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곰 도시 버거 대회 ㅣ 올리 그림책 70
정현진 지음 / 올리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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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처음에는 제목부터 재미있었다.

버거 대회라니.
어떤 동물들이 어떤 버거를 만들까 싶었다.
그런데 읽다 보니 생각보다 다른 이야기가 보였다.
달곰 도시의 버거 대회에 나온 요리사들은 처음에는 각자 자신이 잘하는 재료로 버거를 만든다. 대나무, 해초, 꽃과 꿀, 고기, 생선, 건초, 당근까지.
각자 다르다.
그래서 오히려 재미있었다.
그런데 누군가 버거를 높이 쌓기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진다.
다른 요리사들도 하나둘 따라 하기 시작한다.
"저 버거가 더 높은데?"
그러다 보니 처음에는 맛있는 버거를 만들려고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누가 더 높이 쌓는지가 중요해진다.
결국 버거는 하늘까지 올라간다.
이 장면을 보면서 이상하게 아이들의 공부가 떠올랐다.
아이들도 처음부터 친구보다 잘하려고 공부하는 것은 아닐 텐데, 어느 순간 친구의 점수를 보고, 등수를 보고, 다른 아이보다 뒤처지지 않는 것을 신경 쓰게 된다.
그러다 보면 처음에 내가 왜 공부하고 있었는지는 조금씩 잊어버리기도 한다.
달곰 도시의 요리사들도 비슷했다.
누가 "높이 쌓자"고 정한 것도 아닌데 서로를 바라보다 보니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이 부분이 참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다른 사람이 한다고 해서 나도 꼭 해야 하는 것은 아닌데, 막상 주변을 보고 있으면 그게 쉽지 않다.
그래서 아이와 이 책을 읽는다면 "누가 1등이었어?"라고 묻기보다 이런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왜 갑자기 높이 쌓기 시작했을까?"
"다른 요리사들이 높이 쌓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너라면 계속 쌓았을까?"
아이의 대답이 궁금하다.
정답을 맞히는 것보다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를 이야기해 보는 것.
그렇게 이야기하다 보면 아이가 책 속 사건을 자기 생각과 연결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이야기의 앞뒤를 연결하거나 자기 생각을 말하는 것이 어려운 아이와 함께 읽는다면 이런 질문이 꽤 좋은 대화의 시작이 될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문해력이라는 것도 결국 책의 내용을 외우는 것만은 아닐 테고.
그리고 마지막 장면이 참 좋았다.
하늘 높이 쌓아 올린 버거 탑이 무너지고, 떨어진 재료를 사람들이 함께 나누어 먹는다.
조금 전까지는 서로 누가 더 높은지를 경쟁했는데, 이제는 함께 먹는다.
1등을 가리는 대회도 사라지고 모두가 함께 즐기는 '으뜸 버거의 날'이 된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저자의 말을 다시 읽었다.
"사람들은 더 높은 곳을 향해 쌓고 또 쌓아서 많은 것을 이루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위보다 옆을 바라보는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경쟁자가 아닌, 손잡을 친구를 만날 수도 있으니까요."
이 말이 오래 남았다.
아이에게도 '더 높이'라는 말은 익숙하다.
더 높은 점수, 더 좋은 성적, 더 앞선 결과.
물론 잘하고 싶은 마음은 소중하다.
하지만 가끔은 옆을 바라보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나와 다른 친구를 보고, 서로 도와주고, 혼자 앞서가는 것보다 함께하는 즐거움을 알아가는 것.
무엇보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기 전에 내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한 번쯤 돌아보는 것.
《달곰 도시 버거 대회》는 단순히 "경쟁하지 말자"는 그림책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것 같았다.
"너는 지금 무엇을 위해 이렇게 열심히 쌓고 있니?"
아이와 함께 읽는다면 책의 내용을 확인하고 끝내기보다, 책을 덮고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
"너라면 어떤 버거를 만들고 싶어?"
"친구와 같이 만든다면 어떤 버거가 될까?"
이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아이가 생각하지 못했던 자기 마음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나도 책을 읽고 나서 잠깐 멈춰 생각하게 됐다.
나 역시 가끔은 다른 사람이 어디까지 갔는지를 보느라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놓칠 때가 있으니까.
그래서 이 책은 아이에게 읽어주고 싶은 그림책이면서, 어른이 읽어도 한 번쯤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책이었다.
나만의 한 줄 서평
더 높이 쌓는 것보다 중요한 건, 내가 왜 쌓고 있는지 잊지 않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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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센스 - 컬리, ‘좋은 것’에 대한 기준이 전략이 되는 사람들
(주)컬리 지음 / 세미콜론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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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컬리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샛별배송이다.

그런데 『굿 센스』를 읽고 나니 배송보다 더 오래 기억에 남은 것이 있었다. 컬리가 ‘좋은 것’을 얼마나 집요하게 고민해왔는가였다.
18쪽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한번 믿어보자. 그리고 실행에 옮겨보자.”
컬리의 시작을 보면서 이 문장이 꽤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창한 사업 아이디어보다 먼저 있었던 건 자신이 직접 겪은 불편이었고, 그 문제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직접 해결해보려 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22쪽의
“나에게 절실한 문제라면, 해결될 때까지 멈출 수 없으니까요.”
라는 문장도 오래 남았다.
생각해보면 내가 정말 필요하다고 느끼는 문제와 남들이 좋다고 하는 문제는 확실히 다르다. 전자는 쉽게 포기하기 어렵다.
컬리가 재미있었던 건 그다음이었다.
33쪽에서는 좋은 것을 하나의 정답으로 두지 않는다.
“어제까지 저것이 가장 좋았는데, 오늘은 이것이 가장 좋으면 이쪽으로 갈 수 있는 것.”
이 문장을 읽으면서 ‘좋은 것을 고른다’는 게 처음부터 정답을 알고 있다는 뜻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좋은 것이 보이면 바꿀 수 있는 것. 그러면서도 아무 기준 없이 흔들리는 건 아닌 것.
상품위원회에서 상품 하나를 두고 꼼꼼하게 따져보고, 잘 팔리지 않는 상품도 왜 그런지 다시 들여다보는 이야기가 그래서 흥미로웠다.
감각도 반복해서 연습하면 조직의 습관이 될 수 있구나.
41쪽의 문장에서는 ‘좋은 것’의 범위가 상품을 넘어선다.
“인생이 소중한 거고, 그래서 적극적으로 인생을 좋은 것으로 채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좋은 음식을 먹는 것에서 시작했지만 결국은 무엇을 먹고, 어떤 시간을 보내고, 어떤 일을 하면서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품질을 위해 비용을 감수하고, 문제가 생기면 판매를 중단하고, 고객의 불편을 그냥 넘기지 않는 컬리의 선택도 조금 다르게 보였다.
65쪽의
“저는 자존감은 있되, 자존심은 없는 사람을 높게 평가해요.”
라는 말도 기억에 남는다.
내가 옳다고 믿는 것은 필요하지만, 그 믿음 때문에 생각을 바꾸지 못하는 것도 문제일 것이다.
고집과 원칙은 비슷해 보여도 다르니까.
후반부의 AI와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198쪽에서는 AI를 단순한 시스템이 아니라 습관의 문제로 바라보고, 234쪽에서는 지속 가능성을 내년에도 계속할 수 있는가라는 관점에서 이야기한다. 241쪽의 진정성에 대한 내용까지 읽고 나니 앞에서 봤던 컬리의 여러 선택들이 다시 생각났다.
결국 말보다 어려운 건 선택하는 순간에 기준을 지키는 일일 테니까.
책을 덮고 나서는 컬리보다 내 이야기를 더 생각하게 됐다.
나는 무엇을 좋은 것으로 생각하고 있을까.
그리고 그 기준을 실제로 지키고 있을까.
사실 기준이라는 건 세우는 것보다 지키는 게 훨씬 어렵다. 더 빠르고 편한 방법이 보이면 흔들리기도 한다.
그래서 『굿 센스』에서 말하는 ‘굿 센스’가 단순히 상품을 잘 고르는 감각으로만 읽히지는 않았다.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선택의 순간에도 얼마나 지킬 수 있는가.
책을 읽고 나서 오히려 이 질문이 오래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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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은 자유다 - 평범한 사람이 세계와 거래하는 법
레이첼 백 지음 / 나비의활주로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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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무역은 자유다』를 읽고
무역이라고 하면 나는 아직도 조금 어렵게 느껴진다.
수출과 수입, 통관, 계약, 해외 거래처 같은 단어가 먼저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 책도 무역을 시작하려는 사람을 위한 실용서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읽다 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과 조금 달랐다.
이 책에서 계속 눈에 들어온 건 ‘무역’보다 오히려 ‘선택’​이라는 단어였다.
책에는 여행 중에 본 원단 하나에서 브랜드를 만든 사람도 나오고, 해외에서 생활하며 한국 제품의 가능성을 발견한 사람도 나온다. 국내에서는 잘 팔리지 않던 상품을 해외 시장에서 다른 방식으로 풀어낸 이야기도 있다.
처음부터 대단한 사업을 준비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는 아니었다.
작은 관심 하나를 그냥 넘기지 않았고,
“한번 해볼까?”에서 실제 행동으로 옮겼다는 점이 비슷했다.
22쪽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작은 한 걸음이 브랜드가 되고, 일이 되고, 삶의 방식이 되더라.”
이 문장이 참 좋았다.

무언가를 시작하려고 하면 우리는 자꾸 크게 생각한다.
돈이 얼마나 있어야 하는지,
무엇을 더 배워야 하는지,
실패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러다 보면 정작 시작은 늦어진다.
36쪽의
“사업의 시작은 자본이 아니라, 한 번의 실행이다.”
라는 문장도 그래서 기억에 남았다.

물론 사업에 돈이 필요하지 않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내가 받아들인 건 작게라도 직접 해봐야 알 수 있는 것이 있다는 의미에 가까웠다.
한 번 팔아보고,
한 번 물어보고,
한 번 시장의 반응을 확인해보는 것.
그 다음에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으니까.
75쪽의 문장도 오래 남았다.
“위기에 강한 사람은 예측한 사람이 아니라, 빠르게 움직인 사람이다.”
모든 일을 미리 예상할 수는 없다.

계획대로 되지 않았을 때 다시 방법을 찾아보는 것.
어쩌면 그것도 새로운 일을 해나가는 데 필요한 힘일 것 같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제목도 조금 다르게 보였다.
“선택지가 많아질수록 자유로워진다.”
무역이 왜 자유일까 생각했는데, 꼭 돈을 많이 벌어서가 아니라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하나 더 생기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꼭 해외사업을 시작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지금 내가 가진 경험을 다른 곳에서는 어떻게 바라볼 수 있을지,
내가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이 누군가에게는 필요한 것이 될 수 있을지.
그런 생각을 한번 해보게 만든 책이었다.
책을 덮고 나니 무역보다 ‘선택’이라는 단어가 더 오래 남았다.
『무역은 자유다』는 무역을 배운 책이라기보다, 내가 가진 가능성을 조금 다른 곳에서 바라보게 만든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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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품에 안길 너를 기다리며 아가 마중
고정희 외 지음, 김기창 외 그림 / 한울림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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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처음에는 그림책이라고 생각했다.
제목도 그렇고 뱃속 아기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라고 해서 따뜻한 그림책을 떠올렸는데, 막상 책을 펼쳐보니 조금 달랐다.
읽으면서 계속 든 생각은 ‘이 책은 그림책보다는 도록에 가깝구나’였다.
피천득, 이해인, 정채봉, 고정희 같은 작가들의 글이 실려 있고, 이중섭, 김환기, 박수근, 장욱진 같은 화가들의 작품도 함께 들어 있다. 동시와 동화, 수필, 동요까지 한 권 안에서 만난다.
그래서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읽는 것보다 마음에 드는 곳에서 잠시 멈춰보게 된다.
나도 책을 읽다가 몇 번이나 그림을 다시 봤다.
이해인의 〈별을 보며〉에 나온
“얼굴은 작게 보여도 마음은 크고 넉넉한 별…”
이라는 문장이 좋았다.
아이에게 별처럼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느껴졌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더 생각하게 된 건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보다 어떤 세상을 보여줄 것인가였다.
꽃이 피는 것, 비가 오는 것, 계절이 바뀌는 것.
사람을 만나고 때로는 상처를 받고, 다시 살아가는 것.
아이에게 세상이 늘 아름답기만 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있는 여러 모습을 함께 보여준다.
선안나의 〈그림 속의 문〉을 읽으면서는 아이의 상상력을 바라보는 어른의 시선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너에겐 이 세상 전체가 무한한 가능성을 향해 열린 문이었고…”
아이에게는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곳에도 문이 있을 수 있다.

어쩌면 아이의 생각을 고쳐주는 것보다 한 번 더 물어보고 들어주는 것이 필요할 때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고정희의
“우리들의 아기는 살아 있는 기도라네.”
라는 문장을 읽었다.

이 문장이 책 전체를 다시 돌아보게 했다.
아기가 부모가 원하는 모습으로 자라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자기만의 빛을 가지고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
결국 이 책이 하고 싶은 이야기도 그런 것이 아닐까 싶었다.
『아가 마중』은 아기를 기다리는 부모에게 읽어주기 좋은 태담집이지만, 그것만으로 설명하기에는 조금 아쉽다.
좋은 글이 있고 좋은 그림이 있고, 익숙한 동요도 있다.
무엇보다 한 권의 책 안에서 우리 문학과 미술을 함께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그림책이라기보다 작은 도록을 한 권 펼쳐본 기분이 더 강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읽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다.
마음에 드는 페이지를 펼쳐 그림을 보고, 글을 읽고, 다시 덮어도 된다.
아기를 기다리는 시간에 이런 책 한 권을 곁에 두는 것도 꽤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덮고 나서도 몇 장의 그림과 몇 문장이 계속 생각났다.

아마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오래 기억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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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그늘을 지나며 - 젊음에서 황혼까지, 나의 삶을 적다
김희주 지음 / 바른북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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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빛과 그늘을 지나며』를 읽고 나니 한동안 다른 책을 바로 펼치지 못했다. 괜히 내 지난 시간을 하나씩 떠올리게 됐다.
이 책은 김희주 저자가 젊은 시절부터 지금까지 살아온 이야기를 담은 자전적 에세이다. 간호사로 일했던 시간, 결혼과 두 아들을 키우며 겪었던 일, 가족과 함께한 순간들, 사람과의 관계에서 받은 상처, 나이가 들어가며 달라진 마음까지 차분하게 풀어낸다.
처음에는 한 사람의 인생을 기록한 책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읽을수록 꼭 특별한 사람의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누구에게나 예상하지 못한 일이 생기고, 가족 때문에 마음 졸이는 순간이 있고, 사람에게 상처를 받기도 한다. 지나고 나면 별일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일도 당시에는 꽤 큰 일이었을 것이다.
저자의 삶도 다르지 않았다.
특히 아이들이 아팠던 이야기는 긴장하면서 읽었다. 첫째 아이의 장중첩증, 둘째 아이가 땅콩을 삼켜 호흡에 문제가 생겼던 순간까지. 간호사로서 알고 있던 지식이 그 순간에는 아이를 살리는 데 큰 힘이 되었다.
평소에는 내가 가진 경험이나 지식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모른다. 막상 필요한 순간이 오고 나서야 그것의 가치를 알게 되는 경우도 있다.
가족 이야기도 따뜻했다. 두 아들이 자라고 결혼하면서 가족의 모습이 달라지고, 며느리와 손녀들이 새로운 가족으로 들어온다. 가족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꽃 이름을 붙여준 이야기는 저자가 가족을 얼마나 예쁘게 바라보는지 보여주는 것 같아 미소가 났다.
책에서 이런 문장이 나온다.
“살아보니 인생은 늘 예기치 않은 바람 속에서 피어나는 한 송이 작은 꽃 같았습니다.”
정말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무리 계획을 세워도 인생은 가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간다. 그때는 당황스럽고 힘들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면 그 일 때문에 만나게 된 사람도 있고 새롭게 알게 된 것도 있다.
관계에 대한 이야기는 조금 더 천천히 읽었다.
“사랑만 해도 모자랄 이 짧은 인생에 고운 생각만 해도 못다 할 귀한 시간을 아픔과 미움으로 축내지 말자.”
살다 보면 쉽게 잊히지 않는 상처가 하나쯤은 생긴다. 나도 그렇다.
그래서 이 문장을 읽으면서 ‘다 용서해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미움 때문에 내 시간을 너무 오래 쓰지는 말아야겠다는 쪽으로 받아들였다. 이미 지나간 일을 계속 붙잡고 있는 동안 흘러가는 것은 결국 내 시간이니까.
나이 듦에 대한 이야기도 좋았다.
“젊음 뒤에 감추어진 막연한 불안과 갈등도 나이와 함께 무디어 가니 뒤따라온 이 안정감이 그래서 좋다.”
젊을 때는 불안한 것이 참 많다.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내가 잘하고 있는지, 다른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내려놓게 되는 것도 있다.
꼭 모든 일에 답을 찾아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될 필요도 없다는 것.
그런 여유가 나이가 주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책을 덮고 가장 오래 남은 문장은 따로 있었다.
“지나온 날들은 모두 축복이었다고, 그 자리에서 그 시간 속에서 너는 충분히 잘 살아냈다고.”
이 문장을 읽고 한참 생각했다.
우리는 지나간 일을 돌아볼 때 잘못했던 것부터 떠올리기 쉽다. 그때 그렇게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조금 더 잘할 수 있었는데 하면서.
그런데 가끔은 반대로 생각해봐도 괜찮을 것 같다.
그때의 나는 그때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을 테니까.
잘한 것도 있고 부족한 것도 있었겠지만, 어쨌든 그 시간을 지나 지금까지 왔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잘한 일이라고.
『빛과 그늘을 지나며』는 거창한 성공이나 특별한 인생을 보여주는 책은 아니다.
그래서 오히려 더 편하게 읽혔다.
젊은 날의 추억도 있고, 가족 때문에 마음 졸였던 시간도 있고, 사람 때문에 웃고 울었던 날도 있다. 나이가 들어 평범한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도 조금씩 알게 된다.
결국 인생에는 빛만 있는 것도, 그늘만 있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좋았던 날과 힘들었던 날이 뒤섞여 지금의 내가 된 것이다.
책을 읽기 전에는 다른 사람의 인생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다 읽고 나니 이상하게 내 이야기를 조금 들여다본 기분이 든다.
나도 언젠가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게 된다면 후회했던 일만 세어보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잘한 것도, 부족했던 것도 모두 내 삶이었다고.
그리고 나에게도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그래도 참 잘 살아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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