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침묵 - 이윤기 산문집
이윤기 지음 / 민음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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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윤기라는 작가를 알게 된 것은 와이프가 추천해준 [나비넥타이]라는 작품을 통해서였다. 그리고 그의 저작들, 번역작품이며 로마그리스신화며 이런 류의 책들을 읽어나가면서, 아 우리나라에도 이런 작가가 있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된차, 몇년전 그의 타계소식은 참 안타까운 일이였다. 그의 말처럼 '죽음은 죽는 순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잊히는 순간에 이루어진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라고 한 바, 그는 아마 결코 죽지 않는 불사신으로 독자들의 가슴에 영원히 불멸의 존재로 남을 것이다. 단지 그의 새로운 작품들을 다시 볼 수 없다는 것은 그의 작품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불행으로 다가올 것이다.

[위대한 침묵]은 그의 마지막 산문집이자 유고집인 것으로 보인다. 책 제목처럼 그는 이제 침묵한다. 하지만 이 침묵은 위대한 침묵이다. 그는 말이 없지만 그의 작품들이 다시 새롭게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으니 말이다. 37개의 짧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고 마지막 그녀의 딸인 이다희씨의 아버지를 추억하는 글로 구성되어 있다. 37편의 글들은 동서양,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그의 뛰어난 인문정신을 보여준다. 읽고나서도 많은 생각을 남기게 한다는 점은 역시 그의 글맛 때문이다. 화려한 문체가 아닌 따뜻한 그의 문체는 위대한 작가의 조언과 충고, 그리고 차한잔 마시면서 나누는 대화 같은 것이다.

나무에 대한 희망으로 시작하고, 두명의 악우 술과 담배와 헤어지는 이야기로 마무리된다.

이윤기... 그는 불멸의 존재이다.

이으면 인연이요, 끊으면 절연인 법, 내 가슴에 손을 얹고 물어 보았다. 너는 인연을 잇느냐? 끊느냐?

(50p)

나는 낮도 아니고 밤도 아닌, 석양 무렵 혹은 통틀 무렵을 좋아한다. 인도말로는 이런 순간을 '드히아나'라고 한다지 아마, '禪'이라는 말이 여기에서 나왔다지 아마.

눈 감은 것도, 뜬 것도 아닌 상태. 확실하게 아는 것도, 전혀 모르는 것도 아닌 상태. 나는 앎과 모름의 가장자리를 서성거릴때 행복을 느낀다.

가을 오고 가는 것, 아름답기는 하다. 단풍들고 잎 떨어지는 것은 저희들 살림일뿐이다. 언제 자연이 우리에게 눈길이나 주던가? 天地不仁 아니던가? (p64)

아무래도 무수한 고유명사들이 내 기억 어딘가에 스며들어 있을 것 같다. 나는 이들을 자력으로 마중하려고 퍽 애를 쓴다. 애를 쓰다 보면 마음 아니면 생각의 자리에서 흐릿한 구정물 같은 것이 풍풍 솟아오르는 것 같다. 그 물의 앙금 가만히 가라앉힐라치면, 오래 잊고 있던 이름들이 얼굴을 드러낼 때가 자주 있다.

나는 이미 많은 정보를 내 기억의 창고에다 우겨 넣었다. 더 우겨 넣는 수고가 망설여진다. 그래서 가만히 기다리면서 구정물이 맑아질 때를 기다리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 자주 나 자신에게 묻는다. 더 알아야 하는가? 우겨 넣는 짓 이제 그만하고 가만히 되새김질해 볼 때가 된 것 같은데.. (p68)

알렉산드로스와 필리포스의 침묵, 야율초재의 침묵을 묵상한다. 무수한 말과 주장들이 똥 덩어리처럼 둥둥 떠다니는 이 시대에... (p77)

그리스 사람들은 바다를 두가지 이름으로 불렀다. '오케아노스'와 '에욱세이노스'

우호적으로 느껴질때는 오케아노스, 바다가 심술궃게 느껴질때는 에욱세이노스, 즉 적대하는 바다라는 뜻이다.

신화시대의 그리스인들에게 흑해는 오케아노스가 아니었다. 그들에게 흑해는 거의 죽음의 바다였다..

..흑해는 뉴규에게나 존재한다. 그 흑해를 건너야한다. (p78~81)

No attachment, no detachment! 집착이 없는데 해탈 없지요!

무분별한 의미 부여와 집착은 우리의 감옥이 될 수도 있다는 소식 아닌가?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살기는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불심검문은 두려워하지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 (p108)

나는 내 가족과의 행복 같은 것도 따로 설계하지 않는다. 내가 그들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지 그들이 나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오로지 이 믿음에만 의지에서 살 뿐이다. 행복은 내가 덤으로 누리는 마음의 한 상태다. (p127)

사람은 남으로부터 무시당하거나 능멸당한 경험이 없으면 남을 무시하거나 능멸하지 않는다는 게 내 생각이다. (p154)

 

 

오늘 같은 날 그분이 문득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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