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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 안나
알렉스 레이크 지음, 문세원 옮김 / 토마토출판사 / 2016년 5월
평점 :
절판
이혼전문변호사인 줄리아는, 딱이 문제는 없으나 너무나 야망이 없고 지루하게만 느껴지는 남편 브라이언과의 결혼 생활에 회의를 느끼고 그와
헤어질 결심을 한다. 브라이언에게 이 얘기를 꺼내고 험악한 분위기의 어느날, 클라이언트 미팅으로 딸아이 안나를 데리러 가는 날 늦고 만다.
그 사이 안나는 사라지고 지옥은 시작된다.
경찰의 수사에도 찾을 길 없는 안나,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지 상상하기도 싫은 악몽같은 나날 속에, 브라이언과의 감정의 골은
깊어지고, 언론을 비롯한 사람들의 여론은 줄리아를 무책임하고 자격 없는 엄마로 매도해 가고, 소문은 점차 악의적인 거짓으로 더해지면서, 줄리아는
점차 무너지기 시작한다.
그러던 일주일 후, 거짓말 같이 안나가 돌아온다.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 채, 아무일도 없이... 이 꿈같은 상황에 줄리아는 너무나
기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찜찜한 두려움을 느낀다. 범인은 누구며 왜 도대체 아이를 납치했다가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다시 돌려보냈는지, 그
의도가 뭔지, 그리고 또다시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은 불안함 속에서도 안나에게 최선을 다하고 남편과의 관계도 회복해 보려 한다. 그러나 늘
모든 것에 간섭하고 아들네를 좌지우지하려던 시어머니의 개입으로 부부는 별거에 들어가고, 더 나아가 아들을 통해 손녀 안나의 양육을 떠맡으려 하자
줄리아는 이에 맞서 아이를 되찾고자 하나 그녀를 둘러싼 악의적인 소문과 비난 여론은 양육권 싸움에서 그녀를 절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서게
한다. 한편 안나는 심리치료를 통해 과거의 일을 조금씩 문득문득 기억해 내고, 안나의 양육권을 되찾는 싸움 과정에서 줄리아는 이 모든 사건의
진상을 깨닫게 된다.
소설은 그날 이전과 그날 이후로 나뉜다, 안나의 귀환을 기준으로. 중간 중간 삽입된 범인의 독백 외에는 모두 줄리아의 시점으로 사건이
펼쳐진다. 아이의 납치와 무사 생환이라는 극적 소재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작품 전반에 걸쳐진 주된 내용은, 터무니없는 소문과 여론이 어떻게
조성되고 악의적으로 한 개인을 향하는지 (이는 실로 현실에서도 너무나 많이 자주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다)를 여지없이 보여준다. 자못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영국이 배경임에도 불구하고 무차별적인 군중심리에 의해 한 여자가 여지없이 무너지고 마녀사냥은 행해진다.
사건의 진상은 사실 별게 아니다. 오히려 좀 현실성이 떨어지며 섬뜩하다기 보다는 (그것을 노렸겠지만) 우스꽝스럽다. 충격적인
진상이라고는 할 수 없고, 그 점에서는 신선한 충격이나 임팩트 있는 반전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아서 생각 보다는 좀 아쉬운 작품이다. 오히려 매스
미디어가 만들어내는 악의적인 허구의 탄생과 그의 확산 등이 더 강하게 인상을 남기는 작품이었다. 그것이야말로 지독한 범죄가 아니고 뭐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