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형사 피터 다이아몬드 시리즈 1
피터 러브시 지음, 하현길 옮김 / 시공사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마지막’이라는 말은 어쩐지 안타깝고 쓸쓸한 여운을 남깁니다. 한 시대의 종말, 그리고 교체를 바라보아야 하는 지난 세대의 아쉬움을 담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여기에 그야말로 지나간 세대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형사가 있습니다. 피터 다이아몬드, 경찰대학에서 컴퓨터 관련 학위나 받고 졸업한 친구들과는 달리 발로 뛰며 잔뼈가 굵은 진짜 수사관이지요. 오늘 리뷰를 쓸 책은 그가 등장하는 첫 번째 시리즈인 피터 러브시의 마지막 형사입니다.


 영국의 아름다운 마을 바스, 호수에서 벌거벗은 채로 사망한 여인의 사체가 발견됩니다. 사체에는 신원을 알 수 있는 단서도 남아있지 않고, 며칠간 수중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사체는 사망 원인을 밝히는 것조차 쉽지 않습니다. 공개수사 끝에 결국 사체의 신원은 TV 드라마에 나오던 여배우라는 것이 밝혀지고, 피터 다이아몬드는 수사를 통해 남편과 여배우 사이에 심각한 불화가 있었으며 부부 각자에게 내연의 연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있었다는 것도 알아내는데요.


 소설은 시간적 배경이 1980년대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상당히 클래식한 갈등구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름답지만 방탕한 부인이 피살되고, 남편과 아내 사이에 심한 갈등이 있었음이 밝혀지지요. 남편에게는 비록 젊거나 아름답지는 않지만 성실하고 착실한 - 즉 아내와는 정반대인 - 내연녀가 있으며, 남편과 내연녀는 둘 모두 아내를 살해할 동기를 갖고 있습니다. 즉 포와로의 말처럼 ‘아내가 죽었을 땐 남편을, 남편이 죽었을 땐 아내를 의심하라’는 대전제의 조건을 아주 충분히 갖춘 셈입니다.


 처음에 소설은 그 대전제를 따라 흘러가는 듯 보입니다. 말로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극구부인하면서도 남편은 그녀의 이름을 언급하는 것조차 꺼리고, 경찰은 수사 끝에 다나 디드릭슨을 찾아내지만 그녀는 경찰이 찾아가자마자 도망을 치지요. 결국 남편이 진술한 것보다 아내와 다나 사이에 심각한 갈등이 있었음이 밝혀지고, 사건은 다나의 범행으로 결론이 지어지는 듯 합니다. 하지만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경찰을 그만 둔 피터 다이아몬드는 어쩐지 사건이 미심쩍고, 이 사건에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숨겨진 부분이 있다는 사실을 직감해요.


 소설은 이때부터 완전히 방향을 바꾸어 사건의 이면에 숨겨진 진실이 무엇인지 피터 다이아몬드의 시점에서 쫓기 시작합니다. 플롯의 제왕이라고 불리는 피터 러브시의 진가가 발휘되는 것은 바로 이 때부터지요. 소설 전반에 걸쳐서 뿌려졌던 진짜 단서들이 일시에 취합되면서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고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가 차근히 풀리기 시작합니다. 단순히 과학수사로 그 출처를 밝힐 수 있는 섬유 한 올, 모래 한 알과 같은 단서가 아닙니다. 피살자의 성격과 내연관계에 대한 비밀, 그리고 중요한 증거가 실종되고 이내 발견된 이유와 같은 사건 전반에 걸친 미스터리들이 풀리는 거지요. 이러한 과정을 동해 피터 러브시는 이러한 증거들로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것이야말로 진짜 형사, 마지막 형사인 피터 다이아몬드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하는 것이겠지요. 그리고 제가 느낀 바로는 이런 무대를 꾸미는 것 역시 플롯의 제왕인 피터 러브시여서 가능했던 것이 아닌가 합니다.


 최근 애거서 크리스티를 능가한다고 홍보하던 어떤 작품을 읽어보았습니다만, 아주 개인적으로 오히려 이 작품을 읽으면서 더욱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에서만 느낄 수 있는 클래식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어요. 탄탄한 플롯을 자랑하는 고전 추리소설을 좋아하신다면 한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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