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산책 - 유쾌하고 발칙한, 빌 아저씨의 유럽산책

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산책 - 발칙한 글쟁이의 의외로 훈훈한 여행기 ㅣ 빌 브라이슨 시리즈
빌 브라이슨 지음, 권상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08년 4월

"거의 모든 것의 역사"의 저자로 잘 알려진 빌 브라이슨의 유럽 여행기.  그러나 그냥 여행기였다면 굳이 찾아 읽지는 않았을 것이다.  천편일률적인 여행기, 여행 정보와 적절한 감상을 담은 그런 기행문이 아니라, 빌 브라이슨 특유의 살짝 비튼 유머와 '발칙함'으로 그려내는 살아있는 생생한 기행문인 것이다.

북유럽의 한 시골마을에서부터 파리를 거쳐 이탈리아 남쪽 지방까지 내려갔다가 스위스를 건너 동유럽을 돌고 터키의 이스탄불에 이르는 장정의 여행을 한 그의 경험에는 특유의 독설과 페이소스가 함께 묻어나며 현지의 생생함과 함께 유쾌한 블랙 유머도 선사한다.  물론 거기에는 작가 개인에 한정될 수 있는 경험과 느낌, 그로 인한 편견 등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그래서 이 작품은 유럽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게 아니라 유럽을 여행하면서 작가가 겪은 그의 경험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짜여진 일정이나 예약된 숙박, 사전 조사 등이 배제되고, 현장에서 결정되고 실행되는 즉흥성 또한 무척 흥미롭고 생동감을 준다.  읽는 내내, 현지 사람들에 대해 살짝 비틀어 꼬는 풍자 또한 악의없이 큭큭대며 즐길 수 있고, 한마디로 그저 유쾌하고 재미있게 그의 여행 후기를 들은 기분이다.  유럽을 또 이렇게 읽을 수도 있겠구나 하면서 가볍게 읽어내려간 작품이다. 

아시아를 코앞에 두고 여행을 마쳤던 그의 아쉬움을 나 또한 느꼈다.  그가 자라고 살아온 미국과 영국과는 아주 이질적인 아시아 대륙을 그가 여행하면서 쓰는 기행문은 또 얼마나 흥미롭고 재미있을까 싶다.  그의 빠른 아시아 여행을 간절히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