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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해질 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 - 뇌전증 진단 이후, 천천히 일상을 다시 걷다
보보 지음 / 미다스북스 / 2026년 4월
평점 :
-느린 걸음으로 발견한 단단한 삶의 여정
우리는 대개 무언가를 잃고 나서야 그것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아무렇지 않게 지나치던 일상의 풍경이 어느 날 문득 낯설게 느껴질 때, 우리는 비로소 삶의 이면을 마주하게 된다. 보보 작가님의 첫 번째 기록인 이 책은 바로 그렇게 일상이 낯설어진 순간에서 시작된다. 멈춰 선 듯 흐르던 시간 속에서, 예상치 못한 질병 앞에 놓인 삶은 속도를 잃는다. 하지만 그 시간을 원망하기보다, 그 느려진 틈 사이로 스며든 다정함과 긍정 속에서 삶을 바라보는 시선은 서서히 달라진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나는 뇌전증에 대해 막연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 흔히 떠올리던 극단적인 발작의 이미지와는 달리, 뇌전증 역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며 그 안에서 겪는 고통 또한 각기 다르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비로소 알게 되었다. 막연히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 얼마나 단편적인 이해에 머물러 있었는지도 함께 돌아보게 된다.
저자는 치료와 재발을 반복하는 고통 속에서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끝을 알 수 없는 불안은 누구에게나 절망으로 다가오기 마련이지만, 그 시간을 버티며 오히려 스스로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보통 상황이 변하고 몸이 아프면 마음 또한 흔들리기 쉬운데, 오히려 타인에 대한 연민과 다정함으로 마음을 채워가는 모습이 너무나 뭉클했다. 몸은 이전보다 조금 약해졌을지라도, 그 과정을 견디며 쌓아온 내면은 한층 깊어졌을 거라 생각한다.
“아름다운 것은 아름답게 바라보고, 소중한 것은 소중하게 대해야 한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글귀인데, 이 문장을 만난 순간 내가 당연하게 여겨왔던 것들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어쩌면 나는 늘 같은 풍경 속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바라볼 여유를 잃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저자의 고백처럼, 평범했던 하루가 더 이상 당연하지 않게 되는 순간 삶은 다른 빛을 띠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변화는 거창한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속도를 늦추고 천천히 걸을 때 익숙한 일상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하는 것 같다. 결국 이 책은, 특별한 변화를 요구하기보다 지금의 순간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첫 기록이라는 점이 믿기지 않을 만큼 밀도 있게 다가오는 이 책은, 누구에게나 불현듯 찾아오는 약해진 순간에 조용히 다가와 손을 내밀어 주는 이야기이다. 삶이 흔들리는 순간에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이 기록은, 읽고 나면, 평범했던 하루가 어느새 조금 다른 빛으로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앞으로 이어질 저자의 다음 이야기들이, 이 느린 걸음처럼 조용히 깊어지기를 기대한다.
📚 출판사로부터 선물 받고 읽은 후, 자유롭게 작성한 저의 기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