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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그늘을 지나며 - 젊음에서 황혼까지, 나의 삶을 적다
김희주 지음 / 바른북스 / 2026년 7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빛과 그늘을 지나며』를 읽고 나니 한동안 다른 책을 바로 펼치지 못했다. 괜히 내 지난 시간을 하나씩 떠올리게 됐다.
이 책은 김희주 저자가 젊은 시절부터 지금까지 살아온 이야기를 담은 자전적 에세이다. 간호사로 일했던 시간, 결혼과 두 아들을 키우며 겪었던 일, 가족과 함께한 순간들, 사람과의 관계에서 받은 상처, 나이가 들어가며 달라진 마음까지 차분하게 풀어낸다.
처음에는 한 사람의 인생을 기록한 책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읽을수록 꼭 특별한 사람의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누구에게나 예상하지 못한 일이 생기고, 가족 때문에 마음 졸이는 순간이 있고, 사람에게 상처를 받기도 한다. 지나고 나면 별일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일도 당시에는 꽤 큰 일이었을 것이다.
저자의 삶도 다르지 않았다.
특히 아이들이 아팠던 이야기는 긴장하면서 읽었다. 첫째 아이의 장중첩증, 둘째 아이가 땅콩을 삼켜 호흡에 문제가 생겼던 순간까지. 간호사로서 알고 있던 지식이 그 순간에는 아이를 살리는 데 큰 힘이 되었다.
평소에는 내가 가진 경험이나 지식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모른다. 막상 필요한 순간이 오고 나서야 그것의 가치를 알게 되는 경우도 있다.
가족 이야기도 따뜻했다. 두 아들이 자라고 결혼하면서 가족의 모습이 달라지고, 며느리와 손녀들이 새로운 가족으로 들어온다. 가족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꽃 이름을 붙여준 이야기는 저자가 가족을 얼마나 예쁘게 바라보는지 보여주는 것 같아 미소가 났다.
책에서 이런 문장이 나온다.
“살아보니 인생은 늘 예기치 않은 바람 속에서 피어나는 한 송이 작은 꽃 같았습니다.”
정말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무리 계획을 세워도 인생은 가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간다. 그때는 당황스럽고 힘들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면 그 일 때문에 만나게 된 사람도 있고 새롭게 알게 된 것도 있다.
관계에 대한 이야기는 조금 더 천천히 읽었다.
“사랑만 해도 모자랄 이 짧은 인생에 고운 생각만 해도 못다 할 귀한 시간을 아픔과 미움으로 축내지 말자.”
살다 보면 쉽게 잊히지 않는 상처가 하나쯤은 생긴다. 나도 그렇다.
그래서 이 문장을 읽으면서 ‘다 용서해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미움 때문에 내 시간을 너무 오래 쓰지는 말아야겠다는 쪽으로 받아들였다. 이미 지나간 일을 계속 붙잡고 있는 동안 흘러가는 것은 결국 내 시간이니까.
나이 듦에 대한 이야기도 좋았다.
“젊음 뒤에 감추어진 막연한 불안과 갈등도 나이와 함께 무디어 가니 뒤따라온 이 안정감이 그래서 좋다.”
젊을 때는 불안한 것이 참 많다.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내가 잘하고 있는지, 다른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내려놓게 되는 것도 있다.
꼭 모든 일에 답을 찾아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될 필요도 없다는 것.
그런 여유가 나이가 주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책을 덮고 가장 오래 남은 문장은 따로 있었다.
“지나온 날들은 모두 축복이었다고, 그 자리에서 그 시간 속에서 너는 충분히 잘 살아냈다고.”
이 문장을 읽고 한참 생각했다.
우리는 지나간 일을 돌아볼 때 잘못했던 것부터 떠올리기 쉽다. 그때 그렇게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조금 더 잘할 수 있었는데 하면서.
그런데 가끔은 반대로 생각해봐도 괜찮을 것 같다.
그때의 나는 그때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을 테니까.
잘한 것도 있고 부족한 것도 있었겠지만, 어쨌든 그 시간을 지나 지금까지 왔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잘한 일이라고.
『빛과 그늘을 지나며』는 거창한 성공이나 특별한 인생을 보여주는 책은 아니다.
그래서 오히려 더 편하게 읽혔다.
젊은 날의 추억도 있고, 가족 때문에 마음 졸였던 시간도 있고, 사람 때문에 웃고 울었던 날도 있다. 나이가 들어 평범한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도 조금씩 알게 된다.
결국 인생에는 빛만 있는 것도, 그늘만 있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좋았던 날과 힘들었던 날이 뒤섞여 지금의 내가 된 것이다.
책을 읽기 전에는 다른 사람의 인생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다 읽고 나니 이상하게 내 이야기를 조금 들여다본 기분이 든다.
나도 언젠가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게 된다면 후회했던 일만 세어보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잘한 것도, 부족했던 것도 모두 내 삶이었다고.
그리고 나에게도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그래도 참 잘 살아왔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