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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의 공식 - 첫눈에 독자를 홀리는 역대급 주인공 만들기 ㅣ 어차피 작품은 캐릭터다 2
사샤 블랙 지음, 정지현 옮김 / 윌북 / 2022년 11월
평점 :
히어로의 공식은 말그대로 '히어로' 캐릭터가 갖는 모든 것을 공식화한 것이다. 히어로라면 마땅히 어떤 요소들을 갖춰야 하고, 어떤 매력을 지녀야 하는지를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가령, 히어로는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내면의 상처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작품의 큰 주제는 결국 보편적인 인류 문화적 가치에 따른다. 그러니까 사회가, 삶이 비관적이라고 심하게 비뚤어져서는 사람을 마구잡이로 닥치는대로 죽이고 살인하는 것을 이야기의 교훈으로 삼는 것은 아니다. 작품의 주제는 보편적으로 "정의", "사랑", "모험과 용기, 우정" 등을 테마로 하고 히어로는 주인공으로서 이 이야기의 교훈에 걸맞는 캐릭터 아크를 지녀 작품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완벽한 캐릭터는 사랑받기 어려운 데다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해서 뭐든 문제 없이 처리하는 캐릭터가 나온다면 애초에 이야기 자체가 구성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우리의 히어로는 매우 지극히 인간적이며, 독자들과 비슷한, 그래서 독자들로 하여금 나와 동일시할 수 있거나 공감을 일으킬 수 있는, '과몰입'을 위한 설정을 가져야만 한다는 말이다. 어릴 적 따돌림을 심하게 당했다든가, 소중한 가족을 잃은 상처가 있다든가 하는 내면의 상처와 상실을 지녀야 한다. 이는 우리의 히어로가 성장을 위한 발판을 갖는 것이다.
예컨대 히어로 캐릭터는 내성적이고 소극적이며 뭘 해도 구박 받기 일쑤고, 주변에 친구 하나 없는 조용하고 사회성이 부족한 캐릭터다. 그래서 남들 앞에서 나서지도 못하고 수업 시간에 발표 하나 어떻게 할 줄 몰라 쩔쩔 매거나 그로 인해 놀림을 당하게 된다. 그러나 히어로는 그 조용하고 혼자 있기 좋아하는 성격 때문에 혼자 하는 일들을 자주 하게 된다. 그러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이나 조립, 코딩을 취미로 삼게 되고, 그 방면에서는 가히 천재적인 기술과 능력을 지니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히어로 캐릭터의 마을 전산 시스템에 불분명한 외부의 해킹이 시도된다. 마트 전산이며 회계는 전부 엉망이 되어버리고, 학교는 전기 공급이 어려워지며, 병원에서는 아픈 환자들의 목숨까지 위험한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는다. 이 위기를 해결할 사람은 오직 컴퓨터 기술자나 화이트 해커 뿐인데, 히어로가 사는 마을은 작은 시골 마을이라 그런 기술자를 찾기 역부족이다.
그런데 이때, 이 위기를 알게 된 히어로 캐릭터가 여기서 나타난다. 물론, 처음부터 그가 짠 하고 나타나지는 않는다. 그는 이렇게 절체절명의 위기 순간까지 계속해서 내몰림이나 등떠밀림이나 내적 갈등을 겪는다. '어떡하지? 내가 할 수 있다고 나서도 될까? 하지만 그러다 내가 실수해서 모든 걸 다 망치기라도 하면? 하지만 내게 친절하게 대해주셨던 이웃집 할머니가 병원에서 지금 숨이 넘어갈 위기라는데 그건 절대 안 되지! 하지만 모두 앞에 나서는 건 정말 무섭고 두려워. 오줌이라도 지릴 것만 같아. 어쩌면 좋지?' 계속해서 이런 답보 상태의 갈등을 겪다가 결국 모든 게 무너지기 전, 그는 악착같은 힘을 짜내 자기 자신과 맞서 사건을 정면돌파 하는 것이다.
모두 앞에 나서기 끔찍하게 두렵고 무섭고, 숨이 턱 막히고 오줌이라도 지릴 것 같지만 그래도 보편적인 가치인 "사람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두 눈 질끈 감고 나서게 되는 것이다. 이때 내면의 트라우마가 발동되어 히어로 캐릭터는 굉장히 불안하고 위기를 겪는 상태이다. 하지만 자신이 가장 잘하고 자신있는 프로그래밍을 시도하고, 결국 이를 멋지게 성공으로 이끌어 내어 그가 살고 있는 마을과 이웃 사람들 모두를 구하게 된다. 그 멋진 경험으로 인해, 그는 드디어 내면의 상처를 극복하고, 트라우마를 이겨내며, 주변 이웃들과 친구들의 인정과 신뢰를 받는 영웅이 되는 것이다. 보통의 이야기는 이렇게 끝난다.
이 책은 이런 것을 계속해서 말해주고 있다. 공식으로 제시되는 히어로가 갖춰야 할 요소 하나를 던져주고 그 요소를 잘 쓴 드라마나 영화, 소설 등을 예시로 적어 독자에게 알려주는 식이다. 이런 공식이 있고, 이 공식을 잘 적용시킨 건 이런 게 있어. 너도 이 요소를 이렇게 쓰면 되는 거야! 하고 말이다.
내면의 상처, 보편적인 가치, 캐릭터의 희생과 성장… 정말이지, 히어로 캐릭터 창작에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아주 중요한 요소들이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공식의 요소들을 하나씩 정리해서 내가 창작하고자 하는 히어로 캐릭터에 하나씩 붙여나가면 작가 자신 뿐만 아니라, 독자, 시청자, 관객으로 하여금 과몰입하게 만드는 사랑스럽고도 멋진 "히어로" 캐릭터를 완성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 서평은 출판사 윌북에게 도서를 제공 받아 쓰여졌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