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들은 내가 만든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
닐스 타베르니에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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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대한 꿈을 품는 일과 그것을 현실로 만들어 내는 일 사이에는 얼마나 먼 거리가 놓여 있을까. 우리는 마음속에 멋진 세계를 그리면서도 막상 그것을 이루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해하곤 한다. 꿈이 너무 크고 현실의 벽이 높을수록 상상은 상상으로 남기 쉽다. 그런데 여기, 평생을 바쳐 자신이 꿈꾸던 세계를 직접 만들어 낸 사람이 있다. 프랑스의 우편배달부 페르디낭 슈발이다. 닐스 타베르니에의 『바보들은 내가 만든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한 사람이 33년에 걸쳐 궁전을 지어 올린 이야기이자, 평범한 삶이 어떻게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예술적 성취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기록이다.

1879년, 마흔세 살의 슈발은 우편을 배달하던 길에서 기묘한 돌 하나를 발견한다. 그 돌은 이후 그의 삶을 바꾸는 출발점이 된다. 그는 매일 우편배달부로서 자신의 일을 해내면서도 돌을 모으고, 하나씩 쌓아 올리며 자신만의 궁전을 만들어 나간다. 그렇게 1912년, 33년이라는 세월 끝에 완성된 건축물이 바로 이상 궁전이다. 힌두 사원과 중세의 성, 이국적인 건축물들이 뒤섞인 듯한 이곳은 어느 하나의 건축 양식으로 규정하기 어렵다. 정규 교육도 충분히 받지 못했고 건축을 배운 적도 없는 한 노동자가 자신의 상상력만으로 이런 세계를 만들었다는 사실이 놀랍다. 그러나 책을 읽으며 더욱 인상적이었던 것은 완성된 궁전의 기묘한 모습보다 그것을 가능하게 한 슈발의 삶이었다.

사람들은 그를 이해하지 못했다. 매일 돌을 나르고 오랜 세월 혼자 건축물을 만드는 행동은 마을 사람들에게 기이한 집착으로 보였을 것이다. 그에게는 설계도도, 스승도, 자신의 재능을 인정해 주는 사람도 없었다. 하지만 슈발은 다른 사람들이 무엇이라 부르든 자신의 일을 멈추지 않았다. 무거운 돌을 나르느라 손이 닳고 피가 배어도, 생업을 이어 가며 매일 조금씩 궁전을 쌓았다. 그 모습을 상상하다 보면 그의 작업은 단순한 건축을 넘어 하나의 의식처럼 느껴진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해서 자신이 보고 있는 세계까지 부정하지는 않았던 사람.

문득 스티븐 킹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첫 책을 어떻게 완성했느냐는 질문에 그는 하루에 최소 한 페이지씩 썼다고 답했다. 직업을 가진 채 글을 써야 했던 그에게도 매일의 한 페이지는 결코 작지 않은 노력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쌓인 문장들이 한 권의 책이 되듯, 슈발에게는 하루의 돌 하나가 궁전의 일부가 되었다. 우리는 무언가를 이루려면 특별한 계기나 엄청난 도약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거대한 결과를 만드는 것은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행동의 반복인지도 모른다. 단번에 해낼 수 없다는 사실이 포기의 이유가 될 필요는 없다. 오늘 할 수 있는 만큼을 해내는 일이 내일의 가능성을 만들어 낸다. 슈발의 33년은 그 단순한 사실을 놀라울 만큼 구체적으로 증명한다.

물론 이 책이 흥미로운 이유는 슈발이라는 인물의 집념에만 있지 않다. 영화감독인 닐스 타베르니에는 다양한 기록과 슈발의 개인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한 사람의 생애를 생생하게 재구성한다. 궁전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뿐 아니라 그가 살아간 시대의 사회상, 가족과의 관계, 창작을 둘러싼 논쟁, 사후에 작품이 인정받기까지의 과정도 함께 담아낸다. 저자의 서술은 풍부한 자료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생동감과 유쾌함을 잃지 않아, 한 인물의 생애와 작품을 따라가는 재미를 더한다.

우체부의 주머니에 들어간 돌 하나가 33년 뒤 궁전이 되었다. 그 사실을 떠올리면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늦었다거나, 내 능력으로는 해낼 수 없다는 생각부터 할 필요는 없겠다는 마음이 든다. 중요한 것은 처음부터 얼마나 대단한 것을 꿈꾸느냐가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것을 향해 오늘도 한 걸음 내딛는 일일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하는 시간에도 자기만의 세계를 포기하지 않았던 슈발처럼, 나도 내 삶에서 발견한 작은 조각들을 하나씩 모아 가고 싶다. 훗날 그것들이 어떤 모습으로 완성될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아무것도 쌓지 않은 채 꿈만 바라보는 삶과는 다른 곳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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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openbooks21 로부터 받은 도서를 읽은 후, 자유롭게 작성한 저의 기록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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