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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주자들 - 주류의 삶 바깥으로 달아나 칩거를 택한 청년들
리잉디 지음, 김경숙 옮김 / 김영사 / 2026년 9월
평점 :
₍ᐢ.ˬ.ᐢ₎✎... 리잉디의 『탈주자들』은 치열한 경쟁과 노동에 지친 중국 청년들이 사회가 정해 놓은 삶의 방식에서 벗어나 은거를 선택하는 과정을 기록한 르포르타주이다. 저자는 중국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은거를 택한 사람들을 알게 된 뒤, 헤이룽장성의 소도시 허강으로 직접 찾아가 이들의 삶을 취재한다. 저렴한 집을 마련하고 소비를 줄이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이 책은 이들이 왜 사회에서 물러났으며, 그곳에서 어떤 일상을 꾸려 가는지 차분하게 보여 준다.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젊은 청년들이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넉넉하지 않은 환경에서 자랐고, 공장이나 서비스업 등에서 반복적인 노동을 해 온 사람들이라는 점이 눈에 띄었다. 열심히 일해도 생활이 나아진다는 보장이 없고, 자신의 노동이 그저 기계의 부품처럼 소모된다고 느끼는 삶. 이들에게 은거는 단순히 일을 하기 싫어서 택한 생활이 아니었다. 감당하기 어려운 경쟁과 불안정한 현실에서 한 걸음 물러나 자신을 지키기 위한 선택에 가까웠다.
한국에서도 집을 소유하는 일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현실을 생각하면, 중국 청년들이 저렴한 지역으로 옮겨 가 자신만의 공간을 마련하려는 마음도 낯설지 않다. 이들에게 작은 집은 단순한 거주 공간이 아니라 타인의 간섭을 줄이고 자기 방식대로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이다. 대단한 부를 이루기보다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하며 자신만의 공간을 갖는 것이 소박한 꿈이 된 현실은 안타깝다. 은거가 스스로 선택한 삶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다른 삶을 꿈꾸기 어려운 환경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저자는 이들의 삶을 섣불리 평가하거나 자신의 주장을 앞세우지 않는다. 기자의 기록답게 생활 환경과 일상의 모습, 각자가 은거를 택한 이유를 세밀하게 담아내고, 시간이 흐른 뒤 이들이 어떻게 지내는지도 보여 준다. 은거를 이상적인 삶으로 포장하지도, 사회에서 물러난 이들을 실패한 사람으로 취급하지도 않는다. 담담한 기록 덕분에 나는 저자의 결론을 따라가기보다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며 스스로 생각할 여지를 얻을 수 있었다.
은거를 택한 중국 청년들의 삶을 보며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하루 대부분을 게임으로 보내거나 배달 음식을 먹으며 지내는 모습에서 내가 기대했던 자유와 생기를 발견하기는 어려웠기 때문이다. 반복되는 일상은 어딘가 건조하고, 때로는 무기력하게 느껴졌다. 사회의 요구에서 벗어나면 한결 가볍고 활기찬 삶이 펼쳐질 줄 알았는데, 책 속 청년들의 생활은 오히려 정체되어 있는 듯했다. 물론 제삼자가 기록한 일상만으로 그들의 내면까지 헤아릴 수는 없다. 겉으로 드러나는 생활이 단조롭다고 해서 그 안에 만족이나 평온이 없다고 단정할 수도 없으니까. 다만 내가 상상했던 자유와 그들이 실제로 살아가는 모습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이 차이를 생각하다 보니 내가 자유의 모습을 한 가지 방식으로만 상상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내가 보기에 활기차고 풍요로운 삶이 누군가에게도 반드시 좋은 삶일 이유는 없다. 좋은 직장을 얻고, 집을 사고, 결혼하고, 더 많은 것을 소유하는 일이 모두에게 정답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이루어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 내가 기대했던 모습과 다르다는 이유로 그들의 생활을 실패라고 판단할 수는 없는 일이다.
책을 덮고 나니 이들의 삶을 바라보는 마음에도 변화가 생겼다. 처음에는 기대했던 자유의 모습을 발견하지 못해 아쉬웠지만, 이제는 내가 상상한 자유와 다르다는 이유로 그들의 삶을 평가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은 그들의 방식으로, 그들의 세계를 살아갈 따름이다. 사회가 정한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누군가의 삶이 실패로 규정되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사회에서 벗어나는 것만으로 자유가 완성되는 것도 아닐 것이다. 경쟁을 피하는 것과 자신에게 맞는 삶을 찾아가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은거가 누구에게나 답이 될 수는 없지만, 자신을 소진시키는 현실에서 벗어나 다른 삶을 시도한 이들의 선택을 함부로 판단하고 싶지는 않다. 이 책은 나에게 자유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보다, 내가 생각하는 자유의 기준으로 다른 사람의 삶을 재단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했다.
#김영사 #탈주자들 #리잉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자유롭게 작성한 개인적인 기록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