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논문용으로 철저하게 검증한 것이 아니라 본인의 느낌 대로 분류한 것이라서 자살에 이르는 원인이 딱 하나인 경우는 별로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각각의 원인별로 문학 작품이나 일본에서 실제로 있었던 유명한 자살 사건들을 예로 들며 설명하고 있다.
다 읽고 나서 동생은 어떤 유형이었을까를 한번 생각해 본다.
우울증이 심각했으니 7번은 당연히 포함될 것이고, 2번이나 4번 정도가 포함될 수 있지 않나 싶다.
책을 읽다가 녀석의 유서를 보관하지 않았다는 점이 문득 아쉬워졌다.
물론 당시에는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아서 다 태워버렸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사진이라도 찍어둘 걸 그랬나 싶다.
그때는 경황이 없기도 했고 감정도 좋지 않았으니 당시에는 안 보였지만, 지금이라면 읽을 수 있는 행간의 의미가 있었을지 모른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지금도 여러 장면들이 떠오른다.
잠든 아이를 억지로 차에 태워 고향 집으로 향했던 그날, 평소와 달리 꼭두새벽에 도착한 나를 의아하게 생각하시던 할머니, 연고도 없는 곳에서 발견된지라 경찰 조사를 받아야 했던 부모님, 예정보다 빨리 도착한 그 녀석의 시신을 굳이 내 두 눈으로 확인해야만 했던 행정 절차, 장례식 일정과 장소를 잡은 뒤 계단에 쭈그려 앉아 당시 직장 팀장님한테 전화했을 때의 목소리도...
자살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저런 장면들이 떠오르는 내 입장에서 저자는 어떤 마음으로 자살이라는 소재를 공부해 보고 싶었는지 예상하기는 어렵다.
다만 기대에 비해서 내용이 좀 표면적이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었다.
1장의 사례처럼 정신과 의사로서 본인이 경험한 사례를 조금 더 많이 다뤄줬다면 훨씬 현실감이 있었을 텐데, 결국 남이 써놓은 문장일 뿐인 문학 작품이나 과거의 유명한 사건 속 사례들을 주로 다루다 보니 아무래도 겉만 핥는 느낌이 없지 않다.
물론 이는 내가 자살이라는 소재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없는 사람이라는 점에 기인하므로 온전히 저자의 탓이라고 보기는 어렵겠다.
하지만 본래 자살이라는 개념이 다루기 어려운 주제라는 점에는 공감한다.
유서가 있었다고 해도 그것이 유족들 외에 공개되는 것도 드문 일이고, 뉴스를 통해 접하는 기사에는 죽은 자들의 표면적인 이유들만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신과 의사인 저자의 책에 더 기대를 많이 가졌었는지도 모르겠다.