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와 권력
아서 제이 클링호퍼 지음, 이용주 옮김 / 알마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지도와 권력>의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첫째, 주석만 70여 페이지 라는 점 이다. 총 300여 페이지 분량 중 약 70 페이지 가량이 주석으로, 책의 뒷 부분(페이지 233~301)에 할애 되어있다. 주석문이 별도로 떼어져 있지 않고, 각 페이지 하단에 바로 표시 된 경우, 주석문을 읽다가 문맥의 흐름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뒷 부분에 따로 주석문만 모여 있는 경우, 읽던 부분을 제쳐 두고 뒷 부분을 펼쳐 봐야 하므로, 가끔 번거로운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내 경우 이와 같이 주석이 많이 달린 책은, 주석만 별도로 구성 되어 있는 편이 휠씬 좋다. 독자가 글을 읽는 흐름을 놓치지 않으면서 전문적이고 세부적인 지식 보다는, 핵심적인 주제에 보다 집중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주석문은 많은 반면, 첨부 되어 있는 지도나 그림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지도"라는 비쥬얼한 대상을 소재로 그 발달 과정을 역사/정치/종교와 함께 지정학(Geopolitics) 중심으로 다룬 내용임에도, 이와 관련된 지도나 그림이 거의 없다. 그나마 첨부되어 있는 몇 장 안되는 지도들 역시 흑백 이며, 설명 역시 단편적이어서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만약 내용과 관련된 지도들을 많이 첨부 했더라면, 독자의 이해력도 높이고, 전체적인 책의 완성도 역시 높일 수 있었을 것 이다. 좋은 책에 대한 욕심이 있는 독자라면, 책 한권을 통해 그 속에서 다루고 있는 대상에 대한 지적인 호기심이 모든 부분에서 두루 해결되길 원한다. 특히 비쥬얼한 대상을 다루는 책이라면, 시각적인 궁금증이 삽화나 사진을 통해 바로 바로 해소 될 수 있는 책을 원할 것 이고, 이러한 책에 소장 가치를 높게 매길 것 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중엔 책에 등장하는 여러 지도들을 다른 지도책을 통해 찾아보거나 인터넷 서핑 등의 추가적 활동을 통해 구해내야 했다. 혹시라도 개정판이 출간 된다면 이 점이 꼭 보완 되었으면 좋겠다. 

셋째, "아이로니컬"이라는 수식어가 번역 없이 자주 등장 하는 점이다. 번역을 하신 분 께서 뉴욕 주립대학교(올버니 캠퍼스)에서 영문학 석사를 받으시고, 한양대학교에서 영어영문학 학/박사를 취득하신 분 임에도 "ironocal"이라는 단어를 일일이 문맥상의 의미에 따라 한국어의 묘미를 살려 번역해 내지 않으셨던 점이 내겐 참으로 ironical 하게 느껴졌었다. 

마지막 네 번째는, 작가의 지도에 대한 객관적인 관점이다.

작가 아서 제이 클링호퍼는 지도를 거꾸로 뒤집어 보고, 이리 저리 굴려 보기도 하고, 지도의 양쪽 끝 부분을 붙여 보기도 하듯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지도에 대한 일반적인 상식들에 대해서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상식에 대해 과감히 도전하라고 말 한다. 

아서 제이 클링호퍼는 지도가 경험된 실체의 "각색"을 통해 나온 결과물이라 말한다. 지도는 세계의 역사와 정치를 묘사하는 데 필수적인 것이지만, 이것은 단지 반영(Projection)에 불과 하므로, 이러한 이미지들에만 집중하지 말고, 새롭고 다양한 시각으로, 지도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함께 지도를 만드는 제작자들 그리고 그에 대한 보이지 않는 후원자들의 영향력 까지도 폭 넓게 생각해 보라고 경고 한다. 
 


지도는 때론 "현실을 넘어선 소망과 정치의 산물"이며, 때로는 "가능한 모든 현실 중에서 일부를 선별적으로 재현한 것"에 불과 하기도 하다. 이 때문에 지도에 표기된 것 보다, 배제된 것들에 의해 지도를 제작한 제작자의 목적이 드러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지도는 때론 의도적이고 정치적인 침묵을 통해 사실을 왜곡 하기도 하고 소수 민족을 무시 하기도 한다. 제국 시대의 기반은 강자의 '발견'이었고 반면 약자는 '발견'되었으며, 아시아 사람들은 유럽인들이 자신들을 그렇게 분류하기 이전엔 스스로를 '아시아인'이라고 인식 하지 않았다(An Asia that isn't the East)고 한다.  


 

이 책엔 지도에 얽힌 위와 같이 혁신적이고 재미난 지식들이 넘쳐 난다. 단순하게만 바라 봤던 지도속의 지명, 대소문자, 문구, 기호, 화살, 데이터, 색깔, 점선과 실선 ... 등등이 이 책을 읽은 후엔, 보다 다양한 의미로 새롭게 다가 오게 됨을 느낀다. 그 동안 내가 단순하게 동서남북, 위 아래로 방향을 잡아 읽어 냈던 지도가, 보다 넓은 우주적 관점에서 새롭게 읽혀지는 계기가 되었다. 

*이 책에서는 오타를 찾아 보기 힘들었는데, 딱 한 군데 유일하게 발견한 오타 부분 입니다.
페이지 65_여섯번째 줄 = 제 2 언어 사용자들이 큰 규모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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