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어떻게 무너지는가 - 엘리트, 반엘리트, 정치적 해체의 경로
피터 터친 지음, 유강은 옮김 / 생각의힘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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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회가 어떻게 반복적으로 위기에 빠지는가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저자는 불안정을 낳는 네 가지 구조적 추동 요인을 대중의 궁핍화, 엘리트 과잉생산, 쇠약한 재정 건전성과 국가의 정당성 약화, 지정학적 요인이라고 밝힌다. 그중 가장 중요한 추동 요인을 엘리트 내부의 경쟁과 갈등으로 꼽는다.

엘리트 내부 간의 갈등이 소수의 승자와 다수의 패자를 창출하고, 실패한 엘리트 지망자들이 반엘리트로 돌아서면서 사회의 부당함을 파괴하려고 급진적으로 돌변한다고 주장하는데, 그게 제목과 부합한 내용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긴 했다. 급진적인 집단은 엘리트의 영역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계층에서 생기는 다양한 양상이라서.


얼마 전에 읽은 <내전은 어떻게 일어나는가>를 언급한 부분은 조금, 저자와 나의 견해가 다르기도 해서 흥미롭기도 했다. 책에는 미국 사례뿐만 아니라 유럽, 중국, 러시아 등의 다양한 나라의 예시를 근거로 방대하게 서술되는 내용이다 보니 책의 흐름을 따라가는 게 쉽지 않았다. 그만큼 나한테는 집중력을 발휘해야 하는 책이었음.


가장 인상 깊었던 마지막 페이지의 문장을 공유해 본다. ‘우리의 통치자들에게 우리 공동의 이익을 증진하는 방식으로 행동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P.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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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 - 사건지평선 너머의 닿을 수 없는 세계
브라이언 콕스.제프 포셔 지음, 박병철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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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이 책은 블랙홀의 간단한 역사를 살펴보는 것을 시작으로 ‘양자적 얽힘’이라는 결론에 이르는 물리학 이론의 여정을 보여준다. 마지막 이론에서 우리 우주가 양자 컴퓨터 속 세상일 수도 있다는 결론은 작년에 읽은 <고요의 바다에서>라는 소설을 떠오르게 한다. 어쨌든 결론에 도달하면 대형 양자 컴퓨터 개발이 더욱 중요해진 이유를 알 수 있게 된다.


문과 인간의 지적 허영심을 채우기 위해 읽었지만, 쉽사리 읽히지 않았다는 사실을 밝혀둔다. 저자는 ‘수학이라는 가성비 최고의 언어를 이용하여 깔끔하게 설명할 수 있다(P.52)’라고 했지만, 깔끔한 것은 공식일 뿐이었고, 이해는 독자 개인의 몫이라는 사실을 강조해 본다.


블랙홀에 작게나마 관심이 있다면 들어봤을 듯한 개념, 사건의 지평선, 호킹 복사, 웜홀, 화이트홀 같은 개념들이 등장하므로 반가운 마음으로 읽었으나, 이과적 지식이 풍부할수록 더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확신한다. 문과 인간에게는 6페이지에 등장하는 블랙홀 사진 두 장만으로도 놀라웠는데 블랙홀에도 별자리처럼 이름이 부여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서다.


블랙홀에 대해 정말 잘 써진 책이라는 걸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개념 정리가 잘 되어 있고, 설명도 친절하게 되어 있다. 게다가 은은한 교수님 스타일의 유머까지 겸비하고 있다. 책에 대한 아쉬운 점이 정말 하나도 없는데, 내가 이 잘 써진 책을 백 퍼센트 흡수할 수 없다는 사실이 통탄스러울 뿐이다. (머리를 쥐어뜯으며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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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이 이끄는 자리 - 모두를 위한 의료와 보살피는 삶의 인류학
서보경 지음, 오숙은 옮김 / 반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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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저자는 치앙마이의 ‘반팻 병원’에서 무상에 가까운 의료 돌봄이 어떤 방식으로 행해지는지 살펴보고, 의료의 중심에 무엇이 자리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태국은 다양한 나라와 국경이 맞닿아 있고, 치앙마이의 위치적 특성상 많은 이주민, 미등록 체류자, 난민, 태국 시민권이 없는 소수종족민들이 살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공공 의료 시스템을 통해 자격이나 신분에 상관없이 의료 돌봄을 제공받는다. 반팻 병원은 환자의 보험 상태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진료를 제공하고 있다. 병원 직원들의 업무 기조가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것이다(P.76)”라는 사실이 가장 놀랍다. 이들은 병원에 방문하는 환자를 정당한 돌봄의 대상으로 보고, 동등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병원장의 “의료의 최우선 과제는 사람 목숨을 구하고 지역사회를 돌보는 것(P.77)”이라는 답변이 상당히 놀라웠다. 의료 대란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의 비상식적인 의료 체계를 보다가 타당한 직업의식을 가진 사람을 보고 놀라야 한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반팻 병원의 운영 방식과 환자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놀라게 된다. 우리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방식이니까. 예를 들면, 집중 치료가 필요한 미숙아를 낳고 산모가 잠적하거나 방치하더라도 의료진은 아이를 끝까지 돌본다. 무연고 아기가 사망하는 경우에도 아이의 장례까지 책임지고 마무리한다. 불법 체류자에게 공공 의료를 제공하면서도 비용에 대한 압박을 가하지 않는 것, 비용과 상관없이 환자의 퇴원을 보장한다는 사실도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그렇다고 이 책이 무조건적인 태국의 의료 체계를 이상화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의료 방식이 있다는 것, 의료가 추구하는 돌봄의 형태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한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책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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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할 땐 문어
정진아 지음, 김지현 옮김 / 복복서가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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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수족관에서 해양 생물학자인 아버지가 발견한 문어 ‘덜로리스’를 돌보는 ‘로’가 주인공이다. 그녀는 얼마 전 연인 ‘태’와 헤어졌고, 오래된 친구 윤희와도 삐걱거린다. 게다가 아빠와의 추억이 담긴 ‘덜로리스’마저 떠나보내야 할지 모른다.

나는 책을 읽는 동안 로의 이야기보다, 그의 엄마에게 눈길이 갔다. 똑똑하고 능력 있는 예비 성악가였던 엄마가 아빠를 만나 미국으로 건너와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까지 얼마나 답답했을까. 로의 엄마는 누군가의 아내로만 살지 않겠다는 꿈이 있었고, 음악 교사가 되려는 목표가 있었지만, 로를 임신하고 꿈을 접어야 했다. 그게 그 시대 여자들의 삶이 방식이었다. 결혼, 출산, 육아로 이어지는 것이 당연한 삶.
독립적인 성향인 로의 엄마가 그런 당연한 절차를 밟는다는 게 안타까웠다. 자신의 꿈도 저버리고, 미국으로 건너왔는데 그 대가가 남편의 바람이라니! 크나큰 배신으로 다가오지 않았을까. 그러니 그들의 결혼 생활이 행복할 리 없지 않은가. 이런 배경은 결국, 로의 결핍으로까지 이어진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아빠에 대한 로의 감정이다. 엄마에 대한 원망에 비해 아빠에 대한 원망은 상대적으로 적고 (아빠가 바람피운 건데!) 아빠에 대한 그리움으로 점철된 면은 이해하기 어렵다. 내가 너무 엄마의 감정에 몰입했던 걸까. 로의 아빠가 가장으로서 무책임한 면이 부각되어 로의 감정선을 따라가기 어려웠다.

이 책의 재미라면 저자가 한국계 미국인 작가라 미국 내 한인 사회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는 것이고, (로의 방황이 좀 과한 면도 없지 않아 있지만) 조금 서툰 청춘의 방황이 잘 그려져 있다는 점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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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숲속 도서관의 사서입니다 - 치유의 도서관 ‘루차 리브로’ 사서가 건네는 돌봄과 회복의 이야기
아오키 미아코 지음, 이지수 옮김 / 어크로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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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저자는 대학 도서관에서 근무하다가 몸과 마음에 이상이 생겨 그만둔 후 거처를 옮겨 ‘루차 리브로’라는 사설 도서관을 개관하게 된다. 낯선 이들에게 자신의 집을 개방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닐 터. 게다가 내 취향이 가득한 서재를 누군가에게 공개한다는 것은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자기 머릿속을 열어서 보여주는 것이나 다름없는(P.36)” 일이 아닌가. 그러나 저자는 이런 염려를 떨쳐내고, 내면의 창을 활짝 열어젖힌다. 책에 붙여놓은 포스트잇을 떼지 않고 그대로 대여하고, 도서관에 방문하는 사람들과 서로 의견을 공유하는 방식이야말로 책과 사람을 연결하는 공유 서재만의 장점이 아닐까 싶었다.


책에 인용되거나 소개되는 책이 대부분 일본 문학이라 낯선 작가와 책뿐이었는데 중간에 눈이 번쩍 뜨이는 작품이 있었다. 바로, 박사라 작가의 <가족의 역사를 씁니다>라는 책의 4.3사건을 다룬 이야기였다.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강한 돌풍과 눈을 찌르는 광선(P.207)이 되어준 책이라고 한다. 나는 이렇게 낯설고, 불편할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을 좋아한다. 내가 들을 수 없는 목소리를 듣게 해주기 때문에. 그래서 <등 뒤의 창문이 열리는 순간>, <소리를 내는 사람>이라는 챕터가 기억에 남았다.


책 소개의 키워드만 봤을 때 북클럽 도서 중에 가장 기대했던 책이었다. 책 덕후인 내가 ‘사서, ’도서관’이라는 키워드를 보고 설레지 않을 수가 있을까? 문제는 내가 일본 도서를 접하지 않다 보니 모든 게 낯설었다는 것뿐. 그래서 저자가 사는 지역을 소개하다시피 하는 4장의 ‘히가시요시노무라의 계절’은 흐린 눈으로 보게 됐다. 저자가 책을 쓸 때 번역될 일까지는 고려하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일본 도서 소개가 많은 점은 아쉽다. 일본 문학이나 생활사에 무감한 사람에게는 크게 와닿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한국 에세이 중에서 이런 결의 책을 찾는 사람이 있다면, 속초 동아서점을 꾸리고 있는 김영건 작가의 <우리는 책의 파도에 몸을 맡긴 채>를 추천하고 싶다.

저는 책이라는 창문에 푹 빠져 거기서 불어오는 바람을 가슴 가득 들이마시고, 거기서 내리쬐는 빛에 차가운 손을 녹였습니다. - P24

도서관 서가에 꽂힌 책에는 누군가의 내면의 자연이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그 책을 펼치는 사람은 자기 내면의 자연과도 마주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 P86

어른이 되어 성장의 과정을 다시 마주하려면 자신이 걸어온(달려온) 길을 돌아보며 두고 온 것을 찾아 되돌아가야 합니다. - P193

‘소리를 내는 사람‘은 저의 그림자이자 당신의 그림자이며, 또한 사회의 그림자입니다. 그것은 따로 떼어낼 수 없으며 저쪽과 이쪽은 언제 바뀌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 P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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