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온다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이정민 옮김 / 몽실북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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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난임 치료를 포기하고 아이 없이 부부만의 삶을 살기로 한 구리하라 부부가 우연한 계기로 양자결연 프로그램을 접하게 되고, 여중생 히카리가 낳은 아이를 입양하고 아사토라 이름 짓는다.  이후 부부는 아이에게도 주변사람들에게도 입양 사실을 공개하고 흔히들 말하는 가슴으로 낳은 아이 아사토를 지극정성으로 돌보고 기른다.  생모인 히카리에게 감사한 마음도 가지며, 맘속으로 그녀를 가족의 일원으로도 여긴다.  그렇게 6년이 지난 어느날, 아이를 돌려주거나 아니면 대신 돈을 달라는 여자를 만나게 되고, 이 여자가 한번 뿐이지만 자신들이 만났던 히카리가 정말로 맞는지, 그들이 가슴 속에 품고 있던 그 소녀의 이미지와 너무나 다른 여자의 존재에 대해 의문을 갖는다.

 

한편, 히카리의 시점에서 그녀의 과거와 현재가 펼쳐진다.  보수적이고 다소 가식적인 집안 분위기에 반발하며 가족과 거리를 두고 싶어하는 여중생 히카리는 학교에서 인기 남학생의 적극적인 구애를 받고 기뻐하며 사귀다가 임신도 하게 된다.  부모에 대한 반발심과 또래 친구들이 겪지 못한 어른의 세계, 실제 세상의 모습을 미리 알게 됐다는 우쭐한 마음에 들떠 있던 히카리는 막상 임신과 출산,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아이를 입양보내는 과정을 통해 세상과 단절된 듯한 느낌을 갖는다.  임신 막달에 느꼈던 아기와의 유대감도 끊긴 채, 남자친구의 변심, 세상의 눈초리, 자신과 동떨어진 친구들의 상황 등을 겪으며 소외되고 외로운 마음을 품은 히카리는 가출을 하게 되고, 이후 험한 세상을 어린 나이에 겪으며 점차 삶에의 의지도 잃고 절망의 늪으로 빠지고 만다.  그러한 긴 어두운 밤의 터널을 지나온 그녀에게 마침내 아침이 올 것인지를 잔잔히 그려낸 작품이다. 

 

사회파 미스터리로 구분되어 있었지만, 읽어본 결과 미스터리라고 하기엔 좀 무리가 있다.  굳이 장르소설로 넣을 건 아닌 것 같고, 입양과 한 소녀의 성장을 소재로 우리 사회가 갖는 문제의식을 제기한 작품이라 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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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유산
손선영 지음 / 트로이목마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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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에서 학예연구사로 일하는 장윤정은 유물 밑에 놓인 가죽 가방 하나에 대해 의심을 품고, 확인을 위해 가방을 은밀히 외부로 반출한다.  인사동에서 우리 문화재를 지켜나가는 아버지 장지유와, 양오빠이지 연인인 주일한에게 보이기 위해서다.  주일한의 아버지 주세용은 친일파 매국노로 한국의 유물들을 일본으로 밀반출하며 장지유와 대립 관계에 놓인 인물이고, 이러한 아버지에게 환멸을 느끼며 장지유의 양자로 들어간 주일한은 장지유로부터 문화재에 대한 교육을 받으며 '트레저 헌터'라는 은밀한 활동을 펼치고 있었다. 

 

세 사람은 가방을 감식하던 중, 이 가방이 순종이 남긴 것이며, 거기에 조선 황실의 보물에 대한 기록이 기록되어 있음을 알게 되고, 이를 찾아 나서게 된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이들을 감시하며 뒤쫓는 일본의 비밀단체의 활동 역시 시작되고, 한국인으로 위장하며 십여년을 살아온 전덕남이 이들과 엮이게 된다. 

 

소설은 한편, 구한말 일본의 최고 음양사와 그를 사모한 조선의 궁녀, 그리고 조선 최후의 무사의 이야기를 통해 시대를 오가며, 여기에 더해, 휴전선 근방에서 근무하는 여군이 역시 군인이었다가 실종된 자신의 아버지를 찾는 이야기가 또 하나의 축으로 그려진다.

 

이렇게 다양한 인물과 시대, 시점이 서로 교차하며, 조선의 숨은 보물을 두고 쫓고 쫓기는 이야기가 날씨과 씨실마냥 얽히고 설킨 채 전개된다.  그런만큼 좀 정신이 없고 두서없이 산만한 느낌도 나고, 그만큼 가독성과 사건의 전개가 빠르게 이어지는 점은 있다.  무엇보다도 서사를 글로 풀어냈다기 보다는, 마치 이미지를 그려내는 듯한 느낌이 이 작품에서 받은 주된 인상이었다.  영상으로 펼쳐놓은 장면들을 글로써 풀어냈다는 느낌이라 좀 깊이나 글로 읽는 재미보다는, 영상을 위한 이미지의 서술로 느껴지는 그럼 느낌이라 글로 읽는 재미가 약하고 작가의 필력보다는 작가의 상상력, 이미지 재현 능력, 소재의 참신성 등에 점수를 줘야 할 것 같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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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닮은 사람
누쿠이 도쿠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엘릭시르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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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파 미스터리'로 유명한 누쿠이 도쿠로의 신작이다.  이번 작품은 사실 미스터리라기 보다는, 그가 평소에 관심을 가져온 사회 문제를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저마다의 의견을 개진하는 이야기들이다. 


사회 구조에 대해 불만을 지닌 사람들이, 묻지마 테러를 통해 자신의 불만을 사회에 표출하는 일들이 발생하고, 이를 '소규모 테러'라고 부르게 된다.  이를 둘러싸고, 열명의 사람들이 저마다의 시각으로 사회에 대한 분노와 해결책 등을 펼쳐보이는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그리고 제각각의 이야기 속에는 공통 분모로 '도베'라는 인물이 등장하고, 신원을 알 수 없는 이 자가  온라인 상에서 사람들을 부추기고, 사회 시스템의 문제를 제기하며 이를 방관하는 사람들이 모두 책임이 있다고 역설하며 무차별적인 테러를 가할 것을 사람들에게 은밀히 역설한다.  일견 제각각일 것 같은 이들 인물별 에피소드들이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하나로 연결되고, 작가 나름의 의견을 드러내며 결말을 맺는다.


추리적 요소가 적어 다소 흥미는 떨어지지만, 작가의 정체성을 분명히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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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포크라테스 우울 법의학 교실 시리즈 2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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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포크라테스 선서"에 이은 후속작.  이제는 엄연한 법의학자로 마코토가 미쓰자키 교수와 캐시 조교수와 한팀이 되어 법의학실에서 근무를 하게 됐다.  아직은 신참이지만 조금씩 성장해나가는 마코토와, 어느새 그녀 마음 속에 조금씩 들어오게 된 고테가와 형사가 여느때처럼 법의학실을 드나들며 함께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동안 둘 사이에 연대감이 쌓이게 된다.

 

최근 현경에게 '커렉터'라는 서명의 글들이 올라오며, 부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질타한다.  아울러 별다른 사건성이 없어보이는 시신에도 의문을 제기하며 부검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커렉터 탓에 어느때보다 현경과 법의학실의 부검 횟수가 늘어나고 아울러 관련 인원들의 피로감과 예산 소비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이후 작품은 소소한 사건들을 다루며 부검을 통해 파헤쳐지는 사건의 진실 뿐 아니라 마코토와 고테가와 관계의 미묘한 변화도 그리고 있고, 단편적으로만 여겨지던 사건들이 나중에 커렉터의 정체가 밝혀지며 전체적으로 유기성을 가진 그림이 완성된다. 

 

본격 미스터리라고 부르긴 좀 뭐하지만, 가볍게 읽을만한 소소한 에피소드가 법의학과 유기적으로 엮인 작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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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탁 하나만 들어줘
다시 벨 지음, 노지양 옮김 / 현암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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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A simple favor."  교통사고로 남편을 잃고 다섯 살 아들 마일스를 홀로 키우며 살아가는 전업주부 스테파니.  그녀는 자신의 일상을 블로그를 통해 다른 엄마들과 공유하면서 살아가다가, 마일스의 단짝친구인 니키의 엄마 에밀리와 절친이 된다.  화려한 워킹맘인 에밀리에게 동경과 부러움을 가진 채, 자신의 비밀을 다 털어놓는 스테파니와는 달리, 에밀리는 자신의 과거나 현재의 삶에 대해 그다지 많은 것을 얘기하지는 않는다.  그러던 어느날, 에밀리는 스테파니에게 하루 저녁만 니키를 봐달라고 부탁하나, 이후 그녀는 실종되고 연락이 없다.  이러한 사실을 블로그에 올리며 당황하고 슬퍼하는 스테파니.  에밀리의 남편이자 니키의 아빠 숀과 연락이 닿고 이후 두 사람은 두 아이들을 돌보며 에밀리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생활을 해나간다.

 

이후 조금씩 자신이 몰랐던 에밀리의 생활에 대해 알게되는 스테파니는, 왜 에밀리가 절친인 자신에게 이러한 이야기들을 안 털어놨을까 하는 의구심과 함께 자신이 알던 에밀리가 진짜 모습일지도 의심이 가기 시작한다.  그녀의 실종에 대해서도 사고인지 자의적인 가출인지가 혼란스러운 가운데, 숀과의 사랑에 빠져버리는 일도 일어나고, 죄책감과 행복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는 스테파니의 시각으로 1부가 펼쳐진다.  이후 에밀리가 써내려가는 2부, 그리고 숀과 스테파니, 에밀리가 번갈아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3부로 이어지는 구성이다. 

 

친구에게 간단한 부탁을 하고 사라진 사건의 도입부는 자못 흥미진진했으나, 이후 전개되는 내용에서는 캐릭터도 줄거리도 그다지 흥미롭지는 못했다.  '나를 찾아줘'가 연상되기도 하고, 피터 스완슨의 소설도 떠오르고, 에밀리를 제외하고는 다 너무 멍청하고 무기력한 게 좀 어이가 없고 우스울 정도라, 이 작품이 영화화된다는 게 의외일 정도였다.  뭐 사람마다 느끼는 게 다르긴 할 테지만... 암튼 내게는 생각보다 기대에 못 미치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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