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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더스트 패밀리 안전가옥 오리지널 21
안세화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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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안전가옥이 펴낸, 안세화의 스타더스트 패밀리.

2022년 올해가 끝나가는 이 시점에 더없이 유쾌한 가족 오락 액션 코미디를 접했다.

여기, 다섯 가족이 있다. 구성원은 할아버지, 어머니, 아버지, 딸, 아들이다. 주변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이 가족 구성원들은 그 구성처럼 몹시도 평범하다. 할아버지는 정정하고 여느 노인들 답게 자주 툴툴대며, 어머니는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수다스럽고 오지랖 넓은, 참견 많은 중년이며, 아버지는 자신이 '가장'임을 그 어떤 상황에서도 확연히 주장하나 그 위엄은 찾아볼 수 없으며, 딸과 아들은 서로 몹시 투닥대기 바쁜, 여느 집안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는 흔하디흔한 남매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면 이토록 평범한 이들이 어쩌다 '정신병원'이라는 곳에 무려 '감금'씩이나 되었단 말인가.

영화 장화홍련에서 그러하듯, 이 가족의 이야기도 침착하고 인자한 병원장이 환자를 상담하는 데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연출처럼 이 평범한 가족이 어쩌다가 이곳까지 오게 되었는지, 그들의 과거를 짧게 설명해준다.

다소 허무맹랑하고 괴리감 넘치는 주장이지만 그들은 모두가 같은 과거와 기억을-의사의 입장에서는 병명과 증상을-공유하고 있었다. 의료인의 입장에서야 다섯 명이나 되는 가족 공동체가 똑같은 망상장애 증상을 보이니 다소 흥미롭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우리의 다섯 식구들 입장에서는 답답해 죽을 것 같은 반응이다. 어떻게 다섯이나 되는 사람들이 같은 망상 장애를, 그것도 말 한톨 다르지 않게 주장할 수 있냐고? 그거야 사실이니까!

히어로는 의외로 평범하다.

이 소설은 거기서부터 시작된 것처럼 평범한 가족 구성원으로부터 그 가지를 뻗어나온다. 정신병원에 갇혀, 계속된 탈출 시도가 막혀 하루하루 지루하고 반복적인 나날을 보내면서 우리가 정말 다같이 망상장애를 앓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체념에 좀먹힐 무렵, 히로인과 엄청난 단서의 등장으로 인해 그들은 곧바로 힘을 얻고 서로 긴 회의 없이도 짠듯이 일을 처리한다. 과연 가족애가 엿보이는 장면이었다. 서로 "아, 그럼 어떡해?! 뾰족한 수가 있어?!" 하고 서로 니탓내탓을 하다가도 놀랍도록 서로 나서지 않고 놀랍도록 도망치는 데에 만장일치를 보이는 이 사랑스럽고 허술한 가족을 보라.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지만 누구 하나 크게 놀라지 않고, 좌절하지 않고, 미래에 머리를 부여잡지 않는다. 갑작스럽게 국가정보원이 가족의 인생에 끼어들고, 스파이 임무를 받아도 큰 고뇌와 역경 없이 신나게 능력과 재주를 발휘해 써먹고 돈을 벌고, 또 돈을 진탕 쓴다. 이 얼마나 유쾌하고 고민 없는 가족인가.

사건이 전개되면서 여러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끝에, 이 사랑스럽고 허술하고 유쾌하고 고민 없는 가족은 <어차피 도망칠 수 없다>는 전제와도 같은 상황이 주어지자, 체념은커녕 마블의 어벤져스 뺨치는 K-어벤져스의 액션 넘치는 데뷔를 노린다. 마치 타노스의 괴력과 그가 가진 무시무시한 힘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떼샷으로 승부수를 던져보는 것처럼, 그들은 거침이 없다.

하지만 마블의 어벤져스와 그들이 진정 다른 것은 무엇인고 하면, 그들은 평범하다. 어릴 적부터 국가로부터 훈련 받은 정예 요원도 아니고, 정체불명의 파워 주사를 맞고 모든 것을 막아내는 금속 방패를 지니고 있지도 않으며, 엄청난 부와 명성이 따라붙는 천재 과학자도 아닌 것이 그들이 가진 것이다. 이 거대한  우주적 싸움에 지구에 사는 인간 몇 죽고, 도시가 조금 파괴된 정도는 뭐 쿨하게 넘어가는 그런 게 아니다.

우리와 다르지 않은 평범한 삶을 살아오다가 어느 날 갑자기 맞닥뜨린 괴생명체에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가진 것 중에서 먹을만한 걸 찾아 던져준 지극히도 평범한 회피와 모면의 과정에서 (자신의 의지와 관계 없이) 탄생해버린 히어로인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그들이 알고 있던 사람들을, 이 모든 상황이 벌어지기 전의 삶도 넘치게 사랑해왔기에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향후 위험할 수도 있는 분자들은 반드시 제거"한다거나 "혁명이나 재건을 위한 조금의 희생 쯤이야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애초에 그런 거창한 생각따위는 갖지 않는다. 무슨 지구를 지키는 지구용사도 아니고, 독수리 오형제도 아니지 않은가. 다만 가족의 안위를 걸렸기에, 가족을 지키려고 싸움에 나선 것이며, 그렇기에 관계 없는 제3자들과 다른 사람들이 다치지 않기를 바란다. 뻑하면 폭탄을 등장시켜 건물과 사람들을 통째로 한꺼번에 날리려는 건 위험 요소 제거도,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발판일 수 없다. 위험 요소 제거라는 협의 없는 기막힌 작전과 실행으로 인해 목숨을 잃은 건 위험 요소가 아니라 그간 그들이 알고 지내온 살갑고 반가운 친구들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대의를 이야기하며 이야기가 무거워지지 않는다. 그들은 어디까지나 자신들에게 위험한 상대와 싸우고자 한 것이지, 지구를 지키겠다는 신념으로 싸우지 않는다. 또, 그래서 불필요한 희생을 최소화하려고 웃겨죽는 노동과 수고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배 씨네 가족은 유쾌하다. 어느 상황에서나 그렇다. 죽다 살아났어도 그들은 약간의 농담과 함께 다시 일어선다. 마치 베고 또 베어도 쓰러지지 않는 나무처럼 아주 강인한 히어로의 모습으로! 일어선다면 좋겠지만 그냥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큰일날 뻔했네, 하고 고비를 넘기는 식으로 일어난다. 이것은 이를테면 배 씨 가족의 전제 조건 같은 것이다. 무조건 평범하기.

비범한 상황에 놓인 평범한 사람들이 어떻게 정신병원에 오게 되었고, 또 어떤 비범한 상황들을 마주하고  전개해 나가는지 같이 읽어보면 어떨까 싶다. 언제 어느 상황에 펼치더라도 유쾌하고 재밌는 이야기니까. 이 정신병원에는 대체 어떤 비밀이 숨어있는지, 정말로 미친 사람들만 입원한 병원인지, 떡밥은 끝까지 주어진다. 같이 달려보자.

이 서평을 올리기 위해, 알라딘에 왔는데 책이 추리/미스터리 장르에 있는 걸 보고 아연실색했다. 이만큼 사랑스럽고 유쾌하고 웃겨 죽는 한국형 'K-어벤져스:병동워'가 또 어디에 있다고!

다 읽고 덮었을 때 이 이야기에 독자가 어떤 평을 내리고 점수를 매기든, 변하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 이 책은 정말로 페이지터너다.

사실, 요즘 발간되는 거의 모든 책의 추천사가 '책읽기를 멈출 수 없다', '엄청난 페이지터너', '결국 밤새서 다 읽었다', '책장을 덮을 수 없다' 등으로 점철되어 있지만 그 추천사에 별로 동의하지 않는 나마저도 이 책에게는 순순히 '페이지터너'라는 칭호를 아낌없이 내린다. 다 읽고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아 혹평을 주고 싶은 독자라도 이 문단에는 기꺼이 동의할 것이다. 이 책은 정말로, 정말로 페이지터너다. 일단 첫 몇 장만 읽어보라. 그 다음부터는 술 없이도 취한 것처럼 아주 술술 읽힐 테니까!



*이 서평은 출판사 안전가옥에게 도서를 제공 받아 쓰여졌음을 밝힙니다.

#안전가옥, #안전가옥오리지널, #안세화, #정신병원탈출기, #스타더스트패밀리, #초능력가족, #서평, #서평단, #소설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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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의 공식 - 첫눈에 독자를 홀리는 역대급 주인공 만들기 어차피 작품은 캐릭터다 2
사샤 블랙 지음, 정지현 옮김 / 윌북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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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의 공식은 말그대로 '히어로' 캐릭터가 갖는 모든 것을 공식화한 것이다. 히어로라면 마땅히 어떤 요소들을 갖춰야 하고, 어떤 매력을 지녀야 하는지를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가령, 히어로는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내면의 상처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작품의 큰 주제는 결국 보편적인 인류 문화적 가치에 따른다. 그러니까 사회가, 삶이 비관적이라고 심하게 비뚤어져서는 사람을 마구잡이로 닥치는대로 죽이고 살인하는 것을 이야기의 교훈으로 삼는 것은 아니다. 작품의 주제는 보편적으로 "정의", "사랑", "모험과 용기, 우정" 등을 테마로 하고 히어로는 주인공으로서 이 이야기의 교훈에 걸맞는 캐릭터 아크를 지녀 작품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완벽한 캐릭터는 사랑받기 어려운 데다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해서 뭐든 문제 없이 처리하는 캐릭터가 나온다면 애초에 이야기 자체가 구성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우리의 히어로는 매우 지극히 인간적이며, 독자들과 비슷한, 그래서 독자들로 하여금 나와 동일시할 수 있거나 공감을 일으킬 수 있는, '과몰입'을 위한 설정을 가져야만 한다는 말이다. 어릴 적 따돌림을 심하게 당했다든가, 소중한 가족을 잃은 상처가 있다든가 하는 내면의 상처와 상실을 지녀야 한다. 이는 우리의 히어로가 성장을 위한 발판을 갖는 것이다.

예컨대 히어로 캐릭터는 내성적이고 소극적이며 뭘 해도 구박 받기 일쑤고, 주변에 친구 하나 없는 조용하고 사회성이 부족한 캐릭터다. 그래서 남들 앞에서 나서지도 못하고 수업 시간에 발표 하나 어떻게 할 줄 몰라 쩔쩔 매거나 그로 인해 놀림을 당하게 된다. 그러나 히어로는 그 조용하고 혼자 있기 좋아하는 성격 때문에 혼자 하는 일들을 자주 하게 된다. 그러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이나 조립, 코딩을 취미로 삼게 되고, 그 방면에서는 가히 천재적인 기술과 능력을 지니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히어로 캐릭터의 마을 전산 시스템에 불분명한 외부의 해킹이 시도된다. 마트 전산이며 회계는 전부 엉망이 되어버리고, 학교는 전기 공급이 어려워지며, 병원에서는 아픈 환자들의 목숨까지 위험한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는다. 이 위기를 해결할 사람은 오직 컴퓨터 기술자나 화이트 해커 뿐인데, 히어로가 사는 마을은 작은 시골 마을이라 그런 기술자를 찾기 역부족이다.

그런데 이때, 이 위기를 알게 된 히어로 캐릭터가 여기서 나타난다. 물론, 처음부터 그가 짠 하고 나타나지는 않는다. 그는 이렇게 절체절명의 위기 순간까지 계속해서 내몰림이나 등떠밀림이나 내적 갈등을 겪는다. '어떡하지? 내가 할 수 있다고 나서도 될까? 하지만 그러다 내가 실수해서 모든 걸 다 망치기라도 하면? 하지만 내게 친절하게 대해주셨던 이웃집 할머니가 병원에서 지금 숨이 넘어갈 위기라는데 그건 절대 안 되지! 하지만 모두 앞에 나서는 건 정말 무섭고 두려워. 오줌이라도 지릴 것만 같아. 어쩌면 좋지?' 계속해서 이런 답보 상태의 갈등을 겪다가 결국 모든 게 무너지기 전, 그는 악착같은 힘을 짜내 자기 자신과 맞서 사건을 정면돌파 하는 것이다.

모두 앞에 나서기 끔찍하게 두렵고 무섭고, 숨이 턱 막히고 오줌이라도 지릴 것 같지만 그래도 보편적인 가치인 "사람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두 눈 질끈 감고 나서게 되는 것이다. 이때 내면의 트라우마가 발동되어 히어로 캐릭터는 굉장히 불안하고 위기를 겪는 상태이다. 하지만 자신이 가장 잘하고 자신있는 프로그래밍을 시도하고, 결국 이를 멋지게 성공으로 이끌어 내어 그가 살고 있는 마을과 이웃 사람들 모두를 구하게 된다. 그 멋진 경험으로 인해, 그는 드디어 내면의 상처를 극복하고, 트라우마를 이겨내며, 주변 이웃들과 친구들의 인정과 신뢰를 받는 영웅이 되는 것이다. 보통의 이야기는 이렇게 끝난다.

이 책은 이런 것을 계속해서 말해주고 있다. 공식으로 제시되는 히어로가 갖춰야 할 요소 하나를 던져주고 그 요소를 잘 쓴 드라마나 영화, 소설 등을 예시로 적어 독자에게 알려주는 식이다. 이런 공식이 있고, 이 공식을 잘 적용시킨 건 이런 게 있어. 너도 이 요소를 이렇게 쓰면 되는 거야! 하고 말이다.

내면의 상처, 보편적인 가치, 캐릭터의 희생과 성장… 정말이지, 히어로 캐릭터 창작에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아주 중요한 요소들이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공식의 요소들을 하나씩 정리해서 내가 창작하고자 하는 히어로 캐릭터에 하나씩 붙여나가면 작가 자신 뿐만 아니라, 독자, 시청자, 관객으로 하여금 과몰입하게 만드는 사랑스럽고도 멋진 "히어로" 캐릭터를 완성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 서평은 출판사 윌북에게 도서를 제공 받아 쓰여졌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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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적 캐릭터 심리 사전 - 창작자를 위한 캐릭터 설정 가이드 문제적 심리 사전
한민.박성미.유지현 지음 / 시크릿하우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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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를 창작할 때는 대사를 먼저 떠올리고, 그 다음 걸맞는 외형을 그린다. 그러고나면 대충 성격이 보이는데 왜 그런 성격이 형성되었는지를 과거 서사로 주어준다. 순서에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대다수의 캐릭터들은 이렇게 만들어진다. 그러나 요즘은 이 "서사" 부분을 아예 배제 시키는 캐릭터도 있다. 범죄자 캐릭터에는 '서사'를 부여하면 안 된다는 윤리적인 이유를 제외하고서라도 그냥 서사를 주지 않거나 창작자가 귀찮아서 또는 개인적인 이유로 배제시켜 버리는 것이다.

아무튼 그렇게 만들어진 캐릭터들은 전형적이고 빤하며, 예측된 행동을 보이며 극을 이끌게 되는데, 그것이 별로 흥행하진 못한 소설과 드라마와 영화에 나오는 캐릭터들이 되는 것이다.

나는 심리학을 전문적으로도, 어깨 너머로도 배운 적은 없지만 즐겨 듣는 범죄 관련 팟캐스트에서 범죄 심리학자가 영화 및 드라마에 나오는 악인 캐릭터들을 범죄 심리학적으로 분석하고 분류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그때 처음으로 사람이 성격에 따라 A군, B군, C군 등으로 크게 나뉘고, 그 안에서 편집증성, 히스테리성, 경계성(보더라인) 등으로 또 나뉜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사람이 뚜렷하게 한 성격 특성만 가지고 있는 것이라 아니라 복합적으로, 보다 다양하게 여러 성격적 특징을 갖고 있으며 여차하면 잘못 분석할 수도 있다는 것을 그때 알게 되었다.

A군, B군, C군이라니. 어떤 기준으로 그렇게 성격이 나뉘는지, 그 '군' 안에는 어떤 개별적인 특성이 담긴 성격들이 한 집합으로 묶이는지의 기준이 정말 궁금했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어떤 성격으로 미루어보아, 그 성격이라고 짐작하는 건지, 어떻게 그런 분석을 내릴 수 있는지도.

그 궁금증은 이후, 한참을 궁금함으로 계속 간직되어 오다가 이 책을 만난 후, 마법처럼 풀리게 되었다.

이 책은 심리학을 다루는 책 답게 성격 유형을 큰 집단과 작은 집단으로 나누어, 목차를 제시하고 이 성격적 특징을 보이는 영화 및 드라마 캐릭터들을 등장시켜 보다 쉽게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다.

읽다가 가장 맘에 드는 부분은 영화 <다크나이트>의 "조커"(히스 레저)와 영화 <조커>의 "조커"(호아킨 피닉스)가 각각 다른 성격으로 분류되었다는 것이다. 둘은 같은 캐릭터다. 완전히 일치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태생이 같다. 조커는 DC코믹스에서 탄생된 캐릭터인데, 가히 인류 문명사 최고의 악인의 첫 번째로 꼽힐 만큼 악명도, 팬들의 애정도 넘치는 스타 캐릭터다.

빌런이 어떻게 매력적일 수 있는가에 대해 적확한 답변을 제시하는 조커는, 두 영화에서 같지만 다른 특성을 보인다. <다크나이트>의 조커는 거짓말을 밥먹듯 한다. 그는 자기 입이 어떻게 찢어졌는지에 대해 영화 내내 몇 번이고 언급하지만 때마다 다른 이야기를 한다. 무엇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알 수 없다. 거짓말을 밥먹듯 하면서도 그는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 그리고 그 거짓말로 상대를 낚아 채고 상대의 심리를 뒤흔드는 비도덕적이고 비윤리적이며, 인간성에 지극히 반대되는 말과 행동을 일삼는다. 역시나 그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 그러나 조커는 바보는 아니다. 어설픈 걸음걸이와 때때로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내비치지만 이 역시 모두 그의 계산된 행동이며, 그는 쉽게 누군가에게 잡히지도 않는다. 모든 일은 그의 계획 하에서 완벽하게 이행되고 있으며, 그는 완벽해보이지 않는 건들건들한 모습으로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한 결과를 즐거이 감상한다.

그러나 <조커>의 조커는 다르다. 그는 입이 찢어지지도 않았고 무법천지의 도시에 살고 있지도 않다. 후에 자신이 무법천지로 만들어버리긴 하지만. 그는 가난하고 힘들지만 어떻게든 이 사회 안에서 살아보려 노력하는 한 노동자다. 시도 때도 없이 웃음이 터지는 병을 앓는 바람에 주위의 따가운 눈총이나 오해를 받기 일쑤지만, 그는 언젠가 멋진 코미디언이 되어 모두를 웃게 만들고 싶은 꿈이 있는 소소한 시민이었던 것이다. 그런 조커는 병든 노모와 시간이 지나도 자신에게 친절해지지 않고 변하지 않는 사회의 바닥을 계속해서 맛보며 비뚤어지게 되는데, 끝내는 자신의 태생을 알게 되고 (혹은 그렇게 착각하고) 완전히 엇나가버린다. 사람들의 웃음을 이끌어내기 힘들었던 조커. 누구의 공감도 살 수 없던 조커는 아무의 공감도 살 수 없는 자신 혼자만의 웃음을 찾는다. 사람을 죽이면서 웃는 것이다. 사람을 괴롭히며 웃고, 타인의 불행에 폭소를 터뜨린다. 그렇게 미쳐버린 조커는 그렇게 우리가 아는 '조커'가 된다. 무법지대나 마찬가지인 고담 시티에서 악을 자행하는 가장 무서운 빌런, 조커.

이렇게 두 조커가 비슷하지만 각각 다른 서사로 만들어졌는데, 이 책에서는 성격 또한 다르게 분류하고 있다. 다른 서사를 가졌으므로 당연한 일이지만.

편집증적인 사이코패스 면모를 보이는 <다크나이트>의 조커와 망상장애를 앓고 있는 조현형 성격의 <조커>의 <조커>는 분명 다르다.

<다크나이트>의 조커는 범죄를 하나부터 열까지 계획한다. 그가 악을 좇는 동기는 찾을 수 없으며, 그런 동기를 중요시 여기지도 않는다. 그야말로 그저 악에서 태어난 것만 같은 캐릭터로 안티테제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그러나 <조커>의 조커, 아서 플렉은 영화 시작부터 이미 정신증 증세와 스트레스를 보여주고 있었고 망상 장애를 동반하다가 끝내 미쳐버리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환시와 환청이 들리고, 망상을 경험하는 일은 <다크나이트>의 조커가 가지고 있지 않다. 이 부분이 바로, 같은 캐릭터가 갈리는 지점이기도 하다.

이런 식으로 우리가 잘 아는 영화와 드라마, 또는 소설 등에 나오는 캐릭터들을 유형적으로 묶어 분류하고, 분석하며 창작의 모범 답안으로 제시해준다. 이런 성격을 갖고 있는 캐릭터가 히어로가 된다면, 또는 빌런이 된다면, 아니면 히어로를 돕는 히로인이나 조연이 된다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지, 어떤 모습으로 극을 이끌어가게 되는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이야기를 잘 매듭지을 수 있는지까지 친절하게 제시해주니 창작자의 입장에는 답안지에 가까운 책이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이 책에서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것일 뿐, 이야기를 어떻게 끌고나가서 인물이 파멸하는지, 또는 성장하는지, 이야기가 결국은 어떻게 끝맺어지는지를 결정하는 것은 오로지 창작자 자신이다. 참고는 하되, 이 클리셰와 뻔한 방향을 어떻게 바꾸어 새롭고도 의미있는 결말에 도착할지 정하는 게 관건이겠다.

다만 여전히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심리학 전체를 통틀어 우려하는 부분이기도 한데, 사람을 각 유형으로 분류하면서 필연적으로 동반하게 되는 일종의 "편견" 같은 것이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도 보여지지만 어떻게 해서 이런 성격을 갖게 되었는지를 보통 과거-가정사에서 찾는 일이 많다. 특히 부모와의 관계에서 그 이유를 찾곤 하는데 양육을 주로 '어머니'가 맡는 일이 많다보니 부모와의 관계보다도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해당 유형의 성격이 발생하는 이유를 찾고 있다. 심리학 자체가 그런 건지, 아니면 이 책의 집필을 그렇게 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이 부분에 대한 것은 앞으로도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 같다. 정말 "어머니"와의 관계에서만을 원인으로 그런 성격이 발생하게 되는 것인지, 아버지와 자식으로만 구성되어 있는 편부모(한 부모) 가정에서도 양육자와의 관계에서 그런 성격이 기인하는지 말이다.

여하튼 이 책 덕분에 앞으로 내 캐릭터 창작에는 캐릭터가 갖고 있는 성격과 성격적 결함과 그런 성격이 기인하게 된 이유와 서사까지 잘 정리해서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내 캐릭터에게 맞는 MBTI와 내 캐릭터가 갖고 있는 생각과 행동, 그 심리는 어느 성격군 유형에 부합하는지, 또는 여러 복합적인 성격증을 가지고 있는지까지도.

요즘의 콘텐츠는 '잘 만든 캐릭터 하나'가 전부라고, 그 캐릭터 하나가 극을 다 이끌어간다고 한다. 이런 캐릭터 전성시대에 이 책은 창작자들에게 굉장히 유용할 것이라 생각하는 바이다.

*이 서평은 출판사 시크릿하우스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쓰여졌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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