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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에 밑줄 치지 말 것 - 정답만 찾는 시대, 농담처럼 읽는 삐딱한 예술 이야기
오후 지음 / 서스테인 / 2026년 4월
평점 :
-밑줄 긋지 말라는데, 자꾸 밑줄 긋고 싶어지는 책
'예술에서 선악은 중요하지 않다. 오직 잘 만든 작품과 그렇지 않은 작품이 있을 뿐이다.' 오스카 와일드의 이 도발적인 문장을 빌려 말하자면, 오후 작가의 『아름다움에 밑줄 치지 말 것』은 명백히 '잘 만든' 책이다. ^^ 예술을 어렵게 만드는 권위와 관념을 가볍게 걷어내고, 독자가 자신의 감각으로 예술을 다시 마주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그렇다. 고상한 척 뒷짐을 지고 예술의 정의를 읊어대는 대신, 저자는 우리를 아주 발칙하고 생동감 넘치는 예술의 이면으로 안내한다.
나는 저자가 "뇌절"이라는 단어를 꺼내는 순간 마음을 내려놓았고, "짜치다"라고 말하는 순간 이 책을 마음껏 즐기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그 순간, 예술을 감싸고 있던 딱딱한 권위의 껍질은 바스라졌다.
이 책은 그리스의 희극과 비극에서 시작해 너바나를 거쳐 AI에 이르기까지, 시공간과 장르를 거침없이 가로지른다. 무엇보다 이 책의 미덕은 독자를 수동적인 관찰자로 머물게 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읽다 보면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와 오를랑의 퍼포먼스를 찾아보게 하고, 백남준과 구보타의 관계를 추적하게 하며, 심지어 '트랄랄레로 트랄랄라' 같은 기묘한 단어를 찾아 직접 검색창을 두드리게 만든다. 이러한 흥미로운 자극들이 모여 낯선 문화를 접하는 충격을 배가시킨다.
특히 현대 미술이 강요하는 ‘이해할 수 없는 아름다움’에 지친 나에게 이 책은 일종의 해방처럼 다가왔다. 저자는 예술을 둘러싼 고결한 수식어를 걷어내고, 훨씬 더 현실적인 감각으로 말을 건넨다. 예술은 더 이상 소수의 사람들만 이해할 수 있는 난해한 영역이 아니라, 각자의 방식으로 즐기고 반응할 수 있는 유희에 가까워진다. 아름다움과 추함이라는 이분법을 넘어, 그 자체로 재미와 영감을 주는 경험이 되는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얼마나 이해했는가’가 아니라, 그 순간을 어떻게 감각하고 받아들이는가에 있었다.
그동안 나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안전한(?) 작품을 볼 수 있는 전시회를 선택했다. 낯설고 난해한 작품은 애써 외면하거나, 이해하지 못할까 봐 미리 거리를 두곤 했는데, 이 책을 읽고 당대의 예술은 오직 ‘지금’이라는 시간 속에서만 온전히 누릴 수 있는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순간을 놓치면, 같은 작품이라도 더 이상 같은 감각으로 마주할 수 없기에, 지금이 아니면 느낄 수 없는 감각들을 내가 스스로 놓치고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앞으로는 조금 더 열린 시선으로, 덜 이해하고 더 느끼는 방향으로 예술을 마주해보고 싶어졌다.
『아름다움에 밑줄 치지 말 것』은 제목만큼이나 도발적이고 신선하다. 정답을 찾기 위해 문장에 밑줄을 긋는 습관을 내려놓는 순간, 예술은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경험’으로 다가온다. 그때, 예술은 설명이 아니라 감각으로 남게 된다. 그렇게 읽다 보면, 문득 멈춰 서게 되는 문장들이 하나둘 쌓여간다.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이 책은 밑줄을 긋지 말라고 말하는데, 읽다 보면 자꾸만 밑줄을 긋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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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선물 받고 읽은 후, 자유롭게 작성한 저의 기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