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닮지 않은 자화상 - 화가 장호의 마지막 드로잉
장호 지음 / 창비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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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돌아보고, 다가오는 새해를 준비하는 이 시기에 장호 작가님의 유고 드로잉집 <나를 닮지 않은 자화상>을 만날 수 있어서 참 행복하고 감사했습니다.


어제와 다르지 않은 오늘, 내일도 딱히 다를 것 같지 않은 하루의 연속인 '보통의 날들'이 얼마나 소중한 시간들인지 다시금 깨닫고 인지하게 되었거든요.
암 진단을 받고 죽고 싶다가 살고 싶어지는 작가님의 너울치는 감정이 하나의 흐트러짐 없이 너무나 잘 전달되어 마음이 아렸습니다.
제목을 보고 한참을 생각했습니다. 왜 자화상인데 나를 닮지 않았다고 표현했을까. 책을 읽어가면서 그 궁금증은 사라졌지만 항암치료로 변해가는 자신의 얼굴을 지켜보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을까에 생각이 미치자 다음 페이지로 손을 옮길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오늘도 해는 떠올라 낮이 됐다.
내 얼굴을 보고 그리긴 했지만
참 닮지 않았다."


특히 저의 감정은 작가님이 표현하신 빗소리에서 무너져 내렸습니다.
단 하나의 드로잉도 같은 방향의 선이 없습니다.
작가님의 그림을 통해 어제 내리던 비가 또 내리네가 아닌, 오늘은 전혀 다른 리듬감과 기운을 가진 비가 내리는구나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빗소리에도 생명이 있었고 삶의 의지가 담길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울컥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그러나 작가님은 건강한 삶과는 점점 멀어지는 시간 속에서도 끝까지 좌절하지 않으셨던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 주먹쥐는 법을 알려 주시고 가셨어요.


"너, 일어나. 그래, 서는 거야. 누워 있거나 고개 숙이고만 있으면 안 돼. 햇살 되어 빛나."
그림을 업으로 삼아
죽는 날까지 뜻을 다한
장호 작가님의 평안을 기원합니다.
모두의 삶이 햇살 되어 빛나기를.




* 해당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고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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