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유희 히메카와 레이코 형사 시리즈 5
혼다 테쓰야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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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메카와 레이코' 시리즈의 외전 격인 작품.  레이코도 등장을 하지만, 그 외 인물들이 좀 더 부각되면서 제각각의 사건들이 펼쳐진다.  전혀 연관이 없어 보이던 사건들 사이에서 하나의 공통된 줄기가 점차 모습을 드러내고, 거기에는 일본의 부정부패 고위 관료들이나 그들의 잘못된 정책과 비리가 놓여있음이 밝혀진다. 

 

'웃고 있는 이웃의 가면을 벗겨라!'라는 구호처럼, 결국 이러한 사회적 문제로 인해 고통받는 개개인의 아픔은 어떻게 해소할 것이며, 자경적인 반격이 과연 정당화 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작품이었다.  특히나 인터넷의 발달로 다수가 정보를 공유하게 되면서 야기되는 새로운 사회 문제를 부각시키고자 하는 것 또한 작가의 의도였으리라.  이 책에서 다루는 일본의 현실이 우리와 크게 다루지 않기에, 더욱 그 이슈가 와닿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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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D현경 시리즈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검은숲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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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경찰소설의 대가인 요코야마 히데오의 D현경 시리즈 작품. 

출판사 홍보 문구에 따르면, 작가가 10년에 걸쳐 자신의 인생을 집대성해서 쓴 작품이란다.

일단 분량은 꽤 많다.  그렇지만 지루하지 않고, 반전에 반전이 이어지거나 숨막히는 추리가 이어지는 것도 아닌데, 꽤 섬세한 상황묘사와 심리묘사에 이끌리며 진도가 나가게끔 하는 작품이었다.

 

14년 전, 미제로 끝난 소녀유괴살인사건, 일명 '64' 사건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D현경의 형사부와, 이를 파워게임에 이용하고자 하는 경무부와 도쿄 본청의 알력 사이에서, 뼛속까지 형사였다가 홍보담당관으로 인사발령을 받은 미카미는 64 사건에 숨겨진 진실을 있음을 직감하고 이를 파헤치고자 고군분투한다.  그러나 과거 몸담았던 형사부로부터 변절자의 소리를 듣고, 현재의 경무부에서도 이방인 취급을 받는 그로서는 64 사건의 진실은 커녕, 현재의 담당업무인 홍보업무도, 언론과의 관계 정립에도 힘겨워한다.  여기에 그의 딸 아유미의 가출로 안팎으로 괴로움을 겪는다.  이 와중에 '64'와 유사한 유괴사건이 발생하고, 경찰 내부의 알력 사이에서 어느 편에 서야 할 지 괴로워 하던 미카미는 자신의 본분을 발견하고, 나아가 64 사건의 진실도 알게 된다.  더불어 새로이 발생한 유사 유괴사건을 통해 드러나는 '64' 사건의 범인은 충격적인 반전을 이루게 된다.

 

이 작품에서도 일본경찰소설 특유의 상세한 내부묘사와 인물들에 대한 섬세한 묘사가 돋보였다.  신의와 원칙을 중시하는 그네들의 가치관을 이상화시킨 강직하고 성실한 주인공이 경직된 그들 특유의 조직 내에서 어떻게 그 가치관들을 지켜나가는 지를 흥미롭고 진지하게 묘사한 작품이었다.  날카롭고 기발한 추리 대신에, 때로는 조금 답답할 정도로 고지식하고 성실하고 인간적인 등장인물들에 동화되어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그들이 한발한발 내딛는 걸음을 따라가게끔 하는 특이한 묘미가 있다.  한마디로, 일본 경찰소설의 모든 재미와 요소가 압축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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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달린 어둠 - 메르카토르 아유 최후의 사건
마야 유타카 지음, 박춘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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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본격 미스터리 2세대를 대표하는 작가 마야 유타카의 첫 장편소설.  "애꾸눈 소녀"로 그의 작품을 이미 접한 터였다. 

 

탐정 기사라즈는 여느 명탐정마냥 다소 괴짜고 기이한 인물이다.  기묘한 사건 의뢰를 받고, 마치 왓슨과도 같은 존재인 '나'와 함께 의뢰인이 있는 '창아성'으로 향한다.  이는 바로 대재벌 이마카가미 일가가 사는 외딴 고성.  그러나 도착하자마자 발견된 건 의뢰인의 목잘린 시체.  곧이어 역시 목이 잘린 또다른 주검이 밀실에서 발견되고, 계속해서 일가의 사람들이 하나씩 시체로 발견되는데...  기묘한 가족 구성원들은 공포에 사로잡히고, 범인은 내부에 있다고 확신하고 기사라즈는 추리와 수사를 이어가나 번번이 연쇄살인을 막지 못한 채, 결국은 커다란 실패를 맛보고 산으로 숨어든다.  이 때 기사라즈를 비웃으며 등장한 또다른 명탐정 메르카토르 아유.  그의 등장에도 계속해서 살인은 일어나지만, 새로운 추리를 선보이며 범인과 범행을 밝히는 메르카토르.  그러나 마침내 돌아온 기사라즈와의 추리 전쟁은 점점 정점에 달하며, 반전에 반전이 끊임없이 이어지는데...

 

특이하게 두 명의 명탐정이 등장하고, 더군다나 두 사람이 협력하는 게 아니라 다소 반목하면서 각자의 추리를 펼쳐나가는 점이 일단 흥미로웠고, 계속되는 반전에 도대체 누구 말이 옳은지, 누구의 승리인지 더 헷갈리는 와중에 충격적인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 점이 대단하였다.  마침내 밝혀진 범인과 범행의 동기가 다소 억지스럽고 황당하기는 하지만, 그리고 최종 진실을 밝혀낸 이를 생각해보면 설득력이 조금 떨어지기는 하지만, 후반부에 몰아부치는 정교한 퍼즐과 충격적 반전은 마치 360도 회전을 연속으로 해대는 롤러코스터를 탄 느낌이었다.  작가의 클래식 음악에 대한 조예도 남다름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그의 차기작들이 계속되는 이유 중에 하나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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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소네 케이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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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참 자극적이라 읽을까 말까 살짝 고민을 했다.    

일견 소시민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각자의 욕망과 탐욕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점차 파멸의 늪으로 빠져들어가며, 서로의 욕심이 연결고리가 되어 하나의 커다란 사건들을 만들어간다. 

 

가업으로 물려받은 이발관을 폐업하고 사우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어려운 살림을 이끌어 가는 초로의 켄지.  부정부패 경찰로 폭력단에게 빚을 지어 이를 해결하고자 점차 더한 범죄 속으로 걸어가는 남자, 료스케.  폭력남편과 헤어지지 못하고 윤락으로 빚을 갚아나가려는 주부 미나.  이들을 둘러싼 저마다의 이야기가 각각의 시공간 속에서 제각각 진행되다 종국에는 하나로 연결되는 촘촘한 밀도의 구조가 압권이었다.  이를 위해 시간차를 이용한 서술트릭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탐욕이 더한 탐욕을 부르며 파국을 불러일으키는 모습이, 정말 제목처럼 지푸라기라고 잡고 싶은 '짐승들'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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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 짓는 사람
누쿠이 도쿠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엘릭시르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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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르포르타쥬 미스터리' - 범인과 동기를 초반에 밝히고, 이의 진실 여부를 추적해 가는 형식의 미스터리 소설이다.  은행의 모범사원인 니토 도시미가, 아내와 딸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되고, 처음에는 범행을 부인하다 목격자가 나오면서 체념한 듯한 미소와 함께, 살인동기를 밝히다, 바로 그건 '책을 둘 곳이 없어서'라는 이유.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살해 동기를 이해하기 위해 그의 본성을 파헤치겠다는 목표를 갖고 소설가는 그의 주변 인물들을 탐문하며 논픽션 작품을 쓰고자 한다.  그 과정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니토를 능력있고 자상하고 늘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 사람으로 평하며 그의 살인을 부정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몇몇은 다소 다른 의견을 내며 흥미를 끌 만한 증언들을 하기도 하는데, 그 와중에 니토의 주변 인물 중 몇몇이 사고사를 당한 사실을 알아내며 소설가는 이 모든 것이 니토의 범행일지도 모른다고 추측하며, 남들이 알지 못하는 그의 어두운 본성의 근원을 찾아내고자 고군분투하는데...

 

르포 형식의 미스터리는 종종 일본 미스터리 소설에서 보이는 형식이다 (그들은 이런 형식에 강한 것 같다).  그러나 취재 과정에서 범인과 그의 범행, 동기, 수법 등이 밝혀지는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이 작품은 이해할 수 없는 살해동기로 인해, 범인은 표면에 보이는 것과 달리 괴물이거나 다른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추정 하에 이를 밝혀내고자 하는 과정을 그리며, 그 과정이 다다른 결말에는 오히려 받아들이기 불편한 진실이 놓여있다.

 

그래서 아래의 문장은, 이 작품을 통해 작가가 독자들에게 던지고 싶었던 화두가 아닐까 싶다.

"우리는 타인을 이해하지 못한 채 이해한 척하며 살고 있다. 자신들이 이해한 척한다는 사실조차 보통은 잊고 있다. 안심하고 싶기 때문이다.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을 인정하면 바로 불안해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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