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日記 - 황정은 에세이 에세이&
황정은 지음 / 창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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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린 채 움직이지 못했다. 얼마간 정적이 흐른 뒤 서로가 서로를 놀란 얼굴로 돌아보았고 지갑을 쥐고 있던 다른자리 손님이 여태 놀란 얼굴을 하고 다른 사람들의 얼굴을살피듯 보면서 뭐야 대포야, 하고 말했다. 두번째 천둥이울릴 때까지 사람들은 거의 움직이지 않은 채 창밖을 주시했다. 파주에서 파주 시민으로 듣는 천둥소리는 서울에서서울 시민으로 듣는 천둥소리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그때알았다. 서울에서도 가끔 그런 걸 겪곤 했지만 종전 아닌휴전 국가의 구성원으로 살고 있다는 불안이 그 정도로 상승한 적은 없었다. 대포 소리 같네, 정도였지 뭐야 대포야, 정도의 불안으로 상승한 적은. - P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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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창문 - 2019 제13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편혜영 외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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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희, ‘기괴의 탄생’

나는 열불이 났지만 치밀어오르는 말들을 그냥 온더락으로 얼렸다. 보태면 길어지니까. 위스키를 목구멍으로 흘려보내느라 말할 틈이 없어진 건 좋았지만 하지 못한 말들이 쌓이고 쌓이면서 아주 불편한 질감의 체기가 느껴졌다. 지난 계절의 일이었다. -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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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제13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임솔아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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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에 대해 쓰지 못하면 지금의 내가 그때의 나로부터 얼마만큼 멀어졌는지 나 자신에게조차 증명할 길이 없을 것만 같았으니까.
하지만 그날에 대해 쓸 때마다 나는 어김없이 내 한계를 확인하고는 지운다. 어느 날은 내가 너무 투박한 나머지 우리를 흐릿 -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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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제13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임솔아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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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운 작가노트

일기보다는 일지에 가깝고 일지보다는 메모에 가까운 하루치의 흔적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니 별것도 아닌 듯한 그 하루들이 이 소설과 완전히 무관하지는 않은 것 같았다. 내심 내가쓴 건 처음부터 끝까지 허구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런 건 애초에 불가능하지 않으냐는 반문처럼 한동안 까맣게 잊고 있었던일상의 조각들이 소설 곳곳에 자리하고 있었으니까. 때로는 어떤단어나 문장으로 치환되고 때로는 행간의 여백이나 분위기로 변형되어서, 어떤 것은 영영 나만 감지할 수 있는 모습으로… - P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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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제13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임솔아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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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공원에서’

무척이나 좋아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건 처음에는 너무뜬금없고 이상한 감정처럼 느껴졌는데 점점 선명해졌다. 뜻대로된 적은 별로 없지만 나는 사는 게 좋았다. 내가 겪은 모든 모욕들을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극복해내고 싶을 만큼 좋아한다. 그렇게해서라도 사는 건 좋다. 살아서 개 같은 것들을 쓰다듬는 것은 특히나 더 좋다. - P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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