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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락 타이 생활기 - 쾌락의 도가니에서 살다
다카노 히데유키 지음, 강병혁 옮김 / 시공사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읽다보면 피식 피식 웃음이 절로 나는 부분들이 많았다 ..
그 이유는 바로 내가 5박 6일 이라는 짧은 태국 여행을 통해 대충이나마 느꼈던 태국 사람들에 대한 짧은 인상들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결코 장점일 수 없는 태국인들의 지나칠 정도의 "느긋함" 이라던가, 매춘산업, 태국의 성전환자나 게이들에 대한 이야기에서 부터, 태국 어딜 가나 시원한 콘크리트 바닥과 나무그늘을 떡 하니 차지하고, 마치 게으른 태국 남자를 흉내내기라도 하는 듯 네 다리를 쭉 뻗고 누워 휴양을 즐기는 듯한 정말로 팔자 좋아 보이는 모습의 태국 개들을 마주했을 때 느꼈던 당혹스러움도 되살아 났다.
개는 주인을 닮는 법이라는 이 책의 작가 다카노 히데유키의 분석법도 재밌다. 태국의 개들은 정말 신기할 정도로 유연해 보인다. 마치 뼈가 없는 연체동물 흐느적 흐느적 늘어져 있다. 태국 사람들 처럼 깡마르고 늘씬 늘씬한 모습의 태국 개들은 관광지 어디를 가나 게으른 태국 남자들을 흉내내듯 여기 저기 널부러져 있다. 그 수도 엄청나서 어떤 관광지는 사람반 개반 인 곳도 있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나긋나긋한 무에타이 선수들에 대한 기억도 고스란히 꺼내어 볼 수 있었다. 또한 내가 태국 여행 중 현지 가이드로 부터 들었던 태국인의 미남/미녀에 대한 생각과 기준도 다시금 새록 새록 떠올랐다. 불과 5박 6일의 태국 여행에서 또 한 가지 기억에 남는 것은 내가 평생토록 한국에 살면서 들었던 예쁘다는 칭찬을 훨씬 뛰어 넘을 정도로 "미인"이란 어색한 칭찬을 많이 들었던 점 이다. 그래서 내 개인적으로 태국은 아주 고맙고 친절한 나라로 기억된다. 한국에선 절대 미인 소릴 못 들었던 내가 단지 얼굴이 태국인들 보다 좀 더 하얗다는 이유로 미인이라는 칭찬을 들었던 것 이다. 태국에선 얼굴이 하얀사람을 "부티난다"고 생각하고, 이런 사람을 최고로 잘 생긴 얼굴로 꼽는다는데, 오히려 나를 칭찬하던 태국 사람들이 훨씬 더 아름답고 예뻤던게 사실이었다.
이 책에선 이와 같이 태국인과 실제로 부대끼고 생활하면서 작가가 느꼈던 인상적인 태국의 모습이 고스란히 살아 숨쉬고 있다. 게다가 책의 작가가 일본인 이라는 점도 이 책을 읽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어찌보면 일본의 밤문화도 태국 못지 않게 화려한데도 불구하고 일본인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태국의 밤문화는 여전히 별스러워 보이는 모양이다. 바로 여기에 이 책을 읽는 숨은 재미가 있다. 일본인이 바라보는 태국인의 모습 그리고 그 모습을 제 3자인 한국인인 내가 읽고 있는 상황이 주는 묘한 즐거움이 있다.
이 책의 작가 다카노 히데유키는 태국인의 모습 속에서 역으로 일본인의 모습을 투영해 보여 주고 있다. 가령 일본인의 두껍고 못생긴 O자형 다리를 코끼리 다리 모냥 바라보는 태국인의 시각도 솔직하게 전달하고 있어 재밌었다. 작가는 일본이나 태국,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양국의 차이점이나 특이하고 흥미로운 점들에 대해 사실대로 전달하고, 여기에 솔직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있다.
내겐 단순히 물가 싸고 사람 좋고, 한국과의 거리가 불과 배행기로 6시간 남짓이어서 놀러가기 가까운 휴양지에 불과했던 태국이라가 이 책의 해학적인 설명을 통해 좀 더 새롭게, 좀 더 복합적으로 인식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