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구두 미스터리 엘러리 퀸 컬렉션 Ellery Queen Collection
엘러리 퀸 지음, 정영목 옮김 / 검은숲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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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공사에서 엘러리 퀸 전집을 순조롭게 출간하고 있네요. 다른 어떤 작가 선집보다 엘러리 퀸 선집이 없었던 것을 안타깝게 생각했던 사람 중 하나로써 너무 즐겁게 엘러리 퀸 완역본을 보고 있는데요, 오늘은 전집 세 번째 책인 네덜란드 구두 미스터리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엘러리가 개인적인 용무로 친구인 닥터 민첸을 찾은 네덜란드 기념 병원에서, 그날 아침 수술 예정이었던 노부인이 끔찍하게 살해된 채 발견됩니다. 혼절해 계단에서 구르면서 쓸개가 파열되어 급하게 응급 수술을 받을 계획이었던 노부인은 철사로 목이 졸려있는 상태로 수술실로 실려 들어오고, 모두가 예상치 못했던 사태에 경악에 휩싸입니다. 준비실에서 수술을 준비하던 간호사는 수술을 할 예정이었던 닥터 재니가 준비실에 들어왔었다고 말하지만 닥터 재니는 이 사실을 완강히 부인하고, 퀸 부자는 그 시간 닥터 재니가 누군가를 만났다는 증언을 입수하지만 닥터 재니는 왜인지 알리바이를 증명해 줄 상대방의 정체를 밝히지 않으려 합니다. 한편 노부인의 죽음과 관련된 이해관계를 조사하던 퀸 부자는 부인의 사망 당시 사건현장에 정신 나간 광신도인 노부인의 말동무 사라 풀러, 어마어마한 유산을 받게 되는 영애 훌다 도른, 영애의 약혼자이자 노부인의 변호사인 필립 모어하우스, 노부인의 방탕한 남동생 헨드릭 도른과 그에게 노부인의 유산을 담보로 돈을 빌려준 공갈 협박꾼 빅 마이크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이 밖에도 노부인의 죽음을 두고 크고 작은 이득이 얽혀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 사건에 엉켜들면서 살인사건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수렁 속으로 굴러들어갑니다.

 


 엘러리 퀸이 연역적 추리의 미학을 얼마나 제대로 보여주는지는 이미 로마 모자 미스터리에서 말했지만, 개인적으로는 프랑스 파우더 미스터리와 이 네덜란드 구두 미스터리에서 퀸의 연역 추리가 더욱 빛을 발한다고 느꼈습니다. 사건이 진행될수록 미스터리는 더욱 깊어만 가고, 각자 나름의 사정을 갖고 있는 등장인물들은 자신의 비밀을 결코 밝히지 않으려 하는 와중에 엘러리 퀸은 정말 사소한 실마리로 범인의 정체를 파악합니다. 말려들어간 구두의 혀가죽이나 끊어진 구두끈, 구두끈을 잇기 위해 붙여놓은 듯한 반창고, 평온한 표정으로 살해당한 제 2의 피해자와 그 피해자 뒤에 캐비닛이 있었다는 것과 같은 아주 사소한 단서들로요. 엘러리 퀸의 추리는 논리적으로 나무랄 데 없지만 그가 제시하는 증거와 논리는 독자가 전혀 예측하지 못한 것이기에 놀라움이 두 배가 됩니다. 차근차근 용의자를 범인 대상에서 제거하는 퀸의 논리를 듣다 보면 독자는 미처 신경쓰지 못한 아주 사소한 사실에서 추리의 꼬리를 잡는 엘러리에게 감탄하게 되는 거지요.

 


 더군다나 네덜란드 구두 미스터리의 경우, 로마 모자 미스터리가 연역 추리에 집중하느라고 상대적으로 스토리상의 재미가 약한 데 비해 재미도 놓치지 않고 있어 더욱 즐겁습니다. 연역적 추리 기법은 고전 추리소설에서 계속 쓰여온 방법인데다 단서 하나하나를 모아서 추리의 결론으로 가는 과정을 밟기 때문에 사실 조금만 템포를 놓치면 전개가 굉장히 지루해질 수 있습니다만 이 책은 한 순간도 긴장을 놓치지 않고 결말까지 쉴새없이 내달리는 편이에요. 그렇다고 특별히 사건이 연달아 - 예를 들면 요코미조 세이시 수준으로요 - 일어나는 것도 아닌데 말이지요. 이야기 자체의 완급을 조절하는 엘러리 퀸의 능력이 탁월하다고밖에 설명할 수 없어요. 살인이나 납치, 방화 등의 자극적인 사건이 연이어 벌어져야만 소설 속의 서스펜스가 이어진다고 생각하는 몇몇 작가들에게 엘러리 퀸은 아주 좋은 반례가 되어줄 겁니다.

 


 간혹 연역추리가 법의학물 등의 귀납추리에 비해 지루하고 따분하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으시다면 엘러리 퀸을 꼭 읽어보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아름다운 연역 추리’란 무엇인지, 또한 연역 추리로 얼마나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구성할 수 있는지 분명 느낄 수 있으실 거에요. 꼭 한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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