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내 예상대로 '이야기'보다는 '배경 지식'에 좀 더 치중되어 있다.
'신화와 전설 / 영물과 괴물, 요괴 / 괴담과 기담 / 믿기 어려운 사실들 / 이승과 저승' 이렇게 다섯 파트로 나뉘었고, 총 49가지 주제를 담고 있다.
저자 자신도 '책머리에'서 전 세계의 설화와 기담을 모두 담을 수는 없어 널리 알려진 것들만 간추렸다고 말하고 있지만, 주제만 간추린 것이 아니라 깊이감도 함께 간추린 것단 느낌을 중간 중간 느꼈다. 이야기를 먼저 소개하고, 근거를 바탕으로 한 배경지식을 전하고, 때론 저자의 생각도 더해지는데, 배경지식이 좀 허술하거나 저자의 생각에 공감하지 못하겠는 부분들이 더러 있었다.
그래도 그리스 로마 신화 같은 알고 있는 이야기는 알고 있는대로 한 번 더 머릿속에 되새길 수 있어 좋았고, 전혀 몰랐던 이야기들은 꽤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가장 많은 생각이 들게 했던 주제는 일본과 중국의 창세 신화로 그리스 로마 신화와 비슷한 부분이 많아 놀라웠다. 그밖에도 동서양의 설화와 기담 가운데 비슷한 다른 이야기들과 더불어 문화의 보편성에 대해 새삼 흥미로움을 느끼고 관심이 생겼다.
또한 앞으로 설화와 기감을 접할 때 단순히 이야기가 주는 흥미로움에만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판타지, 즉 인간의 근원적인 욕망과 염원, 때때로는 숨겨진 음모에 대해 보다 깊이 생각해 보며 읽으면 보다 재미겠단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