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 슬립 - 전2권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이수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정말 재미있다, 하지만 마냥 웃어 넘길 수 없는 묵직한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다. 그건 바로 인간의 자기 모순, 그리고 그 모순을 끌어 안고 살아가고 있는 우매함에 대한 경종일 듯 하다>

정말 재미있게 단숨에 읽어내려 간 책 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저 단순한 즐거움 만을 겨냥하고 있는 책은 아니다. 20세기인 1944년의 가치관을 가지고, 50년 후인 21세기의 2001년을 “별세상”처럼 바라보는 과거사람 이시바 고이치의 시선을 통해, 거꾸로 21세기인 2001년 현재의 가치관을 가지고, 50년 전으로 시간을 역행하여 20세기의 1944년 일본을 바라 보는 미래사람 겐타의 시선을 통해, 시간의 흐름에 따른 인간 가치관의 변화와 함께 오늘을 살아 가고 있는 현대인의 삶의 모습들에 대해 묵직한 되새김을 해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되새김을 통해 전쟁은 결코 인간 삶의 목적이 될 수 없는 허망하고 무가치한 것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는 책의 마지막 부분의 아래와 같은 고이치의 독백에서 다시 한 번 강조 되고 있다. 결국 전쟁은 개인에게 희생만을 강요할 뿐, 참된 인생의 의미를 줄 수 없는 무가치한 소모전에 불과하다는 것 이다.

"전쟁이 끝나버렸다. 2002년 바닷가에서 고이치는 한참 동안 탄식했다. 자신의 모든 것이 부정당한 심정이었다. 가슴에 뻥 뚫린 구멍은 그제 미나미와 갔던 섬 남쪽 해안에 있는 냐티야 동굴 보다 깊고 컸다. 20년이라는 세월 동안 쌓아온 것이 한순간에 와해 되어버린 상실감은 상상했던 것보다 컸다."

그렇다면 왜 작가는, 고이치를 반세기 후의 일본으로 방출하고, 반대로 겐지를 반세기 전의 일본으로 그것도 각자의 나이 그대로 되돌려 보낸 것 이었을까? 아마도 현대를 살아가는 오늘날에도 끊임 없이 반복되고 있는 전쟁의 무의미함을 일깨워주기 위한 것은 아니었을까? 2000명이 넘는 희생자들을 만들어낸 911로 작가는 오늘날의 다양한 양상을 지닌 크고 작은 전쟁들은 대변하고 있는 듯 했다. 과거로부터 계속 이어지던 이러한 전쟁들은 여전히 그 끝을 알 수 없다. 인간은 언제쯤 자기학대적이고 무의미한 전쟁을 되풀이하는 스스로의 우매함을 깨닫고 이 전쟁들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 것인가 ?! 바로 이런 고민에 대한 유일한 해법이 바로 사랑임을 일깨워 주기 위한 것이 작가의 의도는 아니었을까? 하고 짐작해 본다.

<그럼에도 역시 재미 있다>

다소 묵직한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음에도 이 책은 시종일관 명랑하고 재미있다. 이 책의 어느 한 부분에서 아래와 같이 정의 된 것과 같이, 인간성이란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양 갈래로 갈라지게 되는 특질인지도 모르겠다.

"자기보다 지위가 높은 사람에게 고통이나 굴욕을 받아본 사람 중에는, 자신이 그 자리에 올랐을 때 과거의 원한을 풀려고 똑 같은 짓을 저지르는 인간이 많다. 물론 그런 대접을 받고도 아랫사람에게 똑같이 행동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인간성이라는 건 그런데서 갈리는 게 아닐까."

이와 마찬가지로, 이 책은 갑작스런 시간 이동을 통해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난처한 두 주인공의 상황, 그리고 공포스러운 전쟁의 상황 속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다. 아래에 묘사된 내용은 1945년의 가치관과 배경지식을 지닌 고이치의 관점에서 설명된 현대 일본의 정치인, 고이즈미의 모습니다. 책 속에선 구체적으로 인물의 이름이 언급되어있지 않았지만, 이 대목에서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은 누구나 “고이즈미”를 떠올리며 웃음 짓게 된다. 이 책은 시종일관 이와 같은 즐거운 유머들을 무수히 쏟아 낸다. 때로는 인간의 실수와 우매함 속에서 비롯되는 이런 웃음들을 통해 어쩌면 작가는 삶을 바라보는 즐거운 태도와 함께 인간의 유일한 삶의 목적은 사랑이라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던 건 아닐까 하고 또 한 번 생각 해 보게 된다.

"화면에는 반백의 머리를 작가처럼 기른, 서양 개 같은 용모의 일본인이 성조기로 장식한 방에서 덩치 큰 백인 남자와 악수 하는 장면이 나왔다."

<내용을 이해하는데 큰 문제가 없는 소소한 문맥상의 오류들이 많이 발견되었다>

이와 같이 재미와 교훈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이 멋진 작품에도 조금은 아쉬운 점이 남는다. 내용을 이해하는 데 큰 문제가 없지만, 읽다 보면 다소 거슬리는 소소한 문맥상의 오류들이 자주 발견된다는 점 이다. 주로 주어가 아래와 같이 두 번 반복된 것들인데, 마치 번역기로 한 번 돌리고 난 내용들에 2차적으로 편집만 가하여 번역해 낸 것 같은 인상을 주는 부분들 이다. 물론 전체적인 내용과 구성을 놓고 보면 충분히 눈감아 줄 수 있는 미미한 오점들이긴 하다. 그럼에도 “옥에 티”처럼, 못내 아쉬운 부분들이 아닐 수 없다.


106 쪽: 탄광촌에 서 살면서도 되었어도 모든 것이 그런 식이었다.
124 쪽: 아래서 두 번 째 줄 : 시선이 마주치자 후미코는 늘 그랬던 것처럼 후미코는 눈길을 피했지만 1초 정도는 눈을 마주쳐 주었다.
216 쪽: 장식장을 한 바퀴 둘러보고 약품 병을 꺼내온 남자는 그는 자리에 앉은 겐타에게 마른 ... 222 쪽: 하지만 아직 힘도 들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는 걸 눈치 챈 미나미는 겐타는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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