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가서 빼먹지 말아야할 52가지
손봉기 지음 / 꿈의날개(성하)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동/서 유럽을 다녀온 후 제일 아쉬웠던 점은 촉박한 일정 때문에 어느 한 곳 여유를 부리며 찬찬히 음미하고 만끽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내 경우엔 패키지 상품으로 여행을 다녀와서인지 여러 나라를 짧은 시간 동안 광대역으로 "넓은 지역을 빠르게" 옮겨 다녔다. 그래서 구석 구석 여행지 저마다의 매력을 깊이 있게 충분히 느끼지는 못했던 것 같아 많이 아쉬웠다. 또한 사전 준비나 공부 없이 무턱대고 패키지 상품에 의존해서 모든 일정을 맡긴 탓에 “보고도 보지 못한 것들”이 너무도 많았음을 나중에야 깨달았다. 마치 어린아이가 황금의 가치를 모르는 상태에서 거대한 황금덩어리를 마주고 있는 것과 같은 상황 이었다. 그래서 유럽 여행 이후 가장 뼈저리게 느낀 진리 중 하나는, 여행은, “특히 유럽 여행”은 “아는 만큼 더 많이 누리고 만끽할 수 있다”는 점 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여행 준비의 시작 단계에서 예습서로, 그리고 여행 준비의 마지막 단계에선 최종 여행 일정의 체크리스트 처럼 활용하면 아주 유용할 것 같다.

한 십년전만 해도 우리나라의 여행서적들은 보통 외국의 론리플래닛 여행 시리즈 같은 책들을 무작정 베낀 듯 딱딱하고 무미건조한 책들이 많았다. 요즘 한창 붐을 이루고 있는 “에세이” 형식의 여행서적들이 독자의 감성을 자극하고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담을 나누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예전의 여행서적들은 단순한 정보나 사실의 전달이 목적이었고, 여행지의 인기도나 중요도와는 무관하게 가능한 많은 정보를 담고 있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었다.

이 책 역시 여행서적의 이와 같은 트랜드에 적극 편승하여 제작된 느낌이다. “에세이” 형식에 더 많이 의존하여 만들어진 이 책은 유럽의 수많은 여행지 모두를 욕심내어 소개하기 보다는, 책 제목과 같이 딱 52군데의 “엑기스” 여행지만을 골라 소개한다. 저자가 경험했던 특별한 에피소드들과 함께 흥미로운 역사적 배경 등이 재미난 이야기 형식으로 읽기 편한 문제로 쓰여져 있다. 마치 방금 유럽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친구로 부터 듣는 흥미로운 여행을 마주하고 있는 기분이 드는 책 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여행지에 대한 다양하고 폭 넓은 정보를 기반으로 선택의 폭을 넓게 가지고 여행 준비를 시작하고자 하는 독자에겐 다소 정보가 협소하고 한정적인 느낌을 줄 듯 하다. 반면, 하나라도 제대로 정확히 알고 깊이 있게 경험하고자 하는 욕심을 가진 독자에겐, 좀 더 많은 도움이 될 듯 하다.

이 책에 소개된 여행지들은 저자 개인 혹은 일부 여행 매니아들에게만 알려진 생소한 미개척지 이거나 이제 막 새롭게 발견된 신 개척지 같은 곳들은 아니다. 누구라도 한 번 쯤 들어봤을 법한, 신문 여행 상품 광고지면의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이름 있는 여행지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것은 보편적으로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유명인들에 대해 좀 더 개인적이고 사적인 정보를 얻어 친밀도를 높여가는 것과 비슷하다. 왜냐하면 유럽의 유명 여행지들의 이름은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긴 하지만, 친밀하게 접하기에는 거리상 그리고 기타 여건 상 제한이 많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12년째 배낭여행 중 이라는 유럽여행에 정통한 저자만의 특별한 에피소드들과 유럽에 대한 가치관들이 녹아 있다. 유럽이라는 광활한 대륙이 간직한 복잡한 역사적 배경과 문화적 특성들이 재밌는 동화와 전설처럼 이야기 되고 있어 책을 읽다보면 저절로 유럽에 대한 환상과 로망이 피어오른다.

앞서 언급했던 것 처럼 이 책은 여행의 구체적인 일정표와 시간대별 이동 경로 등을 세세하게 계획하기에 앞서 가벼운 마음으로 여행지에 대한 로망과 환상을 일깨우는 데 더 제격이다. 그래서 교통 수단이나 지도 등등의 디테일한 정보보다는 여행에 대한 굵직한 테마나 목적 내지는 방향성을 잡는데 도움이 된다. 또한 꼭 여행이 목적이 아니더라도, 그저 재밌는 여행담이 듣고 싶거나, 여행을 좋아하거나, 유럽 문화와 좀 더 친숙해 지고 싶다거나, “상상속의 여행”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에겐 이 책이 딱일 듯 하다.

한 마디로 이 책은 “양보단 질을 추구하는 고품격(?!) 여행자”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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