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에 끌리다 - 나를 위한 특별한 명화 감상
이윤서 지음 / 스노우폭스북스 / 2018년 7월
평점 :
품절


한 번 손에 들면 마지막 장을 위해 무작정 달리고 싶어 호기심을 주체할 수 없는 책이 있는가 하면 여유를 가지고 이따금씩 꺼내 찬찬히 음미하고 싶은 책이 있다. 내게 있어 '그림에 끌리다'는 후자이다.

본 책은 우리가 익히 잘 아는, 또는 한 번쯤 들어봄직한(몇 몇은 첨 듣는) 화가들의 인생 스토리와 그들의 대표적인 작품에 대한 간략한 정보 및 그에 담긴 비한인드 스토리 그리고 여기에 작가 본인의 이야기와 생각, 느낌 등을 함께 담은 에세이로, 21명의 화가들의 작품과 작자 미상의 민화를 수록, 총 4부(1부 잊지 않을게/2부 자유로워질게/3부 조금 더 특별한 나/4부 괜찮아)로 나누어서 소개하고 있다. 따라서 하나로 이어지는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자신이 좋아하거나 관심이 가는 화가의 이야기부터 골라서 읽어도 된다.

내가 가장 먼저 읽은 건 우리나라 화가 '이중섭'의 파트였다.
교과서에 그의 그림이 많이 실렸다는데 적어도 내 학창 시절의 기억 속에 그는 없다. 내가 그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건 불과 5,6년 전으로 그것도 순전히 제주도 여행을 계획하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 중 하나가 '이중섭 거리'라기에 알게 됐다.

그때문이었을까?
이중섭은 내게 제주도 관광 홍보를 위해 과대 포장된 거란 편견이 있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내가 무지해서였을 뿐.
그는 한국 근현대 회화사의 상징적이고 대표적인 인물이라고 한다.
 

이중섭 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소 그림들이 시대의 아픔과 개인적인 아픔이 담긴 거란 얘기에 절로 숙연해졌다.

일제강점기 때 만난 일본 여인 마사코와는 일본의 패망 뒤 이별하게 되고, 6.25전쟁은 어머니와의 이별을 만들고... 그의 잘못이 아니라 시대가 만든 가족과의 이별, 그리고 홀로남겨진 외로움..
그러한 사실들을 알게 되자 그의 그림들이 달리 보인다.

2013년도에 다녀온 고갱전.
그 기억이나 감흥은 그리 선명하지 않다.
그땐 단순히 그가 고흐의 친구였고 고흐의 그림에도 영향을 주었다기에 혹여 그의 작품들 가운데서 고흐를 느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는데 실상은 그러지 못했기에 실망감이 컸었다.

유독 구리빛 피부의 다소 살집이 있는 사람들의 그림들이 많았던 것만이 가장 기억에 남고 그 부분들에 의문을 가졌었는데 이 책을 통해서야 풀렸다. 프랑스에서 태어났지만 어머니의 고향인 페루에서 다민족들과 자란 영향이었나 보다.

고갱의 작품 중 가장 걸작으로 꼽힌다는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갈 것인가?'.
이 작품도 실제로 보았지만 당시는 왜 유명한지 이해가 되질 않아서 그저 작품 앞에서 고개를 갸웃거리며 서있었는데, 이 속에 해부학과 원근법의 무시, 그리고 즉흥적인 드로잉과 주관적인 색채가 들어간 것임을 뒤늦게 깨닫고서야 그의 파격적이고 창의적인 행보가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가정까지 꾸린 뒤늦게야 그림에 대한 열정에 불타올라 스스로 가족을 등지고 외로움을 택한 고갱. 그의 삶에 앞서 소개한 이중섭의 삶이 겹쳐 보였다. 비록 한 쪽은 스스로, 다른 한 쪽은 시대적 배경에 떠밀려 가족과 이별했지만 그들이 혼자 견뎌냈어야 할 외로움의 무게와 작품에 대한 열정과 고뇌는 다르지 않으리라.

카라바지오의 '의심하는 토마'를 소개하며 때론 자신이 확신하는 것에 대한 의심이 필요하단 얘기는 작품보다도 화가보다도 작가의 이야기가 큰 울림과 깨달음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이렇듯 화가의 이야기가.. 작품 이야기가.. 때론 작가 본인의 이야기가 깨달음과 감동으로 잔잔한 여운을 남기는 '그림에 끌리다'.

그 여운 속에 좀 더 오래 머무르고 싶어 너무 빨리 다 읽어버리지 않도록 날마다 조금씩 읽고 있는 중이다.^^

* 리뷰어스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료로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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