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물화 속 세계사 - 세계사의 흐름을 바꾼 사물들
태지원 지음 / 아트북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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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저자는 정물화를 각 장에 배치해 그림에 담긴 사물을 통해 그와 관련된 세계사를 간략하게 훑는다. 인류의 재앙과도 같았던 흑사병을 시작으로 종교개혁, 향신료로 인한 탐험, 대항해 시대, 튤립 버블, 설탕의 생산과 노예무역, 커피와 시민 혁명 등 광범위한 시간의 세계사를 간추려서 설명하고 있다.


나에게도 흥미로웠던 이야기는 지금은 흔하게 구할 수 있는 '후추'에 대한 이야기다. 한때는 '검은 황금'이라는 별명으로 불린 이 가루가 '향신료의 왕'으로 일컬어지며 이를 얻기 위해 세계사의 흐름을 바꾼 탐험이 시작되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그뿐만 아니라 튤립이 튀르키예의 전신인 오스만 제국에서 유럽으로 전해진 꽃이라는 사실도 새로웠다. 무엇보다 재미있었던 이야기는 커피에 얽힌 이야기였는데 이슬람에서 전해진 음료인 커피를 가톨릭교회에서 '이단의 음료'라고 일컬었다는 일화였다. 교황 클레멘스 8세가 커피를 맛본 뒤 커피에 세례를 주어 '기독교도 음료'로 승인했다는 이야기에서 실소가 터져 나왔달까.

책을 읽으며 안타까웠던 것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초콜릿 산업의 착취였는데 달콤한 맛에 감추어진 뒷면의 노동력 착취는 씁쓸함을 자아낸다.


이처럼 흥미로운 이야기로 세계사를 풀어내는 책이라 끝까지 몰입해서 읽었고, 원포인트 레슨처럼 중요한 흐름을 짚어주고 있어서 세계사에 흥미가 없었던 사람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청소년과 부모가 함께 읽기에도 좋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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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이름들의 낙원
허주은 지음, 유혜인 옮김 / 창비교육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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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이 책은 노비 신분으로 한양의 포도청 다모가 된 ‘설’의 이야기다. 의문의 살인 사건을 시작으로 용감하게 진실을 파고드는 설의 이야기를 보면서 아슬아슬한 순간들이 있었다. 해외 영화(주로 할리우드)의 주인공들이 무모할 정도로 겁이 없고, 위험을 자초할 때가 많은데 그런 결의 느낌을 받았달까? 중반 이후부터는 결말의 진실이 궁금해서 읽는 속도가 더 붙었다.


해외에서 한국 역사를 바탕으로 조선시대 인물을 그려내는 저자의 노력에 감탄했다. 오랜만에 접하는 추리 소설이라 등장인물을 한껏 의심하며 읽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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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어떻게 무너지는가 - 엘리트, 반엘리트, 정치적 해체의 경로
피터 터친 지음, 유강은 옮김 / 생각의힘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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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회가 어떻게 반복적으로 위기에 빠지는가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저자는 불안정을 낳는 네 가지 구조적 추동 요인을 대중의 궁핍화, 엘리트 과잉생산, 쇠약한 재정 건전성과 국가의 정당성 약화, 지정학적 요인이라고 밝힌다. 그중 가장 중요한 추동 요인을 엘리트 내부의 경쟁과 갈등으로 꼽는다.

엘리트 내부 간의 갈등이 소수의 승자와 다수의 패자를 창출하고, 실패한 엘리트 지망자들이 반엘리트로 돌아서면서 사회의 부당함을 파괴하려고 급진적으로 돌변한다고 주장하는데, 그게 제목과 부합한 내용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긴 했다. 급진적인 집단은 엘리트의 영역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계층에서 생기는 다양한 양상이라서.


얼마 전에 읽은 <내전은 어떻게 일어나는가>를 언급한 부분은 조금, 저자와 나의 견해가 다르기도 해서 흥미롭기도 했다. 책에는 미국 사례뿐만 아니라 유럽, 중국, 러시아 등의 다양한 나라의 예시를 근거로 방대하게 서술되는 내용이다 보니 책의 흐름을 따라가는 게 쉽지 않았다. 그만큼 나한테는 집중력을 발휘해야 하는 책이었음.


가장 인상 깊었던 마지막 페이지의 문장을 공유해 본다. ‘우리의 통치자들에게 우리 공동의 이익을 증진하는 방식으로 행동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P.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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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 - 사건지평선 너머의 닿을 수 없는 세계
브라이언 콕스.제프 포셔 지음, 박병철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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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이 책은 블랙홀의 간단한 역사를 살펴보는 것을 시작으로 ‘양자적 얽힘’이라는 결론에 이르는 물리학 이론의 여정을 보여준다. 마지막 이론에서 우리 우주가 양자 컴퓨터 속 세상일 수도 있다는 결론은 작년에 읽은 <고요의 바다에서>라는 소설을 떠오르게 한다. 어쨌든 결론에 도달하면 대형 양자 컴퓨터 개발이 더욱 중요해진 이유를 알 수 있게 된다.


문과 인간의 지적 허영심을 채우기 위해 읽었지만, 쉽사리 읽히지 않았다는 사실을 밝혀둔다. 저자는 ‘수학이라는 가성비 최고의 언어를 이용하여 깔끔하게 설명할 수 있다(P.52)’라고 했지만, 깔끔한 것은 공식일 뿐이었고, 이해는 독자 개인의 몫이라는 사실을 강조해 본다.


블랙홀에 작게나마 관심이 있다면 들어봤을 듯한 개념, 사건의 지평선, 호킹 복사, 웜홀, 화이트홀 같은 개념들이 등장하므로 반가운 마음으로 읽었으나, 이과적 지식이 풍부할수록 더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확신한다. 문과 인간에게는 6페이지에 등장하는 블랙홀 사진 두 장만으로도 놀라웠는데 블랙홀에도 별자리처럼 이름이 부여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서다.


블랙홀에 대해 정말 잘 써진 책이라는 걸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개념 정리가 잘 되어 있고, 설명도 친절하게 되어 있다. 게다가 은은한 교수님 스타일의 유머까지 겸비하고 있다. 책에 대한 아쉬운 점이 정말 하나도 없는데, 내가 이 잘 써진 책을 백 퍼센트 흡수할 수 없다는 사실이 통탄스러울 뿐이다. (머리를 쥐어뜯으며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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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이 이끄는 자리 - 모두를 위한 의료와 보살피는 삶의 인류학
서보경 지음, 오숙은 옮김 / 반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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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저자는 치앙마이의 ‘반팻 병원’에서 무상에 가까운 의료 돌봄이 어떤 방식으로 행해지는지 살펴보고, 의료의 중심에 무엇이 자리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태국은 다양한 나라와 국경이 맞닿아 있고, 치앙마이의 위치적 특성상 많은 이주민, 미등록 체류자, 난민, 태국 시민권이 없는 소수종족민들이 살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공공 의료 시스템을 통해 자격이나 신분에 상관없이 의료 돌봄을 제공받는다. 반팻 병원은 환자의 보험 상태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진료를 제공하고 있다. 병원 직원들의 업무 기조가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것이다(P.76)”라는 사실이 가장 놀랍다. 이들은 병원에 방문하는 환자를 정당한 돌봄의 대상으로 보고, 동등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병원장의 “의료의 최우선 과제는 사람 목숨을 구하고 지역사회를 돌보는 것(P.77)”이라는 답변이 상당히 놀라웠다. 의료 대란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의 비상식적인 의료 체계를 보다가 타당한 직업의식을 가진 사람을 보고 놀라야 한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반팻 병원의 운영 방식과 환자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놀라게 된다. 우리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방식이니까. 예를 들면, 집중 치료가 필요한 미숙아를 낳고 산모가 잠적하거나 방치하더라도 의료진은 아이를 끝까지 돌본다. 무연고 아기가 사망하는 경우에도 아이의 장례까지 책임지고 마무리한다. 불법 체류자에게 공공 의료를 제공하면서도 비용에 대한 압박을 가하지 않는 것, 비용과 상관없이 환자의 퇴원을 보장한다는 사실도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그렇다고 이 책이 무조건적인 태국의 의료 체계를 이상화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의료 방식이 있다는 것, 의료가 추구하는 돌봄의 형태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한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책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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