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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 탄광촌 이발소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로드 / 2025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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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웰컴 투 탄광촌 이발소 >
-오쿠다 히데오 지음
-32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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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은 ’리버‘만 읽어봤어요. 오쿠다 히데오의 유쾌하고 따뜻한 문체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더라고요. 그래서 어떤 느낌일지 굉장히 궁금했어요. 기대 엄청 하고 읽었습니다. ㅋㅋ
책에는 6개의 에피소드가 단편 형식으로 담겨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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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몰하는 배인지 어떤지는, 해보지 않고는 알 수 없잖아. 시도해보지도 않고 침몰하고 있다고 어떻게 말할 수 있어요.” _ p.53
- 각 에피소드에는 굉장히 다양한 사회 문제가 등장하는데요. 일본의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지만 이는 한국의 모습과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취업 문제로, 타지로 나간 청년들이 많고, 인구 유입은 되지 않으니 생기게 되는 고령화, 그 안에서 세대 갈등, 의료문제, 고립, 시골 문화 특성상 사생활이 거의 없어 생길 수 있는 문제들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등장하지만 오쿠다 히데오의 냉소적인 유머와 등장인물들의 다정함으로 무겁지 않게, 넉넉히 끌어안아 줍니다.
■ <등장인물>
- 무코다 씨의 이발소는 동네의 사랑방 같은 곳이기도 하고, 무코다 씨도 동네에 문제가 생겼을 때 중재자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인물인데요. 무뚝뚝하고 부정적인 면이 있지만 동네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이 아주 푸근하게 느껴지는 캐릭터입니다.
무코다 씨 외에도 툴툴거리기도 하고 마담을 보며 설레는 기분도 느끼고 영화 촬영에 신나 하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모습들이 귀엽게 느껴지기도 해요.
■ <인상적인 에피소드>
“다들 어쩔 수 없다고 체념하는 분위기다. 해마다 아는 사람이 죽어가고 있다. 고령화가 심각한 과소 지역에서는 피할 수 없는 일상이다.” _ p.78 ’축제가 끝난 후‘
- 마을 축제 기간 중 이웃의 할아버지가 쓰러지셔 병원에 실려 가고, 가망 없이 누워계시게 됩니다. 마을의 분위기가 무거워지긴 했지만, 노인들이 많은 동네이기에 누군가 돌아가시는 일은 이미 일상처럼 되어버렸어요. 아직 돌아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장례식 얘기가 나오고 가족들도 모두 큰 아쉬움은 없어 보이는데요. 읽으면서 씁쓸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이게 노령화된 지역의 진짜 현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지만 할아버지의 가족들을 돕고자 주민들이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모습은 훈훈해 보이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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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으면서 저는 오래된 드라마 ’전원일기‘가 생각이 났어요. 전원일기를 챙겨봤을 나이는 아니라서 내용은 잘 모르지만, 분위기만큼은 저도 기억을 하거든요. 그 드라마처럼 티격태격 서로 다투기도 하고, 시샘도 하고, 타지 사람이 오면 견제도 하지만 내 사람으로 받아들이면 애정을 보여주고, 힘들 때 챙겨주고 그런 사람 냄새 나는 마을이 딱 ’도마자와‘ 자체였습니다.
저도 저희 이웃집에 누가 사는지 얼굴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면 인사만 하며 지내는 정도인데요. 시골에서 살아본 적은 없지만 시골이 아니더라도 제가 어렸을 때 집에 엄마가 안 계시면 이웃집 아주머니 댁에 가 있고, 아주머니는 미숫가루 한 대접 내어주시고 그런 이웃의 정이 책을 읽으며 그리워지기도 했습니다.
도시 생활에 지쳐 정을 느끼고 싶은 분들, 오쿠다 히데오의 따뜻한 문체를 느껴보고 싶은 분들 이 책 한 번 읽어보시길 추천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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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는 중재에 나서고 그리고 어쨌든 화해한다. 이 동네는 지금까지 줄곧 그래 왔다. ( p.258 )
- “도시 같으면야 익명으로 살 수 있고 남의 일은 시시콜콜 캐지 않는 매너도 있지만, 이곳은 그렇지도 않으니 말입니다.”
“대신 서로 돕는 정이 있습니다.” ( p.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