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안 파는 빵집 - 꿈꾸는 대로 살아가고 싶은 기록하는 사람 빵이의 영감 아지트
차에셀(빵이) 지음 / 밝은세상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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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동안 그저 평범하게, 남들 하는 만큼만 살아가려고 무던히 애써왔다. 뒤처지지 않기 위해 하루의 빈틈을 촘촘히 메우듯 살아냈고, 해야 할 일들로 빼곡해진 시간표를 따라가며 그렇게 바쁘게 흘려보낸 하루 끝에서야 겨우 안도하곤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마음이 자꾸만 제자리를 찾지 못했다. 겉으로는 그럴듯하게 정돈된 하루인데, 속은 어딘가 퍽퍽하고 메마른 느낌. 이게 정말 맞는 걸까, 왜 이렇게 애쓰는데도 나는 여전히 불안하고 답답한 걸까. 그러던 중 『빵 안 파는 빵집』을 읽게 되었다. 읽어 내려가는 동안, 눌려 있던 감정이 어느 순간 ‘빵’ 하고 터지듯 환하게 열렸다. 단단히 굳어 있던 생각이 스르르 풀리고, 오래 얼어 있던 마음이 서서히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 🫠

『빵 안 파는 빵집』의 저자도 비슷한 시간을 지나왔다. 남들이 정해놓은 기준에 자신을 끼워 맞추려 애쓰다 문득 멈춰 서게 되는 순간들, 그 틈에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시간들을 만난다. 하지만 그 흔들림과 방황의 시간 속에서도 저자는 조급해하지 않는다. 오히려 빵을 굽던 불을 살짝 낮추고, 시간을 들여 천천히 자신의 삶을 돌본다. 그리고 일상의 가장자리에서 반짝이던 작고 소소한 기쁨들을 하나씩 건져 올린다.

저자가 발견해내는 순간들은 화려하지 않지만 막 구워낸 빵처럼 은은한 온기를 품고 있고, 한 입 베어 물면 퍼지는 고소함처럼 오래 남는다. 무엇이 나를 안심시키는지, 언제 나는 나답게 숨 쉬는지를 가만히 들여다보는 태도는 그렇게 차곡차곡 쌓인 시간들을 결국 그만의 취향이 가득한 하루와 그만의 향을 지닌 삶으로 이끈다.

『빵 안 파는 빵집』을 덮고 나서야 내가 붙잡고 있던 기준들이 꼭 나를 위한 것은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삶은 그렇게 애써 밀어붙일수록 나의 마음은 쉽게 메마른다는 것 또한 깨달았다. 그래서 나는 이제 잘 살고 있는지를 증명하기보다, '나를 가장 좋은 곳으로 데려가주는 것들'은 무엇일까 고민하며, 내가 정말 나답게 살고 있는지를 묻는 쪽으로 하루를 완성해 보려 한다. 완벽한 하루를 기다리기보다, 조금 어설퍼도 결국 내 마음이 향하는 쪽으로 말이다.

어쩌면 지금까지의 나는 퍽퍽하고 메마른 빵을 억지로 삼키듯 하루를 버텨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제는 그 위에 천천히 버터를 발라보려 한다. 서두르지 않고, 내 온도에 맞게 스며들도록. 그렇게 스며든 온기와 고소함이, 나의 하루를 조금 더 부드럽고 따뜻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

📚 출판사로부터 선물 받은 도서를 정성껏 읽은 후, 자유롭게 작성한 저의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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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당신은 태도가 아니라 인생을 탓하는가 - 아침과 저녁, 나를 위한 철학 30day 고윤(페이서스코리아)의 첫 생각 시리즈 3부작 4
고윤(페이서스 코리아) 지음 / 딥앤와이드(Deep&WIde)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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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인생을 탓하기 전에, 마음의 태도를 살피는 시간

철학은 종종 현실과 동떨어진 것으로 오해되지만, 사실은 삶 속에서 순간순간 가장 현실적으로 힘이 되는 도구다. 고윤의 『왜 당신은 태도가 아니라 인생을 탓하는가』는 동서양 60인의 사유를 통해, 우리가 겪는 삶의 무게가 세상의 가혹함 때문이 아니라 그것을 받아들이는 ‘태도’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여러 인물 중에서도 내가 가장 여러 번 읽은 곳은 시인 윤동주 편이었다.

"나는 내가 잃어버린 것을 찾기 위해 살아간다."

나라를 잃은 어두운 시대 속에서도, 시인은 상실된 것들을 되찾기 위해 살아간다. 그리고 어둡고 암울하던 그 모든 순간에는 그의 아름다운 단어와 문장들이 환하게 빛나고 있다. 결국 중요한 건 고통스러운 사건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일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태도로 살아가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책을 읽으며 다시금 마음 깊이 새기게 되었다

저자가 혈액암을 겪으며 비극 속에서도 살아갈 이유를 발견했다는 부분 역시 내 개인적인 경험과 맞물려 더욱 절실하게 다가왔다. 몇 해 전 어머니가 갑작스럽게 암 진단을 받았는데, 당시 나의 세상은 한순간에 무너져 내리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한 항암 과정을 곁에서 함께 하며, 나는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삶의 중요한 부분들을 발견하기 시작했다. 당연하게 여겼던 일상의 가치와 소소한 행복을 왜 그동안 모르고 살았던 걸까. 음식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것도, 두 발로 산책을 할 수 있는 것도, 그리고 우리가 숨을 내쉬는 것조차 어느 것 하나 당연한 것이 없었다. 암이라는 비극 덕분에, 이제 나는 예전보다 훨씬 더 풍요롭고 단단한 삶을 살아내고 있다.

이렇듯 결핍은 우리를 다시 일어서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시인 윤동주와 저자를 통해 다시 한번 선명하게 확인했다. 고통의 끝에서 길어 올린 그들의 사유는 이제 내 삶을 지탱하는 또 하나의 단단한 이정표가 되었다.

『왜 당신은 태도가 아니라 인생을 탓하는가』를 통해 철학은 책 속에 박제된 문장이 아니라, 아무 일 없는 오후를 오롯이 누리는 평온한 순간 그 자체가 되었다. 매일을 조금 더 나답게, 그리고 우리 곁의 소중한 것들을 더 뜨겁게 사랑하며 살아내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시간이 더 지나고 이 책을 다시 읽을 때는 지금의 나보다 더 성숙한 태도로 일상의 작은 행복들을 정성껏 돌보고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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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오후에는 잃어야 얻는다 - 흔들리는 영혼을 위한 카를 융의 말
칼 구스타프 융 지음, 변지영 옮김 / 더퀘스트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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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오후, 나를 이해하는 시간


이 책은 카를 구스타프 융의 사상을 자세하고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보다, 핵심 문장들을 골라 담아 보여주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처음에는 가볍게 읽히는 듯하지만, 막상 읽다 보면 한 문장씩 멈춰 서게 되는 부분이 많다. 길게 설명하지 않는데도 오히려 더 오래 생각하게 만드는 책.

이 책이 말하는 핵심은 단순하다. 인생에는 ‘오전’과 ‘오후’가 있고, 두 시기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흘러간다는 점이다. 오전이 무언가를 이루고 넓혀가는 시간이라면, 오후는 돌아보고 이해해가는 시간이다. 같은 방식으로 계속 애쓰는데도 예전처럼 나아가지 않는 느낌이 든다면, 그것은 부족함 때문이 아니라 방향이 바뀌었기 때문일 수 있다. 이제는 더 밀어붙이기보다, 지금의 나를 어떻게 바라볼지 고민해야 하는 시기다.

이 과정에서 ‘페르소나’와 ‘그림자’라는 개념을 언급하는데, 우리는 사회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 가면을 쓴다. 문제는 그 가면이 점점 익숙해지면서 진짜 나를 가리게 된다는 점이다. 그렇게 외면해온 감정과 욕망은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는데, 이 책은 그것들을 없애야 할 것이 아니라, 외면하지 말고 받아들이며 함께 이해해가야 할 부분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결국 인생의 오후는, 나를 이루고 있는 여러 모습들을 구분하거나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이어가는 시간이다.

책을 덮고 나니, 지금까지 당연하게 여기며 붙잡고 있던 기준들을 다시 보게 된다. 성실해야 한다는 믿음, 끝까지 버텨야 한다는 태도, 타인의 기대를 놓치지 않으려는 마음. 그런 기준들에 맞추어 살아오는 동안, 카를 구스타프 융이 말한 것처럼, 그렇게 애써 외면해왔던 나의 다른 모습들 역시 여전히 내 안에 남아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된다. 그 모든 것들은 나를 지탱해온 힘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나를 지치게 만든 이유이기도 했다. 지금 필요한 건 더 애쓰는 일이 아니라, 외면해왔던 나의 모습들까지 포함해 나 자신을 다시 이해해보는 일이다.

결국 인생의 오후는 더 많이 가지는 시간이 아니라, 바깥을 향해 증명하던 삶에서 벗어나, 복잡한 외부의 요인들을 정리해가며 나 자신을 이해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는 시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열심히 살고 있지만 지금의 삶이 막막하게 느껴지거나, 같은 자리를 맴도는 듯한 기분이 든다면 이 책은 좋은 출발점이 되어 줄 것이다. 특히 인생의 ‘오후’로 접어들며 이전과는 다른 방향을 고민하게 되는 시기에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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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에 밑줄 치지 말 것 - 정답만 찾는 시대, 농담처럼 읽는 삐딱한 예술 이야기
오후 지음 / 서스테인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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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 긋지 말라는데, 자꾸 밑줄 긋고 싶어지는 책

'예술에서 선악은 중요하지 않다. 오직 잘 만든 작품과 그렇지 않은 작품이 있을 뿐이다.' 오스카 와일드의 이 도발적인 문장을 빌려 말하자면, 오후 작가의 『아름다움에 밑줄 치지 말 것』은 명백히 '잘 만든' 책이다. ^^ 예술을 어렵게 만드는 권위와 관념을 가볍게 걷어내고, 독자가 자신의 감각으로 예술을 다시 마주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그렇다. 고상한 척 뒷짐을 지고 예술의 정의를 읊어대는 대신, 저자는 우리를 아주 발칙하고 생동감 넘치는 예술의 이면으로 안내한다.

나는 저자가 "뇌절"이라는 단어를 꺼내는 순간 마음을 내려놓았고, "짜치다"라고 말하는 순간 이 책을 마음껏 즐기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그 순간, 예술을 감싸고 있던 딱딱한 권위의 껍질은 바스라졌다.

이 책은 그리스의 희극과 비극에서 시작해 너바나를 거쳐 AI에 이르기까지, 시공간과 장르를 거침없이 가로지른다. 무엇보다 이 책의 미덕은 독자를 수동적인 관찰자로 머물게 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읽다 보면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와 오를랑의 퍼포먼스를 찾아보게 하고, 백남준과 구보타의 관계를 추적하게 하며, 심지어 '트랄랄레로 트랄랄라' 같은 기묘한 단어를 찾아 직접 검색창을 두드리게 만든다. 이러한 흥미로운 자극들이 모여 낯선 문화를 접하는 충격을 배가시킨다.

특히 현대 미술이 강요하는 ‘이해할 수 없는 아름다움’에 지친 나에게 이 책은 일종의 해방처럼 다가왔다. 저자는 예술을 둘러싼 고결한 수식어를 걷어내고, 훨씬 더 현실적인 감각으로 말을 건넨다. 예술은 더 이상 소수의 사람들만 이해할 수 있는 난해한 영역이 아니라, 각자의 방식으로 즐기고 반응할 수 있는 유희에 가까워진다. 아름다움과 추함이라는 이분법을 넘어, 그 자체로 재미와 영감을 주는 경험이 되는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얼마나 이해했는가’가 아니라, 그 순간을 어떻게 감각하고 받아들이는가에 있었다.

그동안 나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안전한(?) 작품을 볼 수 있는 전시회를 선택했다. 낯설고 난해한 작품은 애써 외면하거나, 이해하지 못할까 봐 미리 거리를 두곤 했는데, 이 책을 읽고 당대의 예술은 오직 ‘지금’이라는 시간 속에서만 온전히 누릴 수 있는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순간을 놓치면, 같은 작품이라도 더 이상 같은 감각으로 마주할 수 없기에, 지금이 아니면 느낄 수 없는 감각들을 내가 스스로 놓치고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앞으로는 조금 더 열린 시선으로, 덜 이해하고 더 느끼는 방향으로 예술을 마주해보고 싶어졌다.

『아름다움에 밑줄 치지 말 것』은 제목만큼이나 도발적이고 신선하다. 정답을 찾기 위해 문장에 밑줄을 긋는 습관을 내려놓는 순간, 예술은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경험’으로 다가온다. 그때, 예술은 설명이 아니라 감각으로 남게 된다. 그렇게 읽다 보면, 문득 멈춰 서게 되는 문장들이 하나둘 쌓여간다.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이 책은 밑줄을 긋지 말라고 말하는데, 읽다 보면 자꾸만 밑줄을 긋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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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 에밀 싱클레어의 젊은 시절 이야기 비룡소 클래식 62
헤르만 헤세 지음, 정여울 옮김 / 비룡소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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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페이지에서 시작해 나에게로 돌아오는 여정

나는 책을 종종 뒷부분부터 펼쳐 읽는 버릇이 있다. 에필로그일 수도 있고, 역자 후기일 수도 있으며, 때로는 소설의 결말일 때도 있다. 마지막을 먼저 마주한 뒤에야 비로소 처음으로 돌아가, 그 끝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을 상상하며 읽어 나가는 과정을 즐기기 때문이다.

이번에 읽은 데미안 역시 마찬가지로, 이미 아는 내용이라 책을 받자마자 가장 먼저 펼친 곳은 마지막 부분이었다. 그곳에는 정여울 작가의 작품 해설이 담겨 있었는데 오랜 시간 헤르만 헤세를 사랑해 온 그의 시선으로 풀어낸 해설을 읽고 나니, 작품을 대하는 마음가짐부터 달라졌다. 누군가에게 이 작품이 그토록 큰 울림과 위로, 그리고 영감을 주는 존재라면, 나에게도 분명 어떤 방식으로든 작지만 분명한 빛을 건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겼다. 그런 마음으로 문장들을 따라가다 보니, 읽는 시간 자체가 한층 더 밀도 있게 다가왔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번역의 자연스러움이었다. 이전에 접했던 판본에서는 어딘가 문장이 걸리거나, 표현이 낯설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런 이질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헤세를 오랜 시간 깊이 읽어 온 번역가의 언어는 확실히 달랐다. 원문의 철학적 무게를 잃지 않으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으로 다듬어진 문장들은 부드럽게 이어졌고, 의미는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읽는 내내 번역이라는 사실을 의식하지 않아도 될 만큼 매끄러웠다. 그래서 만약 누군가 나에게 데미안을 읽고 싶다고 묻는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정여울 작가의 번역을 권하게 될 것 같다.

청소년 시절 한 차례 읽었던 책을 다시 펼쳐 보니, 좋은 작품은 세월의 흐름에 따라 전혀 다른 얼굴로 다가온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예전의 나에게 ‘카인의 후예’라는 말은 어딘가 남들과 다른 나를 특별하게 포장해 주는 매혹적인 문장에 가까웠다. 사춘기 시절의 막연한 소외감이나 정돈되지 않은 내면의 방황을 '선택받은 자의 고독'이라는 근사한 틀로 정리해 주는 듯한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때의 카인은 나를 지켜주는 일종의 위안이자 훈장이었다.

그러나 삶의 여러 굴곡을 지나온 지금 다시 마주한 ‘카인’의 표식은 전혀 다른 무게로 다가왔다. 카인의 후예는 단순히 기존의 질서와 통념이라는 밝은 세계를 거부하는 반항아에 머물지 않았고, 오히려 그것은 인간 안에 공존하는 빛과 그림자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선과 악의 이분법을 넘어 자신의 온전한 정체성을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처절한 '자기 신뢰'의 증표였다.

그래서인지 이제는 그 말이 더 이상 낭만적인 선택받음으로 읽히지 않는다. 오히려 "새는 알에서 깨어나기 위해 투쟁한다"는 구절처럼, 나를 가두고 있던 안락한 세계를 스스로 깨뜨리고 나아가야만 하는 고통스러운 성장의 기록으로 읽힌다. 과거에는 '남과 다른 나'를 확인받고 싶어 이 문장을 읽었다면, 이제는 '타인의 기대를 저버리더라도 나의 본질을 지켜내겠다'는 단단한 나침반 하나를 품게 된다. 누구와 같아지기 위해 애쓰는 대신, 나를 믿고 걸어가는 일 자체가 곧 카인의 길임을 이제야 비로소 온몸으로 이해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다시 만난 『데미안』은 더 이상 내 바깥에 존재하는 동경의 대상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나의 내면을 비추는 가장 정직한 거울이 되어 돌아왔다. 청소년기에는 보이지 않았던 문장 사이의 여백들이, 이제는 삶의 무게를 견디며 나아가는 나에게 힘찬 응원을 건네는 듯하다.

결국 좋은 고전을 다시 읽는다는 것은, 과거의 나를 마주함과 동시에 지금의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할 것이다. 만약 방향을 잃은 채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고 멈춰 있다면, 혹은 이미 이 책을 한 번 읽은 적이 있다 하더라도 다시 펼쳐보기를 권하고 싶다. 세월의 두께만큼 깊어진 시선으로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정여울 작가의 유려한 번역이 안내하는 길 끝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건네오는 분명한 빛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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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헤르만헤세 #정여울 #비룡소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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