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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의 찬가
알렉상드르 졸리앙 지음, 이충민 옮김 / 새물결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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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참 따뜻하다.

저자 알렉상드로 졸리앙은 뇌성마비 장애인이다. 어린 시절에는 '센터(장애인 기숙시설이 아닐까)'에서 지냈고, 자라면서 일반 학교에 다니게 되었고 철학을 공부하게 되었다. 그러니까 지금은 철학자다.

많은 사람들은 장애인들을 가치없다고 여긴다. 특히 직업을 갖지 못하고 평생을 보호시설에서 살아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아무래도 그런 혐의가 더 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알렉상드로는 그렇게 센터에서 지내는 친구들에게 '인간이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얘기한다.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나쁜 조건 속에서 날마다 뭔가를 새롭게 시작하고, 어려움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고, 스스로를 책임지는 것. 그것이 얼마나 위대한 직업인지 알고 있는 것이다.

센터에서 보낸 어둡고 답답한 시간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힘들게 '괜찮아?'라고 물어주는 동료였다고 한다.

제 몸을 가누지도 못하고, 또박또박 말을 할 수 없는 친구지만 진심을 담아 괜찮냐고 묻는 친구와, 그 물음에 담긴 우정을 알아채는  저자. 두 사람 모두 참 아름답다.

그런데, 이 책은 나를 아프게 한다.

저자가 센터 직원들을 냉정하게 평가하는 부분을 읽다보면 저절로 등줄기가 오싹해진다.

장애학생들의 사소한 행동에 대해 몇 시간 동안 논쟁하고, 토론하다가도 퇴근 시간에 원생이 화장실에 가려고 하면 화를 내는 직원들의 모습.  자신들의 직업에 대해서 무슨 고귀한 일을 하는 양 생색내고 잘난척하기 좋아하는 모습. 자신들의 무지를 감추기 위해 교만과 자만심만을 앞세우는 사람들.

아프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으면 좋겠다.

한 사람을 '비정상'이라고 규정하는 것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짓인지, 그리고 인간이 인간에게서 위로받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생각하게 되었다.

약자의 찬가.

사실 약자 아닌 사람이 누가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이 약자임을 알면서도 그 사실을 감추기 위해 또 다른 약자들에게 허세를 부린다. 우리 모두가 약자이면서도 내가 약자라는 사실을 부끄러워 하느라 마음에 병을 얻는다.

하지만 인간의 연약함이야말로 진정한 우정을 만들고,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내가 약하다는 것은 더 이상 부끄럽지도 않고, 감출 것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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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그릇 이야기 - 도기 자기 도자기, 풀꽃문고 4
이지현 지음, 조승연 그림 / 청년사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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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아이들과 현장학습을 자주 가는데, 도자기 만드는 곳에도 갔다.

갈 때마다 아쉬운 건, 자세한 설명 없이 그저 만드는 데만 온 신경을 쏟게 된다는 거다.

미리 반죽을 하 해 놓은 흙으로 모양을 만들고, 말리지도 않았는데 그림을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 일주일 쯤 기다리면 완성된 작품을 받을 수 있다.

뭔가 빠진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이게 뭐지? 원래 도자기는 이렇게 만드는 게 아닌데, 직접 만들어 보는 것도 좋지만 뭔가 더 설명해 주어야 하는 게 아닐까? 

다음부터는 현장학습을 가기 전에 <우리 그릇 이야기>부터 꼭 읽어봐야겠다.

스무고개를 따라가다 보면 저절로 우리 도자기에 대해서 알게 된다. 도기와 자기는 무엇이 다른지, '진품 명품'이나 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그 외우기도 어려운 자기의 이름은 무슨 뜻인지, 왜 청자 다음에 백자가 나왔는지. 꼼꼼하면서도 알기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또 하나, 그냥 <도자기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그릇 이야기>인 것도 참 좋다. 임진왜란 때 얼마나 많은 도공들이 현해탄을 건너 일본으로 끌려갔는지, 일제 시대때는 우리 청자를 훔쳐가기 위해 얼마나 나쁜 짓을 많이 했는지 읽고 나니 화가 치밀어 오른다. 

일본에서 그렇게 우리 도자기에 관심을 기울이고 욕심을 내는 동안 정작 우리들은 무엇을 했는지 생각하면 좀 부끄럽기도 하다. 너무 흔해서 귀한 것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한 거겠지만, 지금이라도 많이 알고 사랑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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