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톈, 중국인을 말하다
이중텐 지음, 박경숙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1. 음식, 2. 의복, 3. 체면, 4. 인정, 5. 단위, 6. 가정, 7. 결혼과 연애, 8. 우정, 9. 한담 이렇게 크게 9개의 큰 주제를 통해 중국을 이야기 하고 있다.

 

책을 집어 든 순간 '중국인 스스로가 말하는 중국인'의 모습이 과연 얼마나 객관적이고 분석적일 수 있을지 궁금했다. 또한 중국이 요즘 세계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어, 중국에 관련된 책이 우후죽순 대량 방출 되고 있는 실정이어서, 과연 이런 책 들과 차별화될 수 있을지, 이 책을 통해 새롭고 신선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결론적으로 말해, 이 책은 이런 나의 의구심들을 불식시키기에 충분한 좋은 답변을 던지고 있는 책 이다. 한마디로 재미와 지식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한장 한장 읽는 것이 뿌듯한 책이다. 또한 뜻 하지 않게 중국인을 뛰어 넘는 보편적인 삶의 지혜들도 함께 배울 수 있었으며, 무엇보다 작가의 열린 마음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1.음식:음식남녀, 범식주의, 가장중요한 먹고 사는 일, 배고픈 귀신이 제일 불쌍한 나라, 젖주는 사람이 어머니>

중국의 식문화를 떠올리면 제일 먼저 "음식 남녀" 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 이 책 역시 이 부분을 언급 하는 것으로 중국인의 식문화에 대한 설명을 시작 하고 있다. '누군가 말하길, 중국 문화는 먹는 것에서 나왔고, 서양 문화는 사랑에서 나왔다'는 서두의 말 처럼, 중국에서는 무엇이든지 먹는 것과 연결 시키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 만큼 중국에는 먹는 것에 빗대어 표현되는 직업의 이름도 많고, 음식을 통해 사람의 체면이나, 경험 등등을 나타내는 표현들도 풍부하다. 작가는 중국의 이런 관념이 상당 부분 배고픔에 기인한 것이라 설명 한다. 사실 중국에서는 먹고 사는 일이 중요한 일일 뿐 아니라 기본적인 권리를 의미하기도 한다고 한다. 중국 고대 전제 주의 사회에선 관리나 백성들 모두 사상권이나 언론권이 없었을 뿐 아니라 프라이버시나 알 권리 같은 것도 없었으나, 특이하게 '먹을 권리'만은 있었다고 한다. 젖 주면 엄마라는 말은, 듣기 좋지는 않지만 아주 실제적인 표현이라 말 한다. 그 밖에도 중국의 담배, 술, 차 등의 접대 문화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2.의복:비범한 의미, 문명과 야만의 구분>

중국에서는 어느 나라에서도 그렇겠지만, '세상 사는데 먹는 것, 입는 것이 제일이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음식과 의복 모두 중요하다. 또한 특이하게 이 둘이 서로 얽히고 설켜 있다. 중국의 여러 한자의 예를 들어 작가는 이 둘의 밀접한 관계를 설명 하고 있는데, 매우 흥미로웠다.

작가의 말 처럼 원래 의복은 문화의 상징이자 표지로, 문화의 유무 문명과 야만, 진보와 낙후의 분수령을 의미 하는데, 이는 중국에서도 마찬가지 였다. 중국인이 '오랑캐 복장'을 하면 멸시를 받는 것이 바로 그 예이다. 또한 중국에선 '나체'가 되는 것은 예로 부터 무례를 범하는 것을 의미 하여, 근대 중국에서 나체 예술과 보디빌딩이 여러번 좌절과 풍파를 겪게 되었다는 설명도 재밌었다. 또한 중국에선 함께 밥을 먹는 것은 좋아해도, 다른 사람과 옷을 바꿔 입는 것은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는 옷이 몸에 가장 가까운 물건이므로, 중국인에게는 한 사람의 의지와 함께 자기 자신 그리고, 신체와 동일한 것으로 이해되었기 때문이다.

 

<3.체면:생명의 끈, 죽어도 체면, 타인과 마주하기 위함, 체면이 있으면 환영 받는다. 체면은 또 다른 체면을 낳는다. 빌려 쓸 수도 있다>

이 책에서 가장 재밌었던 부분이자, 가장 오묘했던 부분이 바로 중국인의 체면에 관한 생각이었다. 중국인의 인간관계는 체면에 따라 처리되고 유지되며, 사회생활 역시 체면에 따라 결정 되고 만들어 질 정도로, 중국인은 죽어도 체면을 지키려 한다. 실제 체면을 차리는 것은 작가의 말대로 엄밀히 말 하면, '타인과 마주하기 위해서"이다. 따라서 스스로 체면을 잃거나, 다른 사람의 체면을 상하게 했다면, 마주할 수 없고 스쳐 지나가는 관계가 될 수 밖에 없다. 마주해야 할 사람과 마주하지 못하는 경우는 중국인에 있어선 '옳지 않음', '부정확' 그리고 과실과 오류를 의미 한다. 

 

그렇다면 중국인은 상한 체면을 어떻게 보상할까? 이에 대한 작가의 논리 역시 아주 흥미로웠다. 두 사람이 마주 했을 때 한 쪽의 체면이 깍이면, 다른 쪽의 체면이 산다. 이쪽의 체면이 많이 손상될 수록, 상대방의 체면은 빨히 회복 되므로, 스스로 자신을 깍아내리는 것이 중국인에겐 상대방에게 보상하는 길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체면이 대단한 사람이거나, 윗사람일 경우, 이런 방법은 적합하지 않으므로, 이 경우엔 상대방에게 더 큰 체면을 세워주는 것이 방법이 된다. 

 

체면이 있으면, 쓸 줄도 알아야 한다. 체면이 있는데 쓰지 않거나, 반대로 남용하는 것은 잘못이며, 체면은 반드시 알맞은 때와 장소와 분위기에 써야하는 것이 체면의 적시 원칙 이다. 체면은 또한 다른 사람의 덕을 보는 것 처럼, 빌려 쓸수도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 말 한다.

 

체면을 빌려 왔든, 자기의 것이든, 사용할 때 항상 적당한 정도를 파악해야 한다는 작가의 충고가 한국인인 나에게도 마음에 와 닿았다. "작은 체면으로 큰일을 하면 일은 이루지 못하고 다른 사람에게 무시 당할 수 있으며, 부끄러운 일이다. 튼 체면을 작은 일에 쓰거나 다른 사람이 '크게 과장했다'라고 생각하게 하거나 '힘만 믿고 사람을 기만했다'라고 보이면 마찬가지로 부끄러운 일이다."는 말은 우리 한국인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 말인 듯 하다.

 

 

"처세는 반드시 세상 물정을 알아야 한다. 세상 물정을 모르면 처세를 할 줄 몰라 다른 사람의 체면을 상하게 할 수 있다. 또한 다른 사람을 인정하지 못 하거나, 다른 사람을 알아보지 못해서 다른 사람의 가면에 속을 수 있다. 남에게 나쁜 짓을 하면 욕을 먹고, 속으면 손해를 본다. '인정과 세상 물정'은 실제로 커다란 학문이다. 모든 중국인이 반드시 열심히 공부하고 연구하며 심지어는 평생 노력해서 배워야 할 필수 과목이다.  

 

<4.인정:보답이 기본 법칙>

중국인은 보답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 한다. 중국인에게 '은혜를 입었으면 은혜를 갚고, 원수를 졌으면 원수를 갚는 것"이 불변의 진리라 한다. 작가는 둘을 비교하면 중국인은 원수를 갚는 것 보가 은혜를 갚는 것을 더 중시 한다고 한다. 즉 은혜에 대한 보답은 장려하고 복수에 대해선 제한을 가하는데, 이는 중국인의 '단체 의식의 근본'한 사고 방식에 그 뿌리가 있다고 한다. 이 책 중에서 유일하게 100% 동의 하지 못한 부분이긴 하지만, 나름 일리가 있는 설명이 뒷받침 되어 설명이 논리적 이었다.

 

<5.단위:중국인의 생존 근거, 밥그릇의 의미, 단위와의 결별의 필요성>

중국인에게 직장이나 소속, 근무처를 뜻하는 것이 바로 '단위'라고 한다. 이 책을 통해 새롭게 배우게 된 개념이다. 은 보답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 한다. 주목할 점은 대부분의 중국인들이 자신의 단위를 옹호한다는 점 이다. 또한 이와 같은 단위, 즉 우리 사회에선 혈연, 학연, 지연으로 표현 되는 단위와 이별 할때 비로소 중국인은 진정한 현대화를 이루고, 자아의 각성과 독립적인 인격 형성을 이룰 수 있다는 지적 역시 예리하고 현명한 지적이었다. 이 대목에서 저자 이중톈에 더욱 매료되었다.  

 

<6.가정:나라의 근본, 가정과 나라는 하나, 가정 천하, 관본위의 폐지 필요성>

'가정과 국가는 하나'라는 중국인의 오랜 관념과 제도는 여러 경계를 모호하게 하고 얼토 당토 않은 말들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중국의 공사 구분 역시 모호했었다고 말 한다. 작가는 심지어 "중국인은 공사를 구분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까지 말 한다. 이로 인해 발생된 관본위는 국가와 사회를 관리 하기 위해 관직을 만들게 되는데, 이 것이 본위가 되는 현상을 말 한다. 하지만, 오늘날의 중국에선 여전히 관직을 가진 사람 개인의 직함이 본위가 되고 권력이 남용되는 경우가 발생 하는 듯 하다. 작가는 대중의 이익과 의지가 본위가 되어야 하므로, 관본위를 폐지 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 말 한다.

 

<7.결혼과 연애:과거=사랑 없는 결혼, 결혼 당사자가 아닌 가족들의 일, 지금=결혼 보다 빠른 이혼, 결혼과 사랑의 시련의 시대>

중국의 전통 사회에선 줄곧 결혼은 당사자의 일이 아닌 가족들의 일이었다고 한다. 저자의 <예기>의 인용 처럼 '남녀가 서로 만나 위로는 종묘를 섬기고, 아래로는 대를 잇는다"는 것이 결혼을 의미 했으며, 결혼을 통해 첫째, 남녀 가족이 친척의 인연을 맺고, 둘째, 남자 쪽 가족이 혈통을 잇는 목적을 이루게 되는 것을 의미 했다.

 

하지만 보수적인 이미지의 중국에서도 내 예상과 달리, 결혼은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파격적이고 다양한 의미를 지닌다. 이혼의 속도가 빨라진 반면, 결혼의 속도는 늦어졌으며, 그럼에도 여전히 여른들은 결혼을 재촉하는 반면, 젊은이 들은 동거는 할 지언정 결혼 하려 들지 않는다. 이 것이 바로 오늘날 중국의 결혼 풍속이다. 결혼이 갈 수록 늦어지고 어려워 지는 것은 사람들의 요구도 함께 높아지기 때문이며, 결혼을 하려면 고려해야 할 많은 문제들 때문이라 한다. 

 

결혼, 가정과 마찬가지로 오늘날 중국에선 사랑도 역시 시련을 겪고 있는데, 기성세대들은 이러한 시련에 맞서기 보단, 변화되는 이 시대의 결혼과 연애에 대한 다양하고 신선한 사고들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 필요성이 있다는 말로 이 파트는 마무리 되어 있다. 다시 한 번 작가의 열린마음, 너그러움, 그리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여유로움을 엿 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8.우정:중국인은 우애와 우정을 중시>

친구 사귀는 마음가짐에 대해 뜻 하지 않게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사실 이런 기본적인 교훈들을 기대하진 않았지만, 이와 같이 곳곳에 숨어 있는 뜻 밖의 충고와 조언들이 내심 반가웠다. 군자의 친구 사귀는 원칙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친구를 사귀는 일은 첫째, 억지스럽거나, 함부로 사귀는 것이 아닌, 자연스러운 사귐이어야 하며, 둘째, 공리를 초월하여 '이익' 때문에 결탁하는 것이 아닌 오직 의리 때문에 친구가 되어야 하며, 셋째, 절대 의심을 품지 말고 진실해야 한다는 점 이다. 그리고 넷째와 다섯째로 관용과 용기를 가져야 한다는 내용이다.

 

<9.한담:한담의 다양한 용도>

한담은 서로간의 사이를 좋게 하고, 감정을 돈독하게 한다. 하지만 한담은 한담일 뿐이다. 나와는 무관하고, 경중을 따질 필요도 없으며, 정력을 쏟을 필요도 없고, 관점 차이로 싸움이 날 일도 없는 것이다. 하지만 실상 한담은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 때로는 오용되기도 한다. 작가는 인간의 심리적인 측면을 통해 한담을 분석하기도 하고, 남성과 여성 각각의 한담의 의미 그리고 한담의 용도에 따른 다양한 모습을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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