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정의
아키요시 리카코 지음, 주자덕 옮김 / 아프로스미디어 / 201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실용서 제외 올해 들어 처음 읽은 책이었다.
실로 오랜만에 읽는지라 과연 진득하게 붙들고 읽을 수 있을까 내심 걱정했는데 쓸데없는 기우였다.
손에 들어오자마자 바로 읽기 시작, 밥에 물 말아 먹듯 후루룩후루룩하고 단숨에 읽어버렸다.               

'절대정의'는 간결하고 시각화된 문체가 돋보이는 좀처럼 눈을 뗄 수 없는 매우 흡인력이 있는 작품이었다.
장르는 전혀 다르지만 기욤 뮈소의 책을 읽을 때와 마찬가지로 마치 한 편의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것 마냥 눈앞에 절로 영상이 펼쳐지는 걸 경험, 약간의 과장을 더하자면 순간순간 지금 내가 책을 읽고 있는 건지 영상을 보고 있는 건지 헷갈릴 정도였다. 애초에 영상 제작을 염두에 두고 쓴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언뜻언뜻 들기도 했다.

가즈키, 유미코, 리호, 레이카는 모두 똑같은 초대장을 받고 극심한 혼란과 공포에 휩싸인다. 이유는 초대장을 보낸 이가 결코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없는 사람.. 다름 아닌 자신들의 손으로 5년 전에 죽인 고교 동창생 노리코였기 때문.

이처럼 본 책은 글 초반에 범인을 명백히 밝히고 시작, 범인을 추리하는 것이 아닌 그 같은 범죄를 저지르게 된 이유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있다.

모두 한 번씩 노리코에게 크나큰 도움을 받았었지만 반대로 그녀를 죽일 수밖에 없었을 만큼 증오하게 된 이유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네 명의 여자들의 손에 초대장이 닿은 현재부터 노리코와의 인연이 처음 시작되었던 학창시절과 노리코를 죽인 5년 전 과거를 자연스럽게 넘나들며 그녀들 하나하나의 숨은 이야기가 차례차례 풀어지는데...

네 명의 여자들에게 있어 학창시절의 노리코는 언제나 옳은 말과 행동만 하는 '정의'로운 아이였다. 노리코는 그 정의로움으로 그녀들을 각각 한 번씩 혼자서는 감다 할 수 없던 어려움에서 구해주었다. 그러나 노리코의 그 '정의'라는 잣대가 그녀 자신들을 향해 겨눠지자 순식간에 노리코는 '정의의 사이보그', '정의의 몬스터', '정의의 누디스트', '정의의 야차'가 되었다.

노리코의 '정의'엔 인간다움이란 게 전혀 없다.
우정도 심지어 모성애도..
그래서 때론 몰인정하고 지독하게 끔찍스러웠지만 일부 에피소드에선 카타르시스가 느껴지기도 했다. 소리를 내어 말하지는 못했지만 평소 잘못된 거라 여기고 있던 문제들에 대해서 단죄(?)를 내릴 땐 그녀의 편에 서기도 했다. 반대로 가즈키, 유미코, 리호, 레이카의 입장에서도 공감이 가는 부분들이 많았다. 아니 무슨 그런 일로 그렇게까지... 하며 별것 아닌 일(?)에 집요하게 파고드는 노리코를 그녀들의 편에 서서 함께 경멸했다.

중간중간 노리코가 내세우는 '정의'가 불러일으키는 공포심을 부각시키 위해 억지로 이야기를 그쪽으로 끌어가려는 듯한 느낌이 다소 있었지만 많은 부분에 있어 공감했다.

만약 현실 속에서 노리코와 같은 자를 만난다면..?
아니, 굳이 그런 만남을 상상해볼 필요도 없이 이미 노리코는 우리 가까이에 존재하고 있다.
인터넷 기사의 댓글들을 보면 그 속에 수많은 노리코가 있다.

자신들이 무슨 정의의 심판자라도 된 마냥 자신들의 기준으로 피해자와 가해자를 나눈 다음 가해자를 향해 꾸짖고 질타들을 하는데 겉으론 도덕과 정의를 앞세워 말하고 있지만 그보단 그저 누군가를 힐책함으로써 자신에게 내재된 분노를 푸는 것 같단 느낌을 많이 받았다. 물론 누군가는 옳은 말을 목소리를 내어 말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노리코처럼 '정의'에 도취되는 것은 위험하다. 만약 정의의 화살이 자신에게 겨눠져도 똑같이 엄격할 수 있을까?
노리코와 가즈키, 유미코, 리호, 레이카..
정도는 다르지만 모두 우리 안에 있는 모습들인 것을..

'이야미스'의 대열에 오른 작가답게 그런 불편한 진실들을 잘 끄집어 낸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이야미스'의 여왕이라 불리우는 '미나토 가나에' 보단 불편하고 비릿한 감정의 강도가 낮아서 아쉬웠지만 반면 그래서 좀 더 가볍게 읽을 수 있어 좋았다.
조만간 아키요시 리카코의 다른 작품들도 찾아 읽어봐야겠다.

-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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