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업(生業) - 그 징하고도 찡한 노동의 표정들
은유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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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다양한 생업에 종사하는 18일의 이야기를 담은 은유 작가의 인터뷰집이다. 2024년 8월부터 전태일 의료 센터 건립 캠페인의 일환으로 <시사IN>에 연재했던 ‘먹고 사는 일’을 통해 만났던 이들의 이야기를 확장한 내용이 담겨 있다.
책은 총 3부로 나뉘어 먹이는 사람, 짓는 사람, 아우르는 사람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이 인터뷰집이 아니었다면, 다양한 직업군의 고충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을까 싶다.

가장 잊을 수 없었던 내용은 산업 재해 노동자의 유가족이 된 이들의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뉴스 기사로만 접했던 이들의 죽음과 그 가족의 삶을 마주하게 되면서 너무나 빨리 잊혀 버린 산업 재해 노동자들의 죽음을 떠올리게 되었다.

특히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했던 아들의 과로사가 담긴 부분을 읽으며 많이 반성했다. ‘내가 편하다고 느끼는 순간 누군가 짐을 지고 있는 거(p.230)라는 덕준 씨의 발언을 되새기게 되었다. 노동자의 죽음을 인식하지 못한 채 로켓 배송이라는 편리함에 길들여져 쿠팡을 이용하게 되는 나를 반성하게 된다.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이렇게 쉽게 무감각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었다. 누군가의 삶을 갈아 넣는 노동이라는 게 얼마나 힘든 것인지 234시간을 일하며 깨달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쉽게 잊는다. 인간이라는 동물이 이렇게 어리석다.

<안녕하세요, 한국의 노동자들>의 저자 윤지영 변호사 인터뷰를 다시 볼 수 있었던 것도 기억에 남는 부분이다. 부디 열악한 노동 현실에 대해 더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은유 작가의 글을 읽으며 저평가된 노동의 세계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해 보게 된다.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 <있지만 없는 아이들>을 읽어야 할 때가 가까워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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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묻는 사회 - 한국형 연령차별주의와 멸칭 문화
정회옥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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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한국 사회에 다양한 연령 멸칭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지 그것이 차별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노인들을 향해서는 뜰딱, 할매미, 연금충이라는 멸칭을 쓰고, 중장년은 개저씨, 영포티, 김여사라는 멸칭을 쓰며, 자녀를 둔 엄마들에게는 맘충이라는 표현을 쓴다. 어린이들에게는 급식충, 잼민이라는 표현을, 청년들은 삼포세대라는 표현을 지나 이제는 쉬었음 청년이라 불리며 조롱의 대상으로 여기곤 한다.

생각해 보면 우리 사회는 유독 생산성에 집중하는 듯하다. 생산성이 떨어지는 대상은 부정적 평가를 받게 된다. 경제적 상황에 의해 강제적으로 쉬게 되는 청년들이나, 은퇴한 노년층과 아직 다 자라지 못한 어린이 및 청소년들에게도 생산성의 잣대가 적용되는 것 같다. 왜 우리는 생산성을 갖지 않으면 비난받아야 하는 걸까. 저자는 이러한 행태가 급속도로 성장한 자본주의 사회와도 연관이 있음을 설명한다.

저자는 말한다. '한국 사회의 거의 모든 나이대는 제각각의 멸칭을 갖게 되었다고'(p.65) 그리고 이러한 멸칭이 낳은 연령차별 문제를 지적하며 나이 묻지 않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이야기한다. 연령 멸칭을 가볍게 치부하고 있었다면 이 책을 한 번쯤 읽어볼 것을 추천하는 바다.

마지막으로 저자의 글 중에서 많은 사람이 보았으면 하는 문장을 소개한다. ‘사람들은 자신도 한때 아이였다는 사실을, 그리도 반드시 노인이 된다는 사실을 잊는다. 노키즈존이나 노시니어존은 우리보다 먼저, 혹은 늦게 태어난 사람들을 배려해야 한다는 세대 간 근본적 약속을 깨는 것이자 지극히 연령차별적인 행위이다.’(p.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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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사람의 초상 - 만들다, 잇다, 지키다, 살피다
김의경 외 지음 / 동아시아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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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다양한 직업군을 가진 이들의 초상을 담은 인터뷰집이다. 31명의 다양한 사람들이 먹고살기 위해 선택한 직업의 이야기를 볼 수 있었다.

여러 직업의 이야기를 볼 수 있었고, 일단 눈에 들어온 몇 가지는 노령 청소 노동자의 낮은 임금(최저 임금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과 리서치 조사원의 낮은 일당이 아닐까 싶다. 처우 개선이 필요해 보이는 임금 수준이 부당하게 느껴졌고 갈수록 증가하는 노령 인구에 대비한 일자리 확대와 개선이 시급해 보였다.

또 다른 한 가지는 이들 모두 자기가 선택한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는 점이었다. 물론 일에 대한 고충은 있지만, 선택한 일에 대해서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이 내심 부럽기도 했다. 나는 내가 선택한 직업을 그저 먹고 살기 위해 하는 일이라고만 생각했기 때문에 내심 이들이 신기했던 것 같다.

31명의 다양한 직업군이 등장하는 만큼 내가 몰랐던 다른 직업의 세계를 간략하게나마 살펴볼 수 있었다. 나는 이런 직업의 세계에 관한 글을 청소년들이 많이 읽었으면 한다. 직업의 세계가 이렇게 다양하다는 것을, 밥벌이의 어려움이 존재한다는 것을, 사회에 던져지기 전에 알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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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책
안나 마촐라 지음, 유소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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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1659년 로마, 기이한 시체들에 대한 소문이 퍼지며 사건을 조사하는 스테파노와 독약 ‘아쿠아’를 제조하는 지롤라마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책 정보를 모르는 상태로 읽어서 책을 다 읽고 나서야 실화를 각색한 소설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소설 속에는 남성 가족 구성원으로부터 학대당한 여성들이 등장한다. 그녀들은 생존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독약을 구하기에 이른다.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면서 갈등하는 스테파노의 선택과 지롤라마와 독약 제조 동료들의 행보를 지켜보는 것이 이 소설의 흥미로운 부분이 아닐까 싶다. 처음부터 독약 제조자가 누구인지 다 알고 시작하는 내용이지만, 결말이 어떤 방향으로 가게 될지가 궁금해서 책장이 술술 넘어가게 된다.


이 소설을 읽다 보면 당시 여성들의 처참한 인권 상황을 알게 되는데 남성의 소유물로 전락한 여성들의 삶이 분노를 자아낸다. “남편의 뜻에 복종하는 것이 아내의 역할(p.55)이라는 신부의 말은 당혹스러울 정도랄까. 길에서 매질을 당하는 여성을 보아도 누구도 손 내밀지 않는 당시의 시대상은 여성들이 독약을 선택할 수 없던 상황을 여실히 보여주는 듯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있을까. ‘아쿠아’를 만든 사람과 산 사람을 과연 손가락질할 수 있을까. 내가 당사자라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이 책을 읽으며 생각하게 된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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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물리학
게오르기 고스포디노프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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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특별한 공감 능력을 지닌 화자가 등장하는 비선형적 구조의 소설이다. 이야기의 파편들로 이루어져 있어서 작가의 글 자체가 하나의 장르처럼 느껴진다.

공감이 중요해진 세상이다. 타인의 슬픔과 명확하게 선을 긋는 이들이 많은 세상에서 타인의 고통과 슬픔을 자신의 것처럼 느낄 수 있는 과잉 공감 능력을 가진 주인공이라니. 희귀한 인물이 아닌가. 그는 각각 존재의 아픔을 공감하게 되면서 타자와 자신을 동일시하게 된다. 그래서 그는 ‘슬픔이라는 초과 수화물(p.363)'을 지니고 다닐 수밖에 없고, 그에게 "가장 슬픈 곳은 바로 세상(p.368)"일 수밖에 없다. 각자의 슬픔을 지고 있는 이들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곳이 세상이니까.

이 책의 프롤로그와 에필로그가 생(生)과 사(死)로 평행선을 이루는 것이 특별한 끝맺음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작가의 언급처럼 ‘완전한 우주적 조화’(p.379)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분명 쉽게 읽히는 소설은 아니었지만, 파편적인 이야기 중에 생의 시작과 끝을 생각하게 만드는 글들이 눈에 띄었고, 슬픔을 표현하는 아름다운 문장들이 유독 마음에 꽂혔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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