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 깊을수록 삶은 단순하다 - 세상에 실망할 때 나를 붙잡아 줄 선한 질문들
레베카 라인하르트 지음, 장혜경 옮김 / 갈매나무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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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저자는 느린 행복을 얻는 방법을 선의 실천이라고 말한다. 타인에게 다정한, 선한 삶이 나의 삶을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한다. 마치 선한 영향력의 가치를 전파하는 것 같달까.


나처럼 회의주의적이고 냉소적인 사람은 선뜻 타인을 향해 친절과 선의를 베푸는 일이 쉽지 않을 테지만, 한 번 정도는 선함을 실천해 봐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특히 타인에게 선하려면 자신에게 선해야 한다(P.137)는 문장은 나에게 새로운 깨달음을 주었다. 나는 내 자신에게 엄격한 인간이라, 자신을 선하게 대해야 한다고 생각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늘 자신을 가혹하게 밀어붙이는 편이었고, 나를 다독이고 선한 시선으로 바라본 일이 없었던 것 같아서 나에게 조금 미안해졌다.


삶을 낙관적으로만 바라보지 않는 편이라, 저자의 글이 온전하게 와닿지 않았지만, 선을 실천하는 삶의 가치가 다를 것이라는 저자의 의견에는 동의한다. 선의 평범성을 믿는 저자처럼 선한 마음을 실천하는 사람이 많아진다면, 세상은 지금보다 더 살만하고 따듯하게 변하리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 책이 철학서 느낌보다는 에세이에 가깝게 느껴져서 깊이 있는 철학책을 원하는 분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을 듯하다. 하드하지 않은 철학서를 찾고 있는 사람, 가볍게 에세이처럼 접근할 수 있는 철학서를 찾는 사람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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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와 더불어 사는 이야기집을 짓다 - 이야기 창작의 과정
황선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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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마당을 나온 암탉>의 황선미 작가가 등단 30주년을 맞아 써 내려간 동화 작법서다. 한 분야에서 오랜 기간 경험을 쌓아 온 저자가 자신의 창작 경험을 바탕으로 동화라는 이야기 집을 짓는 과정을 담아냈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소재 선택 과정부터 서사 인물 선택, 시점 선택, 이야기의 유형, 서사의 구성, 복선의 설치, 첫 문장과 엔딩 등의 순서로 동화를 창작하는 기술을 안내하고 있다.


저자는 동화 창작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일을 어른과 어린이를 분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모두 어린이의 시간을 지나 어른이 되었기에 어린이와 어른은 이어진 존재라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이 곧 어린이일 수 있음을 받아들일 것을(P.19) 강조한다.

동화라고 하면 고정된 이미지가 있다. 교훈적이어야 한다거나, 꼭 행복한 결말이어야 하고, 언급되지 않아야 하는 금기된 소재가 있다는 식의 편견 말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 또한 하나의 편견일 뿐이며 동화에서 다루지 못할 소재란 없다고 한다. 다만, 어떻게 다룰 것이냐가 문제(P.45)라는 것이다. 책을 읽으며 동화에 대해 가졌던 나의 편견도 돌아보게 된다. 비교적 분량이 적고, 간결한 문장, 단순한 구성이라는 편견에 사로잡혀 어린이들이 읽는 문학으로 단정 짓고 서사 문학의 아래로 생각해왔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동화가 ‘서사 요소를 기반으로 구축된 세계’라는 작가의 말은 동화를 어린이가 읽는 책으로 한정 지어 온 자만한 어른에게 깊은 깨달음을 준다.


한 가지 일을 꾸준히 이뤄낸 사람에게 우리는 장인 정신이 있다고 하지 않던가. 30년간 동화 작가로서 꾸준히 활동해 온 작가가 펴낸 책이기에 어쩌면, 본인만의 비법 일지이기도 한 이 책은 비단 동화 작가를 꿈꾸는 이에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 서사 문학의 집을 짓고자 하는 이에게도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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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여름, 완주 듣는 소설 1
김금희 지음 / 무제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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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무제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할아버지에게 영화 <마스크>의 자막을 소리 내 읽어주다가 열매는 성우가 되었다. 룸메이트인 수미에게 돈을 뜯기고,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아 직업의 위기를 맞은 열매는 설상가상 우울증 진단까지 받는다. 열매는 결국 수미의 행방을 찾기 위해 완주 마을로 향하게 되는데...

책을 읽는 동안 장면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느낌을 받았다. 마치 책 속에 담긴 장면 장면이 아날로그 사진처럼 그려지는 것 같았달까. 무엇보다 인물 간에 주고받는 대사의 말맛이 좋았는데, 가장 좋았던 건 할아버지와 열매의 사투리 대화였다. 흡사 이미 만들어진 드라마의 각본집을 보는 느낌이 이런 걸까? 김금희 작가의 역량은 어디까지인 걸까, 감탄을 금치 못했다.

우리 삶은 다 자기만의 슬픔이 있다. 각자가 드러내지 않을 뿐. 이 소설 속 인물들도 그렇다. 그러나 작가는 구태여 슬픈 이야기를 전하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살아가는 모습으로 독자에게 위로를 건넨다. 때로는 웃고 때론 울기도 하는 우리 삶처럼. 마지막 장을 다 읽고 나니 초록빛 여름을 열매와 함께 통과한 기분이 들었다.

이들의 이야기가 따듯해서 좋았지만, 열매와 양미의 케미가 (어저귀와 열매의 케미보다 더) 너무 좋았다.
한 편의 청춘 드라마 같기도, 웰메이드 드라마 같기도 한 이 소설을 읽어보시기를. 그리하여 열매가 보낸 완주 마을에서의 첫 여름을, 독자분들도 함께 완주하시기를 바란다. 기대한 만큼, 아니 기대한 것보다 더 좋았던 소설. 오디오북으로 한 번 더 즐기고 싶은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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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3부작 - 그래픽노블
데이비드 마추켈리 외 그림, 황보석 외 옮김, 폴 오스터 원작, 폴 카라식 각색 / 미메시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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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그래픽 노블이라고 만만하게 볼 일이 아닌 책이다.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생각하면서 읽어야 한다. <유리의 도시>, <유령들>, <잠겨 있는 방>은 각각 다른 이야기지만, 어떤 면에선 같다. <유리의 도시>의 퀸은 피터 스틸먼이라는 인물을, <유령들>의 블루는 블랙을, <잠겨 있는 방>의 나는 친구 팬쇼를 쫓는다. 이들은 모두 한 인물을 쫓으며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간다는 공통점이 있다.


나는 이 작품을 읽으며, 블랙의 눈물을 잊을 수 없었다. ‘그 사람은 내가 필요한 겁니다.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내 시선이 필요한 거예요.'(P.202)라는 문장은 읽는 독자에게 어떤 공허감을 느끼게 한다. 이 문장은 ‘글쓰기는 혼자 하는 일인걸요. 인생을 통째로 집어삼키지요. 어떻게 보면 작가는 자기만의 삶이 없다고 할 수도 있어요. 어딘가에 존재할 때도 실은 존재하지 않는 셈입니다.’(P.195)의 문장과 같은 궤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자연스레 폴 오스터의 삶을 생각하게 된다. 그는 작가라는 정체성으로 온전히 행복한 삶을 살았을까? 자신의 작품이 책으로 완성되어 독자에게 가닿아야만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건 아니었을지, 폴 오스터는 작가로서 행복했을까? 그의 삶이 궁금해졌다.

우리는 작품 속 이야기를 통해 수많은 ‘나’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 등장인물이 온전히 ‘나’일 순 없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이는 작가가 만들어낸 허구의 인물이기 때문에. 어딘가에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삶이란 작가의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의 삶일뿐더러, 작가 본인의 삶과도 같았던 게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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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학자 유성호의 유언 노트 - 후회 없는 삶을 위한 지침서
유성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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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저자의 책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를 인상 깊게 읽었던 터라 알라딘에서 출간 소식을 보고 위시리스트에 넣어놨었는데 감사하게도 출판사에서 보내주셨다.


법의학자로서 누구보다 죽음을 자주 접하는 저자가 죽음을 준비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전작보다 더 깊이 있게 서술한 책이다.

인간의 삶은 무한하지 않기에 우리는 필연적일 수밖에 없는 죽음을 준비해야 한다. 저자는 이러한 과정이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회피를 극복하게 돕는다”(P.22)라고 말한다.


저자는 일 년에 한 번씩 유언을 쓴다고 한다. 이 책에는 저자가 작년에 작성한 유서의 전문이 담겨 있다. 그 내용을 읽으며 그가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배웠다. 삶에 대한 아쉬움 없이 작성된 글은 그가 얼마나 자신의 삶을 귀하게 여겼는지 짐작할 수 있다. 죽음 앞에서 어떠한 태도로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 늘 성찰하면서 지내왔다는 것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글이었달까. 가족에게 하는 당부부터 장례식에 대한 준비까지 모든 내용이 간결하면서도 부족하지 않도록 적혀 있다는 사실이 굉장히 인상 깊게 다가왔다.


죽음이라는 것이 내가 경험하지 못한 일이기에 불안하고 두려운 일로만 느껴지는데 저자의 글을 접할수록 준비되지 않은 죽음이 더 불안한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내가 죽었을 때 남겨진 이들을 위해서라도 나의 죽음을 늘 준비하고 있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죽음을 생각하면서 오히려 현재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책이라 한 번쯤 읽어보길 추천한다.

나를 탐구하고 돌아볼 수 있는 “더 잘 살기 위한 30일 유언 노트”를 초판 한정 증정하고 있다고 하니 참고하시길 바라며, 안에 담긴 내용을 살펴보니 나를 탐구하고 삶을 돌아볼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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