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작고 커다란 아빠 - 2020 가온빛 추천그림책 모두를 위한 그림책 31
마리 칸스타 욘센 지음, 손화수 옮김 / 책빛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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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이란 책으로 처음 만난 마리 칸스타 욘센 작가님의 그림은 국내 그림책에서는 접할 수 없었던 묘한 느낌이었어요. 어떤 단어로 설명해야할지 막막한데, 저의 짧은 언어 구사력으로는 그저 감각적인 일러스트라고 밖에 표현이 안되네요.

<안녕>이란 책 외에도 마리 칸스타 욘센 작가님의 책을 여러 권 출판한 바 있는 책빛에서 이번에 작가님의 새로운 책을 출간했습니다. <나의 작고 커다란 아빠>라는 책인데 표지에 적힌 완전 상반되는 "작고", "커다란"이라는 단어를 마음 속으로 읽으며 아빠가 두 명인가? 무슨 의미일까? 등등 책을 읽기 전부터 궁금증이 커졌습니다.



아빠와 마야는 일주일간 함께 휴가를 보내기 위해 낯선 나라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그런데 아빠와 마야는 기질이 달라서 휴가를 즐기는 스타일도 다릅니다.

아빠는 높은 다이빙대에 올라가 점프하며 수영하는 걸 즐기는 반면 마야는 바닷가에 앉아 책을 읽고 싶어해요.



동적인 성향의 사람과 그 반대의 사람이 함께 여행을 한다는게 참 힘든 일인데 가족이라 견디며 할 수 있는거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지점이었습니다.

그런데 동물원에서 사건이 발생합니다. 아빠는 온갖 동물을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이곳저곳을 가리키며 쉴 새 없이 떠들다가 아이를 잃어버립니다.

이 장면에서 저는 한참을 머물렀어요. 제 모습 같아서요. 아이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보여주고 싶은 부모 마음에 아이의 반응은 무시한 채 다다익선의 마음으로 이것도 봐봐...저것도 봐봐...어때? 진짜 신기하지? 새로운 자극들을 꾸역꾸역 아이의 머리 속에 집어넣으려고만 했던 저의 모습이 보이더라구요. 다행히 저는 아이를 잃어버린 적은 없지만 마야의 아빠가 이해가 됩니다.

낯선 나라에서 온통 익숙하지 않은 것들 뿐인데 마야는 아빠를 찾을 수 있을까요?

육아를 하면서 순간순간 놀랄 때가 아이는 제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논리적으로 사고하며 자라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는 순간이에요. 아이는 자신의 속도로 매일매일 자라고 있는데 저는 그 성장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더라구요.

마야 역시 자신의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아이였고 아빠가 자신을 찾을거라는 믿음으로 미아가 된 현 상황을 이겨냅니다.

이에 반해 아빠는 마야를 찾기 위해 캥거루 주머니도 살펴보고, 사자 입 안도 들여다보면서 점점 작아져 갑니다. 마야를 찾지 못하면 어떡하나?하는 불안감에 휩싸여 그렇게 된 것이 아닐까 싶어요. 나이가 들수록 불안한 감정에 더 쉽게 노출되는 건 어쩔 수 없지요.



다시 만난 마야와 아빠,
산처럼 커다란 아빠였는데 본인이 감싸줘야 할만큼 작아진 아빠를 위로하며 마야는 이렇게 또 성장합니다.



아빠 역시 아빠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을 갖고 있는 마야 덕분에 커다란 아빠로 거듭날 수 있지 않았을까요? 커다란 아빠를 만드는 힘은 아이에게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내가 어른이 될 수 있도록, 괜찮은 어른이 될 수 있도록 만드는 힘의 원천은 나를 바라보고 있는 아이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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