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중팔구 한국에만 있는! - 인권 운동가 오창익의 거침없는 한국 사회 리포트
오창익 지음, 조승연 그림 / 삼인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덮곤 한 번쯤 읽어볼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나와 같은 일반 국민 말고, 고위 공직자나 정치인들 그리고 지금도 인터넷 포털의 메인 이슈로 떠올라 있는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정권을 표방한 이명박 지지 세력 내지는 검찰, 혹은 한국의 3대 패밀리(호남향우회, 해병전우회, 고대교우회)들이 이 책을 읽고 자신들을 바라 보는 한 인권운동가의 애정어린 관점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 들이고 반성의 기회로 삼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비록 작가의 모든 견해에 전적으로 공감할 순 없었지만, 인권 운동가라는 독특한 저자의 입장과 시각으로 바라본 우리 사회의 여러 모습들 속에서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관점들을 통해 분명 몇 가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가치있다.

 

나의 깨달음은 바로 인간은 너무나도 길들여 지기 쉬운 존재라는 점 이다. 반복성과 집단성의 힘은 너무나도 커서, 아무리 부조리한 것들도 반복성과 집단성의 탄력을 받으면 여기에 당연성과 자연스러움이 배가 되어 부조리에 점점 둔감해 진다는 점 이다. 우리 사회를 다시 한 번 돌아 보고, 올바른 방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주는 책임엔 틀림 없다. 꼭 문제를 제기한 사람이 문제의 해법까지 내 놓아야할 이유는 없다. 만약 어떤 일에 대해 누군가가 용기 내어 문제 제기를 하기 이전 까진 대부분의 사람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모르고 눈뜬 장님의 시야를 가지고 있었다면, 분명 문제를 제기한 것만으로도 새로운 시야를 열어주고 감았던 눈을 뜰 수 있는 진보와 발전의 기회를 주었으므로 문제의 제기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 속의 어떤 문제들은 은밀히 감춰져 있었고, 또 어떤 문제들은 공공연히 그 문제점들이 들춰져 있긴하였으나 아직 누구 하나 올바른 해결책을 내 놓지 않고 방치되고 있다. 이와 같이 이 책은 한국 사회의 여러 부조리한 단상들을 꼬집는다. 때로는 낮뜨겁고 민망할 정도다. 다른 나라에는 없거나 찾아보기 힘든데, 유독 한국의 정치·사회·문화·종교·법률·교육 등의 각 분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한국 사회가 ‘지양(止揚)’해야 할 모습들에 대해 인권 운동가의 시각으로 관찰한 결과를 65가지 소주제로 담고 있는데, 어찌보면 작가의 개인적인 푸념 처럼 들리기도 한다. 더러는 나라 걱정은 작가 혼자서 다 하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하는데, 엄밀히 따지고 보면 우리 국민 모두 이미 깊이 깨닫고 있고 이미 함께 걱정 하고 고민하고 있는 문제들도 많았다. 다만 액션이 부족했을 뿐이었다.

 

신문과 텔레비전이 매일 우리에게 전하는 새로운 소식에 웃고 즐겁기보다는 우울하고 답답하고 절망적일 때가 대부분인데, 이 책 까지 읽고 나면 더 기운이 빠지는 느낌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가 정신적이던 육체적이던 상처를 입었을 때를 떠올려 보면, 이때 상처 치유의 가장 빠른 길이며 시작점은 바로 자신이 가진 아픔과 상처를 직시하는 일이다. 상처와 아픔을 제대로 바라보고 상황에 맞는 적절한 치유약을 찾는 노력이 있을 때 비로소 건강을 빨리 회복할 수 있듯이, 우리가 그동안 외면해 왔던 많은 우리 사회의 부조리와 아픔들을 이제는 똑바로 바라 보고, 건강한 해법을 논의할 줄 아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한 때라 생각한다. 선택 받길 기다리고 이끌려 지기 보다는 좋은 해법들을 선택하고, 올바른 방향성을 제시하고 역으로 우리 사회의 새로운 정치·사회·문화·종교·법률·교육 문화를 이끌어 가는 것이 바로 21세기의 리더형 국민의 모습이 아닐까? 그래서 오늘도 우리는 여전히 달콤한 주말의 휴식을 포기하고 집에서의 편안한 수면을 유보하고 유모차를 끌고서, 아기를 등에 엎고서 촛불 집회에 참석하는 것이 아닐까?!

 

이 책의 작가는 우리가 부조리 앞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저항하고 행동하길 원하고 있는 듯 하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이런 작가의 바램과 주장이 우리 행동의 동기 유발이나 시발점이 될 순 없을 것이다. 정의라는 것은 누군가 애써 말하고 소리치지 않아도 이미 우리 마음속에 살아 숨쉬고 있다. 단지 이 책이 이런 우리 맘속의 올바른 의식들에 좀 더 확신과 힘을 실어줄 뿐이라 생각 한다. 선택과 행동은 우리 각자의 몫일 것이다. 그리고 선택과 행동에 대한 책임 역시 우리 각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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