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우맨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7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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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땅한 셜록 홈즈 완역본조차도 없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우리 나라 장르소설계도 북유럽 추리소설이 들어올 정도로 파이가 커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북유럽 장르문학으로 저도 한번 소개한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 시리즈가 있고, 아날두르 인드리다손의 에를렌두르 시리즈 역시 북유럽 추리소설계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작품이지요. 그 중에서도 오늘 소개할 작품은 현재 북유럽 문학의 총아라고 불리는 요 네스뵈의 소설, 스노우맨입니다.

 

 첫 눈이 내리는 노르웨이의 오슬로, 한 아이의 어머니가 감쪽같이 사라집니다. 남은 것은 어딘지 모르게 기이한 분위기를 풍기는 거대한 눈사람, 그리고 그 목에 둘러진 아이 어머니의 목도리뿐이지요. 오슬로 경찰청의 반장이자 언론이 주목하는 스타 경찰관인 해리 훌레는 노르웨이의 동거 및 기혼여성의 실종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것에 주목하고, 이 사건 역시 연속된 실종사건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수사에 나섭니다. 한편 솔리회위다의 숲에서 또다시 비슷한 유형의 실종사건이 발생하고, 눈사람의 몸통 위에서 여성의 사체 일부가 발견되는데요.

 

 개인적으로 제가 북유럽 장르문학에 대해서 받았던 인상은 서늘하면서도 묵직하다는 것이었는데요, 영미 스릴러가 숨쉴 새 없이 빠른 템포로 진행되는 것에 비해 북유럽의 스릴러는 상대적으로 느리고 묵직한 호흡을 보여주지 않나 했어요.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북유럽 추리소설의 속성만을 갖췄다기보다는 미국과 북유럽 스릴러의 장점을 적절히 섞어놓은 듯한 느낌을 주는 소설이었습니다. 소설은 빠른 속도로 연달아 발생하는 사건을 그리며 독자들로 하여금 긴장을 놓을 수 없게 합니다. 몇십년 전의 과거와 현재의 시점을 오가며 사건에 관련된 복선을 던지고, 주인공인 해리 훌레가 노르웨이 전역을 아우르며 사건에 대한 실마리를 잡기 위해 종횡무진하지요. 독자들은 사건의 진행을 따라잡기 위해 정신을 바짝 차리고 그의 뒤를 쫓아야만 합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영미 스릴러의 리듬감에 북유럽의 불친절한 서늘함을 갖춘 소설이라고 할까요.

 

 스노우맨은 참으로 다양한 매력을 자랑합니다. 민첩하고 마른 몸에 수사를 위해서는 무슨 일도 마다않지만 개인적으로는 한 여자에게 순정적인 사랑을 바치는 해리 훌레의 캐릭터가 그러하고, 풍부하고 빠르게 흘러가는 이야기가 그렇습니다. 그 중에서도 제가 소설을 읽으며 가장 흥미롭게 느꼈던 것은 눈사람이라는 소재가 소설 속에서 참으로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거였어요. 작가는 긴장감있는 전개를 위해 눈사람이라는 소재를 적절히 사용하고 있습니다. 몇몇 장면에서 보여주듯이 단순히 실종과 살인의 잔혹함을 나타내기 위한 도구로서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에요. 친숙한 것이 갑자기 낯설게 느껴질 때 인간이 갖는 두려움을 극대화 시키기 위한 구성적 장치로서 눈사람을 효과적으로 이용할 뿐만 아니라, 가정의 붕괴나 해체를 ‘녹을 수밖에 없는’ 눈사람의 운명과 비유하기도 합니다. 그 중에서도 제가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눈사람이 정신적·육체적으로 불완전한 범인에 대한 메타포로 사용되는 것이었습니다. 언젠가 녹고 부서질 눈사람이 정서적으로 불안한 범인을 의미하는 것은 소설 초반부터 알 수 있었지만, 범인을 찾는 결정적인 단서가 되는 육체적 결함 역시 눈사람과 닮아 있다는 건 요 네스뵈가 의도한 메타포 중에서도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 아니었나 합니다.

 

 소설을 읽으며 왜 요 네스뵈에게 ‘북유럽의 할런 코벤’ 이라는 별명이 붙었는지 알만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한 번쯤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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