치 내가 신사임당이 되기라도 한 듯 나도 모르게 저절로 나즈막한 목소리고 읊조리게 된다.

단순히 겉멋만 부리는 사람이 아닌 마음의 멋을 한껏 부리고 싶다는 욕심도 생기게 하는 책이다. 특히나 감탄 스러웠던 것은 이 책을 읽고 나서 인터넷을 통해 찾아보게된 신사임당의 그림들의 생동감 넘치는 사실적인 묘사였다. 단순히 현모양처의 고리타분한 옛 사람의 이미지가 세련된 여류 화가의 이미지로 바뀌게 되었다.

이 책 속에서도 소개 되어 있듯이 신사임당의 그림들은 오늘로 치면 마치 사진을 보는듯 생동감이 넘쳤다고 하는데, 책 속의 삽화들은 흑백으로 되어 있어 신사임당 그림의 생동감을 제대로 느낄 수 없었다는 점이 아쉬웠다. 

신사임당이 남편 이원수의 친구들을 모두 깜짝 놀라게 할 정도로 "송알 송알 열매가 맺고 동실 동실 열매가 영글어" 마치 눈 앞에 포도송이를 직접 마주 대하고 있는 듯 생동감 넘치는 그림을 놋쟁반에 그려 냈다는 식의 일화들을 하나 하나 읽어 나가는 재미가 쏠쏠하고, 이와 같은 일화를 떠올리며 인터넷을 통해 그림을 감상하는 즐거움도 매우 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