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릴러문학 단편선 Miracle 1
강지영 외 지음, 김봉석 엮음 / 시작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공포물의 등급에 대하여…>

나는 저급 공포 영화는 딱 질색인 사람이다. 내가 저급으로 꼽는 공포 영화는 탄탄한 스토리와 구성력 혹은 반전 이나 메시지 없이 단순히 관중의 말초적인 두려움만을 끄집어내는 부류다. 그렇다고 이러한 공포 영화가 전혀 무섭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다만, 영화를 본 후 생각나는 공포의 실체를 파헤쳐 보았을 때, 이 공포감의 원인이 뛰어난 스토리 구성력이나 반전 혹은 감독이 의도한 특정 메시지가 아닌 그저 잔혹하고 파격적인 영상에 치중되어 있는 경우 솔직히 속은 기분이 든다. 마치 맛없는 음식을 먹고도 배는 불러오지만, 기분은 썩 좋지 않은 것 처럼, 공포물의 경우에도 내가 저급으로 취급하는 부류의 것들을 대하고 나면, 무섭기는 하지만(솔직히 나는 공포물은 뭐든지 가리지 않고 다 무섭다), 무언가 부족한 느낌이 들어 불쾌감만 남는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공포물은 영화 <식스센스>나 어린시절 즐겨 보았던 <환상특급>과 같이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자신이 속해 있는 시간과 공간을 뛰어 넘어 폭 넓게 세상을 인식하고 바라 볼 수 있게 하는 유쾌함 남는 부류의 것들이다.



<이 책은 정말 무서운가?>

이 책을 읽으면서 솔직히 엄청 무서웠다. 그리고 책을 읽은 직후 더운 여름밤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불을 폭 덥고 잠을 청해야만 했다. 등골이 너무 허전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왜 하필이면 이 책을 한 밤중에 혼자 스탠드 켜놓고 혼자 조용히 읽기 시작했는지, 공포를 더욱 조장하는 절묘한 타이밍을 무심결에 선택해서 읽은 나 자신이 스스로 무척 원망스럽기만 했었다.



이 책은 온라인의 이야기꾼들의 작품 8편을 한 권으로 엮어 만들어 졌다. 어떤 이야기는 불과 20분이면 읽을 수 있는 짧은 분량이고 어떤 이야기는 60분 정도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그래서 독자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시간적 여유에 따라 선택해서 골라 볼 수 있는 것도 장점인 듯 하다.



이 책에는 공포물에 흔히 등장하는 일반적인 요소들이 모두 등장한다. 살인이나 액귀, 정신이상, 싸이코 패스 등등 .. 내가 꼽는 공포의 최고봉은 뭐니 뭐니 해도 인간의 상상력을 뛰어 넘는 반전이다. 이 책에서도 다양한 수준의 반전을 만날 수 있어 즐거웠다. 이 책 속의 어떤 작품에선 솔직히 360도 이야기를 확 뒤집는 뛰어난 반전에 실패를 한 경우도 있는 듯 했다. 또 어떤 작품은 반전일랑 아예 시도도 하지 않은 듯한 황량한 공포만 담겨져 있다. 하지만 또 어떤 작품은 내가 미처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공포로 반전에 성공한 모습이다. 그래서 이 한 권의 책을 통해 공포의 다양한 등급을 두루 맛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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