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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피디의 펜 한 자루로 끝내는 뻔뻔한 드로잉
리피디(이승익) 지음 / 성안당 / 2026년 6월
평점 :
취미로 그림을 그린 지 제법 오래되었다. 종이 위를 천천히 오가는 연필의 움직임을 따라가다 보면 복잡했던 생각들이 어느새 잦아들고, 머릿속을 가득 채우던 잡념도 조용히 사라진다. 한 선을 긋고, 또 한 선을 이어가는 단순한 반복 속에서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래서 그림은 내게 결과보다 과정이 더 소중한 취미였다. 하지만 오랜 시간 그림을 그려왔음에도 늘 비슷한 자리에서 맴도는 듯한 아쉬움은 남아 있었다.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자유롭게, 조금 더 나답게 그릴 수 있을까. 그런 마음으로 『뻔뻔한 드로잉』을 펼쳤다.
이 책은 저자와 '그리미'라는 캐릭터가 대화를 주고받으며 즐겁게 그리는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런데 그리미가 던지는 질문들은 놀라울 정도로 내 마음이었다. 하나같이 내가 그림을 그리며 한 번쯤 품어봤던 고민을 나 대신 저자에게 묻는 것 같았다. 어떻게 연습해야 하는지, 왜 원하는 만큼 그려지지 않는지, 어떤 방법으로 접근하면 좋은지. 그리미가 질문하면 저자가 친절하게 답해주는 구성이라 덕분에 그동안의 궁금증을 명쾌하게 풀어낼 수 있었다.
구성도 무척 탄탄하다. 어떤 재료를 선택하면 좋은지부터 선 긋는 방법, 형태를 보는 법, 원근감과 공간을 표현하는 방법까지 기초를 차근차근 쌓아갈 수 있도록 안내한다. 그리고 그 기초를 바탕으로 자연 풍경과 건물, 자동차, 음식, 실내 소품 등 다양한 소재를 직접 그려보도록 이어진다. 단순히 따라 그리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림을 조금 더 생동감 있게 표현하는 작은 요령까지 아낌없이 알려준다. 혼자 그림을 그리면서 막연하게 익혀 왔던 부분들이 하나씩 정리되는 느낌이라 무척 반가웠다.
'즐겁고 행복하게 그림을 그리고 싶다면 지우개를 버려라'는 이야기도 있는데, 이 부분을 읽을 때 마음이 뜨끔했다. 그동안 나는 틀리는 것이 두려워 연필로만 그림을 그려왔다. 마음에 들지 않는 선이 나오거나 실수를 하면 언제나 지울 수 있는 연필은 거의 유일한 그림도구였다. 그런데 책은 오히려 지우개를 자주 찾는 습관이 실력 향상을 가로막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아니... 이런... 🥲 지금까지 그림을 그리면서 실수를 줄이려고만 했지, 실수를 받아들이는 연습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어쩌면 내가 놓지 못했던 것은 지우개가 아니라 틀리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책을 읽다 보니 펜으로 드로잉을 해보고 싶어졌다. 지울 수 없다는 부담은 분명 있겠지만, 그만큼 한 선 한 선에 더 집중하게 될 것이고, 예상과 다른 선이 나오더라도 그마저 그림의 일부로 뻔뻔하게(?) 받아들이는 연습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완벽한 그림을 그리려는 마음보다 끝까지 그려내는 용기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 책이 자연스럽게 일깨워 준다.
『뻔뻔한 드로잉』은 단순히 드로잉 기법만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그림을 대하는 태도와 시선을 함께 이야기하는 책이라 늘 익숙한 방식에 머물러 있던 나에게 조금은 다르게 그려볼 용기를 건네주었다. 그리고 그림은 반드시 완벽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같은 풍경을 보더라도 사람마다 시선이 다르고, 그 다름이야말로 그림의 매력이니까.
연필이든 펜이든 한 장의 그림을 완성해 가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사물을 더 자세히 바라보게 되고, 무심코 지나치던 풍경에도 오래 시선을 머물게 된다. 그렇게 세상을 천천히 관찰하는 시간은 우리의 삶을 조금 더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 앞으로도 나는 잘 그리는 사람보다, 삶을 깊고 오래 즐기며 그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런 마음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준 고마운 안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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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피디의뻔뻔한드로잉 #리피디 #드로잉북 #터치라이너 #성안당
📚 출판사@sungandang 으로부터 선물 받은 도서를 정성껏 읽은 후, 자유롭게 작성한 저의 기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