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 측 증인
고이즈미 기미코 지음, 권영주 옮김 / 검은숲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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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믿어. 아무도 죄 없는 사람을 사형에 처할 순 없어."
헤어질 때 내 눈꺼풀에 남은 것은 여전히 철망을 붙들고 있던 남편의 손가락이었다.
그것은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잔잔한 수면에 던진 돌멩이가 퍼뜨린 잔물결처럼.
내가 돌을 던진 것이다.

 

<변호 측 증인> 中, 고이즈미 기미코 作

 

 

 


 저번 주는 계속 책을 읽느라 리뷰를 한 개밖에 올리지 못했네요. 월요일에 리뷰를 이미 올린 네덜란드 구두 미스터리 외에 그리스 관 미스터리, 대실 해밋의 붉은 수확, 고이즈미 기미코의 변호 측 증인을 연달아 읽었습니다. 여기서 그리스 관 미스터리는 곧 리뷰를 쓸 생각이고, 대실 해밋의 붉은 수확은 시리즈 전체를 읽은 뒤에야 리뷰 방향이 잡힐 것 같아 잠시 보류해놓은 상태구요…. 오늘 리뷰를 쓸 작품은 남은 한 권인 고이즈미 기미코의 변호 측 증인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이 막 출시됐을 당시에 이 책을 보고 애거서 크리스티의 검찰 측 증인을 떠오르게 하는 제목에 굉장히 끌렸었던 기억이 납니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팬인데다 검찰 측 증인을 굉장히 재밌게 봤었기 때문에 그 책을 연상시키도록 하는 이 작품에 호기심이 생겼었거든요. 또한 그만큼 유명한 작품의 제목을 노렸다면 작품에 자신이 있을거라는 생각도 있었고, 미치오 슈스케 등을 비롯한 유수의 추리소설 작가들이 아낌없이 추천을 한 작품이라는 것에 매력을 느끼기도 했구요. 지루한 서론을 싫어하시는 분을 위해 모두 다 자르고 말하자면, 다행히도 변호 측 증인은 제가 예상했던 것 이상의 재미를 담은 책이었답니다.

 

 

 이류 카바레에서 스트립 댄서로 일하던 미미 로이는 자신에게 적극적으로 구애하던 야시마 그룹의 외동아들과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합니다. 하지만 신랑의 아버지는 결혼을 결사적으로 반대하고, 유일하게 와 준 하객이자 친구인 에다는 일족의 골칫덩이라고 부르는 남편과의 결혼생활을 걱정하지요. 어쨌든 신랑의 아버지 집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한 그녀는 자기 편이라곤 한 명도 없는 시댁에서 고군분투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은 아버지가 자신을 내쫓으려 한다면 죽여버리고 말겠다고 폭언을 내뱉고, 하필 그날 밤 시아버지가 별채에서 끔찍하게 살해된 상태로 발견되는데요….

 

 

 이렇게 예상치 못한 살인이 일어나고, 소설은 전개되기 시작합니다. 과거를 회상하는 홀수 장과 현재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짝수 장이 번갈아 살인사건과 관련된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하면서 독자들은 그녀와 함께 사건의 진상을 쫓습니다. 그녀는 이미 범인을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독자들은 범인의 정체에 대해 좀처럼 종잡을 수 없고,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 것인지 혼란에 빠지게 되지요. 하지만 대망의 11장이 펼쳐지면 독자들은 드러난 진상에 이전까지의 혼란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충격에 휩싸이고 말 그대로 입을 떡 벌리고 경악하게 됩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진실이 독자들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죠. 아직 읽지 않으신 분이라면 도저히 상상도 하지 못할, 이미 읽은 분이라면 다른 독자들이 받은 충격에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일 만한 반전이 숨겨져 있습니다.

 

 

 하지만 억지로 추리하려고 하거나, 혹은 읽기 전에 이 소설에 대해 무언가를 더 알려고 하지 않으시는 게 좋습니다. 단언컨대, 이 소설을 가장 재미있게 읽는 방법은 이 소설의 트릭에 대해 어떤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읽기 시작하는 것이기 때문이에요. 저도 우연찮게 그저 재밌어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이 소설을 접했기 때문에 작가가 의도한 노림수에 100% 걸려들었는데요, 이것이 바로 이 소설의 재미이기 때문에 저도 그 트릭 자체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 생각입니다 :) 다만, 앞으로 이 소설을 읽으실 분들을 위해 이 소설을 좀 더 재밌게 읽으실 수 있는 팁을 몇 가지 적어보려고 해요.

 

 

 먼저, 애거서 크리스티의 검찰 측 증인을 꼭 먼저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걸작이고 재미도 있거니와, 변호 측 증인의 작가가 아마 그 소설을 이미 읽은 사람들의 선입견을 이용했기 때문이에요. 제가 바로 그런 경우이기도 했습니다. 이미 검찰 측 증인을 읽었었기 때문에 두 소설간 진행 상의 유사한 점을 비교하다 보니 트릭에 더 옴짝달싹 못하고 걸려들었거든요. 그리고 두 번째로, 제목에서 말하는 변호 측 증인이 누구일지 계속 궁금해하며 읽어보시는 것이 즐거움을 두 배로 만들어드릴 겁니다. 꼭 지키지 않으셔도 물론 상관없지만, 제 경우 저 두 가지를 우연히도 만족시킨 덕분에 소설을 무척 재밌게 읽었으니 염두에 두시면 더욱 소설을 흥미진진하게 읽으실 수 있을거에요.

 

 

 기대를 너무 높여드려 나중에 책을 읽을 때 실망하시면 어쩌나 하는 노파심에 억지로 흠을 몇 가지 잡아보자면, 아주 재미있고 즐겁게 읽은 소설이기도 했고 또한 매우 놀라기도 했지만 했지만 완벽한 추리소설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아주 사소한 아쉬움으로는 짝수 장을 이끄는 변호사 캐릭터가 약한 것이 아쉬웠어요. 더글라스 케네디의 위험한 관계에 나오는 나이젤 변호사처럼 캐릭터성이 좀 더 강했다면 후반부의 진행이 일종의 법정물 성격을 띄면서 훨씬 더 흥미진진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이 소설에서 쓰인 트릭의 속성상 사전에 정보를 갖고 있던 독자들이나 혹은 중간에 눈치챈 독자들에겐 다소 심심한 소설이 되었겠지요. 하지만 그 모든 것을 감안하더라도, 제가 꼭 추천해드리고 싶은 작품임은 확실합니다.

 

 

 검은숲에서는 몇몇 장르문학의 책 앞장에 성분 함량표라는 재미있는 그래프를 싣고 있습니다. 다양한 관점에서 해당 소설을 분석하는 짧은 표인데요, 평가라기보다는 작품의 특성을 나타내주는 도서의 ‘잔재미’를 보여주고 있다고 합니다. 변호 측 증인의 앞장에 실은 성분 함량표를 보면 ‘고전의 반열’ 항목에 5점을 주고 있네요. 저는 나름 추리소설의 고전에 까다로운 기준을 갖고 있는 사람이지만 이 작품이라면 확실히 고전의 이름을 달고 나와도 손색없을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꼭 한번 읽어보세요. 무조건 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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