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주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2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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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번 책 안주는 전작인 흑백과 비교하자면 상당히 따뜻하고 귀여운 이야기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작가 본인의 말처럼, 흑백이 슬프고 무서운 이야기라면 안주는 귀여운 느낌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네요. ‘괴담’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흑백이 다소 읽기 힘드셨던 독자분들께는 안주가 더 좋은 선택이 될 듯 합니다.

 

 

2. 전작인 흑백과 비교해 안주의 테마는 어떨지 궁금해 하실 분들이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흑백이 치유와 관련된 이야기였다면, 안주는 변화와 관련된 이야기라고 느꼈습니다. 인생을 살며 수없이 많은 상처를 입게 되고, 가끔 다시는 자신의 인생이 예전으로 돌아가지 못하리라고 생각되는 위기를 맞게 되기도 하지요. 흑백은 그런 상처를 입은 사람들의 이야기였습니다. 오치카도 그러했고, 오치카가 만났던 많은 사람들도 그랬지요. 그리고 그 사람들이 서로를 치유해주기도 하고, 혹은 스스로 자리에서 상처를 딛고 일어나기도 하는 이야기가 바로 흑백이었습니다. 하지만 상처가 치유되었다고 해서 단숨에 예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니지요. 아직도 오치카는 ‘요시스케’라는 이름에 숨이 턱 막히고, 세이타로는 누님이 매화가 핀 절경을 보며 저택의 풍경을 떠올리지 않을까 걱정합니다. 안주는 이런 사람들이 앞으로 나아가는 이야기가 아닌가 해요. 상처를 인정하고, 자신도 변할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이야기 말입니다.

 

 

3. 다만, 개인적으로는 흑백에 비해 몰입도가 떨어지는 느낌은 받았습니다. 아마도 오치카의 이야기가 책 전체의 흐름을 이루고 있던 흑백과는 달리, 안주는 상대적으로 에피소드를 하나로 묶는 이야기가 없어 단편집을 읽는 듯한 느낌을 주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여전히 다정한 아가씨 오치카가 등장해 많은 사람들의 기이한 이야기를 들어주지만, 흑백에서는 오치카의 숨겨진 사연이 독자들에게 궁금증을 불러일으켜 책 전체의 흐름에 눈을 꽉 붙들어두었다면 안주에서는 그 정도로 독자들에게 궁금증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이야기는 적지 않았나 해요. 꼽자면 책 제목과 같은 ‘안주’가 책 전체의 주제를 보여주는 이야기이며, 가장 흥미로웠던 토막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4.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야베 미유키의 이 괴담 시리즈가 그녀의 에도물 가운데서 가장 읽어볼만한 책들이라는 생각은 변치 않았습니다. 흑백이야 워낙 뛰어난 작품이었고, 안주 역시 미야베 미유키만의 다정한 시선을 엿볼 수 있는 책이었어요. 꼭 한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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