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숲속 도서관의 사서입니다 - 치유의 도서관 ‘루차 리브로’ 사서가 건네는 돌봄과 회복의 이야기
아오키 미아코 지음, 이지수 옮김 / 어크로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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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저자는 대학 도서관에서 근무하다가 몸과 마음에 이상이 생겨 그만둔 후 거처를 옮겨 ‘루차 리브로’라는 사설 도서관을 개관하게 된다. 낯선 이들에게 자신의 집을 개방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닐 터. 게다가 내 취향이 가득한 서재를 누군가에게 공개한다는 것은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자기 머릿속을 열어서 보여주는 것이나 다름없는(P.36)” 일이 아닌가. 그러나 저자는 이런 염려를 떨쳐내고, 내면의 창을 활짝 열어젖힌다. 책에 붙여놓은 포스트잇을 떼지 않고 그대로 대여하고, 도서관에 방문하는 사람들과 서로 의견을 공유하는 방식이야말로 책과 사람을 연결하는 공유 서재만의 장점이 아닐까 싶었다.


책에 인용되거나 소개되는 책이 대부분 일본 문학이라 낯선 작가와 책뿐이었는데 중간에 눈이 번쩍 뜨이는 작품이 있었다. 바로, 박사라 작가의 <가족의 역사를 씁니다>라는 책의 4.3사건을 다룬 이야기였다.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강한 돌풍과 눈을 찌르는 광선(P.207)이 되어준 책이라고 한다. 나는 이렇게 낯설고, 불편할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을 좋아한다. 내가 들을 수 없는 목소리를 듣게 해주기 때문에. 그래서 <등 뒤의 창문이 열리는 순간>, <소리를 내는 사람>이라는 챕터가 기억에 남았다.


책 소개의 키워드만 봤을 때 북클럽 도서 중에 가장 기대했던 책이었다. 책 덕후인 내가 ‘사서, ’도서관’이라는 키워드를 보고 설레지 않을 수가 있을까? 문제는 내가 일본 도서를 접하지 않다 보니 모든 게 낯설었다는 것뿐. 그래서 저자가 사는 지역을 소개하다시피 하는 4장의 ‘히가시요시노무라의 계절’은 흐린 눈으로 보게 됐다. 저자가 책을 쓸 때 번역될 일까지는 고려하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일본 도서 소개가 많은 점은 아쉽다. 일본 문학이나 생활사에 무감한 사람에게는 크게 와닿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한국 에세이 중에서 이런 결의 책을 찾는 사람이 있다면, 속초 동아서점을 꾸리고 있는 김영건 작가의 <우리는 책의 파도에 몸을 맡긴 채>를 추천하고 싶다.

저는 책이라는 창문에 푹 빠져 거기서 불어오는 바람을 가슴 가득 들이마시고, 거기서 내리쬐는 빛에 차가운 손을 녹였습니다. - P24

도서관 서가에 꽂힌 책에는 누군가의 내면의 자연이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그 책을 펼치는 사람은 자기 내면의 자연과도 마주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 P86

어른이 되어 성장의 과정을 다시 마주하려면 자신이 걸어온(달려온) 길을 돌아보며 두고 온 것을 찾아 되돌아가야 합니다. - P193

‘소리를 내는 사람‘은 저의 그림자이자 당신의 그림자이며, 또한 사회의 그림자입니다. 그것은 따로 떼어낼 수 없으며 저쪽과 이쪽은 언제 바뀌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 P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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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 구멍을 내는 것은 슬픔만이 아니다
줄리애나 배곳 지음, 유소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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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사실 출판사에서 원하는 리뷰는 아닐 텐데, 언급을 요청한 작품보다 내 취향은 시간을 멈출 수 있는 ‘나’의 이야기 <지금의 지금>, DNA를 통해 체외수정이 가능한 세상을 그린 <디어 브래들리 쿠퍼>와 자신의 기억을 담아 게임을 구현해 내는 <신입사원>,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가는 이야기 <기억을 빚는 사람들>이었고, 이 작품들이 더 좋았다.


연애 평점이 도입된 사회를 그린 <당신과 함께 있고 싶지 않아요>는 자기 파괴적으로 행동하는 ‘나’가 반짝거리는 무언가를 찾을 수 있을까? 상상하게 했고, <버전들>의 대행 로봇들이 엉뚱한 대답이지만, 서로 소통하려고 애쓰고, 대답을 고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들의 만남으로 인간들이 기회를 놓치고 마는 게 아이러니한데, 두 사람이 만났다고 한들 버전들처럼 소통을 위해 애썼을까 싶기도 하다.

<역노화>는 치매 걸린 노인을 새로운 발상으로 묘사한 게 아닌가 싶었다. 어떻게 보면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가 생각나기도 한다. 아버지가 역노화로 점점 젊어지고, 끝내 죽음을 맞는 순간을 그려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제목이 <포털>에 등장하는 문장 중 하나이기도 해서, 아마 이 작품을 가장 중요하게 본 것 같다. 애도할 일이 많아질 만큼 많은 죽음이 발생하고, 슬픔은 단단한 응어리(P.249)가 되었다. 폭력적인 날들이 이어지는 가운데 포털이 나타난다. 그 포털 안에서 그리운 대상을 만나게 되는 사람이 있고, 포털을 이용해 돈을 버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포털 안의 알 수 없는 세계로 사라지는 사람도 있다. 이 포털이 다른 차원으로 이어지는 이야기 같지만, 사실 현대인들이 가지고 있는 마음의 구멍을 말하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포털’은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슬픔일 수도, 미움일 수도, 분노일 수도 있지 않을까.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기억’을 소재로 만든 단편 <신입사원>에 잘 담겨있다. 이를테면 다음과 같은 문장이다.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P.312), "통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P.312)." 대체로 조금 시점을 따라가기 벅차거나 그로테스크한 작품도 있어서 완전한 취향일 순 없었던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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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마치
정한아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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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파 앰배서더 활동을 통해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한때는 배우였던 이마치는 어느덧 육십 대가 되어 알츠하이머 전 단계라는 진단을 받는다. 촬영 현장에서 잦은 실수를 반복하던 이마치는 결국 건강상의 이유로 은퇴하게 된다. 알츠하이머병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을 찾은 그에게 의사는 대안 치료를 권하고, 이마치는 제제라는 의사를 만나 개인 맞춤식 VR 프로그램 치료를 받게 된다.


VR 치료 과정을 통해 독자는 이마치의 과거를 따라간다. 젊은 날의 이마치를 만나며, 그녀의 삶을 알아가게 된다. 하지만 인간의 기억은 왜곡되기 마련이다. 무엇이 진짜 기억인지 정확하지 않다. 그러니 그녀의 기억도 온전하다고 볼 수 없다. 게다가 그녀는 알츠하이머 환자가 아니던가. 그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가 기억의 퍼즐을 맞추는 것 또한 이 책의 묘미라고 할 수 있겠다.


이마치는 성장 과정에서 부모에게 적절한 보살핌과 애정을 받지 못했다. 그래서 자신의 아이들마저 품어주지 못했고, 그런 자신을 끔찍이도 미워했다는 점이 몹시 안타까웠다. 그녀는 다른 삶의 방식을 배우지 못했다. 생존 이상의 것, 그것을 꿈꿔본 적이 없었(P.198)으므로. 그런 삶의 방식에 대한 슬픔은 과거를 돌아보며 후회로 점철된다.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을 향해 나아간다. 그 끝에 후회를 남기지 않으려면 어떤 삶을 살 것인가. 이마치의 삶을 보며, 독자는 자신의 삶도 돌아보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항상 내가 원하는 것과 반대로 선택하거든. 나를 믿을 수가 없어서, 나 자신이 미워서, 내게 절대로 좋은 것을 주지 않아. 한평생 나를 벌주면서 살았지. - P194

사람들이 인생이라고 부르는 것, 그것은 다만 죽어가는 과정이라는 것. 매끈하던 선이 뭉개지고 지워지는 과정, 조밀하던 이목구비가 흐물거리고 늘어지는 과정, 환했던 빛이 점차 희미해지는 과정. - P213

당신이 원한다고 언제까지나 이 안에서 살아갈 수는 없어요. 생명이 다하면 끝이죠. 죽음으로 모든 게 끝이에요. 알츠하이머는 그전에 당신을 놓아주라는 신호예요. 그냥 놔버려요. 당신이 가진 모든 기억. 당신이 인생이라고 붙들고 있는 것들. 별 대단치 않은 실패들, 성공들, 전부 다요. - P228

상처는 누구에게나 있어요. 제가 이 일을 하면서 발견한 한 가지 진실이 뭔지 아세요? 인생은 고통이라는 거예요. - P245

내 인생은 반파된 자동차처럼 우그러진 채로 검은 연기를 풀풀 날리며 어딘지 모르는 곳을 향해 굴러가고 있었어. 그런 상황에서도 옆에 네가 있어서, 혼자가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 - P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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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씨아저씨네, 차별 없는 과일가게 작고 단단한 마음 시리즈 2
공석진 지음 / 수오서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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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에세이를 읽는 걸 좋아하지는 않지만, 사과 대란을 겪으며 과일이 어떤 방식으로 유통을 거쳐 우리에게 전달되는지 궁금해서 읽어보기로 했다. 과일 가게를 15년간 운영해 온 저자가 현장에서 겪은 이야기를 전하고 있을 테니까.


저자가 과일 가게를 운영하며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가를 볼 수 있었고, 과일 시장의 풍토뿐만 아니라 기후 변화로 인해 변해버린 제철 과일의 이야기, 과일 농사를 짓는 농업인의 고초까지 볼 수 있는 책이다. ‘농가 돕기’라는 허울뿐인 프레임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도 들어 있다. 떨이 판매하듯이 재고를 소진하는 것이 농민의 이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과일마저도 유행을 좇기 급급하다는 것, 언제부턴가 과일의 다채로운 맛은 사라지고 당도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 과일 포장 쓰레기에 관한 이야기도 깊이 공감하며 읽었다. 나는 딸기 철만 되면 약간의 죄책감과 함께 딸기를 사게 된다. 딸기 킬러인 내가 배출하는 포장 쓰레기만 해도 꽤 많은 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놀라웠던 점은 한 농민의 이야기였다. ‘세아유’라는 농장의 임영택 농민의 이야기였는데 딸기 체험을 하러 온 휠체어를 탄 학생이 좁은 고랑을 다니지 못하는 걸 보고 자신의 수확량을 포기하고 두 개의 이랑을 허물었다는 내용이었다. 농민이 자신의 이익을 포기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니까. 그의 배려로 그 학생이 다음 해에 다시 와서 수확의 재미를 누렸다는 내용이 참 정답게 느껴졌다.


농민과 상생하는 소비자가 되는 법을 고민해 본 사람이라면, 한 번 읽어봄 직한 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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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랜드 엘레지
아야드 악타르 지음, 민승남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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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파키스탄 이민자로 아메리칸드림을 실현하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온 부모님과 극작가인 화자가 등장하는 자전적 소설로 미국의 현주소를 날카롭게 보여주는 이야기다. 화자가 작가 자신이다 보니 이 책에도 실존 인물들이 대거 등장해서 허구와 진실의 경계가 모호하게 그려진다. 그는 파키스탄 이민자 가족의 자녀로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911테러 이후 반무슬림 정서로 인해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다. 그는 미국 내에서 미국 출신 작가가 아닌 무슬림 출신 작가로 불린다. 이 상황이 굉장히 아이러니한데, 그가 무슬림이 아니라는 점을 아무도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렇다. 그의 외모로 인해 무슬림으로 단정 지어지고, 낙인찍힌 상황인 셈이다. 그런가 하면, 파키스탄에서는 그의 글을 무슬림에 대한 신성 모독으로 여겨 그의 입국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는 미국인으로도, 파키스탄인으로도 인정받지 못하고, 타자성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미국이라는 나라의 정체성은 단일 민족에서 출발한 게 아니다. 다민족이 어우러진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인종 간의 갈등과 대립이 첨예한 나라라는 점이 아이러니한 일이다. 트럼프 당선 이후 이민자를 향한 배제는 더욱 심해지고 있어 이 책이 주는 메시지가 더 날카롭게 느껴진다.


소설 속 그의 아버지가 한 말처럼, 그들은 누구보다 미국인이 되고 싶었지만,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그들은 ‘미국인’이라는 역할을 수행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래서 책의 마지막 문장을 읽으며 탄식을 자아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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