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나는 그게 마음에 들었다. 내가 현실의 알리바이를 모두 소거한 허구를 만들어냈다는 기쁨보다는 결국 무엇을 쓰더라도 나를 경유하지 않을 수 없다는 한계를 확인하는 게 더 좋았다.
전혀 의도하지 않아도 내 일상이 어떤 식으로든 소설에 담긴다는게 좋았고, 살아가는 일과 쓰는 일이 동떨어져 있지 않다는 게 좋았다.
소설과 삶이 서로에게 무용하지 않음을 증명하는 것. 소설과삶이 서로를 외면할 수 없음을 확인하는 것. 요즘 내게 점점 더 중요해지는 건 바로 이런 일들인 것 같다.
내모든소설에서 삶을 말끔하게 분리하는 노력이 아니라 소설과삶사이의 복잡한 긴장을 버티는 노력을 하고 싶다. 완전무결해지려는노력이 아니라 그럼에도 천천히, 조심스럽게 연루되어보려는 노력을 하고 싶다. 어차피 어려운 일이라면, 그래도 무릅쓰고 싶다면 그게 더 좋을 것 같다. - P1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